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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방한 연기...'쿼드회의' 열리는 도쿄만 방문

중앙일보 2020.10.05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지난 2일 크로아티아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코로나19 테스트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일 크로아티아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코로나19 테스트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미국·일본·인도·호주 4개국 안보대화(Quad·쿼드) 외교장관 회의에만 참석하고 서울 방문은 연기한다고 미국 국무부가 3일(현지시간) 밝혔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4~6일 일본을 찾아 도쿄에서 예정된 쿼드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급한 현안에 집중할 것”이라며 “몇 주 뒤 10월 중 아시아 순방 일정을 다시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과 나흘 전 발표에선 “일본 도쿄, 몽골 울란바토르, 한국 서울을 차례로 순방할 계획”이었는데 돌연 ‘원포인트 방일’로 조정됐다.
 

트럼프 코로나 감염에 일정 변경
대중 압박 행보, 한국 패싱 우려 나와
북·미 ‘깜짝 고위 회담’ 기대 접은 듯

방한이 연기된 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4일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으로부터 방한 연기를 사전 통보받았다”며 “미국 내부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폼페이오 장관 방한이 연기된 점을 아쉽게 생각하며 조속한 시일 내 다시 방한이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불가피한 사정’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과 군병원 입원이다.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장관 가운데 서열 1위인 국무장관이 장기간 수도 워싱턴을 비우기 힘들다는 뜻이다. 하지만 도쿄에서 서울까지 전용기로 불과 1시간 거리인 만큼 반나절 방한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연기는 ‘한국 패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안팎에선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을 건너뛴 건 미국이 쿼드를 중심으로 대중국 압박 행보를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경화 외교장관이 최근 잇따라 공개적으로 쿼드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게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 장관은 지난달 26일 ‘아시아 소사이어티’ 화상 대담에서 쿼드 참여를 놓고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공개했다. 외교가에선 이번 방한 연기가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10월 중 방한 추진에도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연기는 북·미 관계와 관련해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의 깜짝 고위급 회담 같은 ‘옥토버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를 접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그간 미국의 수차례에 걸친 대화 복귀 제안에도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10절 행사 준비에만 집중한 채 응답하지 않았고 한국 공무원 총격 사망 사건까지 벌어졌다”며 “미국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현재의 상황 관리 이상으로 북한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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