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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제참모 열전④] 트럼프 북미회담 직전 올린 트윗, 김정은 아닌 이남자 챙겼다

중앙일보 2020.10.04 06:00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인 래리 커들로. 지난해 6월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인 래리 커들로. 지난해 6월 모습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싸움닭이 있으면 소방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 참모 구성 얘기다.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그 나름의 질서와 균형은 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이 싸움닭이라면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소방수다.  
 
무역협상부터 틱톡 등 미ㆍ중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이슈에서 나바로는 반중(反中)의 기수로 주로 불을 지르는 역할을 한다. 지난 6월에도 방송에 나가 “다 끝장났다”고 말했지만 커들로는 악시오스 등 다양한 매체에 “그렇지 않다”고 진화 작업을 했다. 
 
지난 8월 미ㆍ중이 1단계 합의 점검을 위해 15일로 예정했던 고위급 회담을 연기한 것을 두고도 커들로는 “일정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분위기 관리에 나섰다. 커들로는 당시 “미국이 중국에 불만스러운 상황인 것은 맞지만, 일단 중국이 엄청난 양의 미국 상품을 구입하고 있다”며 “이 중 대부분은 농산물”이라고도 말했다. 중국 달래기용 메시지인 동시에, 주군인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걸린 11월3일 대통령 선거 역시 염두에 둔 발언이다. 중국이 수입해가는 미국산 대두의 대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트럼프 경제 참모 열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트럼프 경제 참모 열전.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해둘 것은 커들로가 온건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발언이 온건하게 들리는 것은 상대 평가다. 커들로도 입심과 쇼맨십으론 어디 가서 지지 않는다. 이웃 국가인 캐나다의 국가원수인 쥐스탱 트뤼도 총리를 두고 “미국 등에 칼을 꽂으며 배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8년 당시 미국과 캐나다가 철강 관세를 두고 옥신각신하던 때였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든 것도 폭스뉴스와 경제전문 채널 CNBC에서 입담을 과시하면서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두 번 이혼, 마약 중독 극복하고 가톨릭 신자로 새 삶

대학 시절까진 공화당과도, 경제학과도 이렇다 할 인연이 없다. 뉴욕 로체스터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학사를 취득한 그는 프린스턴대에서 공공 및 국제정책 석사과정에 등록하기도 했으나 학위는 받지 못했다. 그는 이후 “(경제학 학위는 못 받았지만) 경제, 그중에서도 무역 관련 내용을 집중해 공부했다”고 주장했다. 대학 시절 그는 테니스 클럽의 스타이면서 진보 성향 동아리에서도 활약했다고 한다. 스스로를 민주당원이라고 소개했던 시절이다.

 
그러다 그는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산하인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재무분석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이후 월스트리트에 맛을 들인 그는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에서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리까지 꿰찬다. 이후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부도가 난 그 베어스턴스다.  
 
지난해 1월 백악관에서 미ㆍ중 무역협상의 중국 측 대표인 류허(맨 오른쪽)의 말을 경청하는 미국 관료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맨 왼쪽)부터 윌버 로스 상무장관, 래리 커들로 NEC 위원장, 피터 나바로 국장, 존 볼턴 NSC 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등의 모습이 보인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월 백악관에서 미ㆍ중 무역협상의 중국 측 대표인 류허(맨 오른쪽)의 말을 경청하는 미국 관료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맨 왼쪽)부터 윌버 로스 상무장관, 래리 커들로 NEC 위원장, 피터 나바로 국장, 존 볼턴 NSC 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등의 모습이 보인다. AP=연합뉴스

 
베어스턴스 재직 중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 스카우트된다. 관리예산처 경제기획국장이라는 요직이다. 그는 레이거노믹스의 감세 및 규제 철폐의 열렬한 신봉자였다. 그러다 레이건 대통령 퇴임과 함께 베어스턴스로 돌아와 1990년대까지 활약한다.  
 
현재 부인인 주디 커들로와는 세 번째 결혼이다. 첫 결혼은 유명 평론 잡지 뉴요커의 에디터와 했으나 1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후 그는 코카인 등 마약에 손을 댔고, 90년대 중반엔 베어스턴스에서 업무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했다. 그는 휴직한 뒤 마약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가톨릭교도가 됐다.  
 

뼛속까지 친트럼프  

 
나바로와 커들로는 물과 기름이다. 나바로가 골수 보호무역주의 신봉자라면 커들로는 자유무역을 옹호한다. 나바로의 반중 기조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둘을 하나로 묶는 끈이 있으니, 트럼프다. 두 인물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한다. 악시오스 등 미국 매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 둘을 함께 중용한 것을 두고 “두 극단을 섞어 그때그때 필요한 메시지를 (중국 등에) 보내려는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중인 커들로 위원장(맨 오른쪽)과 트럼프 대통령. 가운데 괴로운 표정의 인물은 감염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다. AFP=연합뉴스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 중인 커들로 위원장(맨 오른쪽)과 트럼프 대통령. 가운데 괴로운 표정의 인물은 감염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다. AFP=연합뉴스

 
백악관 위계질서만 보면 커들로가 나바로에 판정승을 거뒀다. 커들로가 맡고 있는 백악관 NEC 위원장은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조언을 하는 측근 중 측근이다. 반면 나바로 국장은 NEC 산하 국장으로 좌천된 상황이다.  
 
커들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도 두텁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1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 하나를 올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는 무관한 트윗이었다. 커들로가 심장 마비를 일으켰다고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새러 샌더스 당시 대변인은 “가벼운 심장마비로, 건강엔 이상이 없다”고 부연했다. 커들로는 이후로도 정정하게 소방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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