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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범죄도 아닌데 버렸다" 국민의힘 청년위, 면직처분에 반발

중앙일보 2020.10.04 15:39

“당 청년위원회를 해체해 주십시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지난 3일 이런 글이 올라왔다. “청년은 당의 미래인데 당 중앙청년위원회가 ‘하나님의 통치’ ‘한강 갈 뻔’ 같은 말을 한다는 게 놀랍다”며 당 청년위 해체를 요구한 것이다. “눈치 없는 청년위원 자르세요” 등 비슷한 글도 올라왔다.
 
앞서 국민의힘 청년위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카드 뉴스 형식으로 청년위원 소개 글을 올렸다. 이 중 이재빈 인재육성본부장은 “육군 땅개 알보병 포상휴가 14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땅개 알보병’이라는 육군 사병을 비하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김금비 기획국장도 소개 글에 “2년 전부터 곧 경제 대공황이 올 거라고 믿고 곱버스 타다가 한강 갈 뻔함”이라고 썼다. ‘곱버스’(곱+인버스)는 시장이 하락하는 경우 그 하락분의 2배로 수익을 내는 증시 상품을 일컫는 은어다. ‘한강에 간다’는 말은 한강에서 투신자살한다는 의미다. 주성은 청년위 대변인은 이름 아래에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나라, 자유보수정신의 대한민국”이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청년위 페이스북 캡쳐

국민의힘 청년위 페이스북 캡쳐

 
국민의힘 청년위는 당의 예산지원이 없어 청년이 따로 직업을 갖은 상태에서 자기 시간과 비용을 사용해 활동하는 정당 내 기구다. 당의 혁신을 위해 청년 그룹의 역할을 강조하는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발족했다.  
 
청년위 소개글을 두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국민의힘은 늙으나 젊으나 개념이 없으니 민주당에서 20년 집권하겠다고 하지”(2일 페이스북)라고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2일 긴급 회의를 열고 이재빈 본부장과 김금비 국장을 면직 처분했다. 주성은 당 중앙청년위 대변인 내정도 취소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년들도 많이 배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정치가 국민 생각과 맞추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9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9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징계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국민의힘 박결 중앙청년위원장은 4일 페이스북에 “당 청년들을 지켜달라”는 글을 올렸다. “표현 방식이 정제되지 못했다고 청년이 중범죄를 저지른 범법자와 같은 비난과 조롱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반발이었다. 그는 “사건의 발단부터 징계 이후까지 우리 청년위원들은 아무런 보호가 없었다”며 “이렇게 쉽게 정당에서 청년이 버려진다면 우리 당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며 헌신할 청년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청년이니까 거친 생각이나 언행을 할 수도 있는 건데 단번에 징계해 버리는 식으로 재갈을 물리면 무서워서 앞으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당이 필요할 때는 청년을 위한다고 하지만 정작 청년이 문제가 되니 단번에 자르는 게 이 당의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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