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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 사는건데" 미국간 강경화 남편…점찍은 요트는 팔렸다

중앙일보 2020.10.04 17:05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특별여행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미국 뉴욕으로 요트를 사기 위해 여행간 데 대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가 사려던 요트가 매물로 나왔던 미국 요트거래 사이트에선 '판매 완료' 표지가 붙어있다. [중앙일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4일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특별여행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미국 뉴욕으로 요트를 사기 위해 여행간 데 대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가 사려던 요트가 매물로 나왔던 미국 요트거래 사이트에선 '판매 완료' 표지가 붙어있다. [중앙일보]

 
추석 연휴 기간이던 지난 3일 강경화 외교장관의 남편인 이일병(67) 연세대 명예교수가 요트를 사러 미국으로 떠난 데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추석 귀성 자제 캠페인까지 벌이던 와중에 외교부의 특별여행주의보(여행 취소·연기 권고)를 무시하고 떠났기 때문이다.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 요트 사러 미국행
"내 삶 사는 데 다른 사람 때문에 양보해야 하나"
강경화 하루만에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
"오래 계획하고 가서 귀국하라 얘기하기 어려워"
요트 거래 사이트에선 해당 캔터51 "판매 완료"

   
강 장관은 논란이 커지자 하루 만에 "국민들께서 해외여행 등 외부 활동을 자제하시는 가운데 이런 일이 있어 경위를 떠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초 이 교수는 전날 출국장에서 KBS 취재진을 만나 부인인 강 장관이 여행에 대해 "서로 어른이니까 ‘놀러 가지 말아야 한다’ 그런 건 아니다"라며 반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민의 희생과 동참을 호소하고 전 세계에 K 방역 성과를 홍보하는 주무 장관이지만 남편의 취미 요트 여행은 간섭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일병 교수의 '행복 여행' 블로그에 따르면 그는 2014년 정년을 3년 앞서 연세대를 조기 퇴직하고 은퇴 이후 삶을 즐겨왔다. 여수항에 개인 요트(재산 신고액 2500만원)를 소유한 이 교수에게 생애 마지막 꿈은 요트 세계 여행이다.
 
이 교수는 최소 선원 2인 이상, 승객 5~6명이 탈 수 있는 장거리 항해용 보트를 사기 위해 지난해 연말부터 거의 1년을 준비했다. 지난 6월엔 그리스로 요트 구매 여행을 예약했다가 코로나19 때문에 무산되기도 했다.
 
그는 블로그에 "일단 항해 요트를 사서 거기 살면서 '크루징(cruising) 라이프'를 좀 수개월보다는 수년 정도 해보고 싶다. 아름다운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며 "적어도 죽기 전에 '내가 몇 년도에서부터 얼마 동안 크루징했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적었다.
 
"크루징을 하며 지중해나 북해, 캐리비안, 불란서령 폴리네시아, 동남아 같은 곳들을 여행 가서 살아보고 싶다”며 "좀 더 나아가 크루징과 세일링 (sailing)에 익숙해지면서 그때도 원하면 대서양이나 태평양을 (혼자?) 건너고 싶다”고도 쓰기도 했다.
 
이런 이 교수의 이번 여행 목적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동북부 플래츠버그에 있는 '캔터51 미스트리스 V(1990년 제작)'라는 길이 15m(51피트)의 알루미늄 선체 요트를 12만 달러(약 1억4000만원)에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선실 3개, 트윈·더블 침상 4개, 양방향의 돛 헤드 2개를 갖춘 장거리 항해가 가능한 배다. 요트 값과 수리비, 운항비를 대려고 갖고 있던 9000만원에 더해 사위에게 7000만원을 꾸고 6000만원 신용대출까지 받고 송금까지 완료했다. 배를 인수한 뒤 곧바로 고교 동창 두 명과 함께 미국 동부 해안과 카리브해까지 여행할 계획을 꼼꼼히 짰다.
 
2017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식에 함께 자리한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2017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식에 함께 자리한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강 장관은 하루 만에 사과 발언을 했지만, 이 교수는 3일 오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외교부 여행자제 권고를 무시한 데 대해 "하루 이틀 내로 코로나19가 없어질 게 아니"라며 "매일 집에서 그냥 지키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정상 생활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거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공직자 가족으로서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에 그것을 양보해야 하나. 모든 걸 다른 사람 신경을 쓰면서 살 수 없지 않으냐"라고도 했다. 고위 공직자인 외교부 장관의 남편으로 제약을 받기보다 개인 자유를 추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강 장관은 이날 청사를 떠나며 기자들과 만나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요트 매매 사이트에서도 이미 해당 캔터51 요트에 대해선 '판매 완료'(Sold Listing)이란 표지가 붙어 있었다.
 
강 장관은 "이런 상황에 대해 본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을 하려고 했다"며 "결국 본인이 결정해서 떠난 거고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설득은 했지만 말리진 못했다는 뜻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 요트 구매 여행이 논란이 된 가운데 4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부터 미국 및 북미 전역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가 유지되고 있다. [외교부 홈페이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 요트 구매 여행이 논란이 된 가운데 4일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부터 미국 및 북미 전역에 대한 특별여행주의보가 유지되고 있다. [외교부 홈페이지]

외교부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3월 23일부터 미국을 포함한 북미 전 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해당 국가나 지역 여행계획은 취소하거나 연기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권고하고 있다. 4일 현재 외교부 홈페이지에도 별도 공지 때까지 이같은 여행주의보는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국민은 정부의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 따라 긴급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추석 성묘조차 못 갔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작 주무부처인 외교부 장관의 남편은 마음대로 해외여행을 떠난다니 믿기 어렵다”며 “외교장관은 가족에만 특별 해외여행 허가를 내렸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이 교수의 미국 요트 여행이 특혜나 방역 관련 법률 위반은 아니지만, 고위 공직자 가족의 솔선수범과는 정반대 행동"이라며 "정부가 이번에 확산 예방을 명분으로 명절 귀성금지, 개천절 집회 금지까지 요구한 정당성도 훼손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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