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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엔 4㎞ 차벽…놀이공원·쇼핑몰은 북적인 개천절

중앙일보 2020.10.05 00:02 종합 6면 지면보기
개천절인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가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경찰이 촘촘히 세운 버스들로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개천절인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가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경찰이 촘촘히 세운 버스들로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기간인 3일 개천절 집회에 등장한 경찰 차 벽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차 벽은 코로나19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평가했지만 야권에서는 “코로나 확산과 관련 없는 소규모 ‘드라이브 스루’ 집회인데도 문재인식 독재의 상징인 ‘재인산성’을 쌓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 때 등장한 ‘명박산성’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야당 “북 계몽군주 소총으로 방역
우리 대통령은 공권력으로 방역”

박근혜 정부 세월호 집회 통제 땐
문 대통령 “반헌법적 차벽” 비판

경찰은 지난 3일 서울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 도심 한복판에 경찰 버스 300대를 동원해 바리케이드와 4㎞ 길이의 차 벽을 만들고 출입을 통제했다. 또 서울 시내 진입로 90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경찰 인력 1만여 명을 투입해 3중 검문을 실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내세웠지만 현 정부 실정 규탄을 내건 보수단체 집회의 원천 봉쇄였다는 분석이 많았다. 실제로 경찰력을 동원해 통제한 광화문 일대와는 달리, 서울시가 운영하는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은 연휴 기간 내내 개방돼 하루 평균 2만 명이 방문했다. 3일 오후 이곳 주차장 매표소로 향하는 4차로 도로는 차량 행렬로 북새통을 이뤘다. 롯데월드, 서울시내 백화점, 식당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경찰의 광화문 봉쇄와 극명하게 대비됐다.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계몽군주’는 소총과 휘발유로 코로나를 방역했고, 우리 대통령은 경찰 버스와 공권력을 동원해 코로나를 방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는 페이스북에 “시내 한복판에 계엄 상태 같은 재인산성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보수단체의 불법 집회를 완벽하게 봉쇄해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국민 불안을 덜어준 경찰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평했다.
 
집회 통제가 목적인 경찰 방어벽은 늘 논란거리였다. ‘광우병 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6월 10일, 광화문에는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아올린 뒤, 경찰 버스와 전투경찰 부대를 배치한 3중 방어선이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차 벽은 2015년 4월 세월호 1주기 집회 직전, 그해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등장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경찰 차 벽을 앞장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트위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정부의 반헌법적인 경찰 차 벽에 의해 가로막혔다”며 “대통령은 차 벽으로 국민을 막을 게 아니라 노동개악, 청년실업 등 국민의 절규를 들으라”고 일갈했다. 2017년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선 “(당선 뒤) 퇴진 시위를 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에 “광화문광장으로 나가 끝장토론이라도 해 시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공권력을 타파 대상으로 보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정권을 잡고 나니 ‘공권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며 “아무 대안 없이 차 벽을 만들어 무조건 집회를 막겠다는 1980년대식 발상에 머물러 있는 경찰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한글날 또 집회 예고=개천절 서울 도심 집회는 원천 봉쇄됐지만 일부 보수단체가 한글날인 9일 도심 집회를 재추진하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9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단체와 집회 건수는 12개 단체, 50건에 달한다.
 
손국희·박현주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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