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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유' 이렇게 알아냈다···스노든도 놀란 한·미 대북 감시망

중앙일보 2020.10.04 06:00
 
지난달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은 북한군의 동향을 비교적 상세히 파악했다. 평소 북한의 기습 공격과 급변사태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해 촘촘한 대북 감시망을 가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용한 배틀그라운드]

 
지난 29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방부가 감청을 통해 ‘연유(燃油)를 발라서 태우라고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군이 그날 상황에 대해 단순 정황이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국회 국방위 소속인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ㆍ미연합 정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팩트 중심으로 분석된다”고 언급했다.  
 
한미 연합군은 북한 지역에서 나오는 암호화된 통신 및 전파를 잡아내 분석하는 첩보능력을 갖추고 있다. 조직과 인원 등 구체적인 활동과 능력은 비밀로 지정돼 외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로이터]

한미 연합군은 북한 지역에서 나오는 암호화된 통신 및 전파를 잡아내 분석하는 첩보능력을 갖추고 있다. 조직과 인원 등 구체적인 활동과 능력은 비밀로 지정돼 외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로이터]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유고설이 돌던 때 정부가 김 위원장의 건재를 사실상 확신할 수 있었던 것도 한ㆍ미 연합군의 대북감시망에 대한 자신감이 바탕이 됐다.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정부는 특이 동향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자신감의 근거는 우선 각종 첨단 장비다. 총격 사건 당시에도 한반도 상공에는 미국의 첩보 정찰기가 떠 있었다. 미국의소리(VOA)는 사건 당일인 22일 오후 통신감청 정찰기인 RC-135V/W 리벳조인트가 서해 상공을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RC-135V/W 리벳조인트는 550㎞ 범위 안에서 전자ㆍ통신정보를 탐지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을 때 반드시 출격하는 정찰기다. 리벳조인트는 미사일 발사 과정에 발신하는 지상 원격 계측 장비 ‘텔레메트리’ 신호도 포착할 수 있다.  
 
북한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한미 연합군은 이때 나오는 각종 전파를 잡아내 분석한다. [조선중앙TV]

북한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한미 연합군은 이때 나오는 각종 전파를 잡아내 분석한다. [조선중앙TV]

RC-12X 가드레일은 감청에 특화한 정찰기로, 370㎞ 거리까지 통신ㆍ교신을 감청한다. 휴전선 부근 북한군 통신을 잡아내는데 탁월하다. EP-3E는 최대 탐지 거리 250㎞ 수준으로, 항공 정찰 통합 전자 시스템(ARIESㆍ에리스)을 싣고 다니며 북한 지역을 감청한다.

 

한·미 공조로 만드는 대북 첩보 

한국군이 운용하는 신호정보수집기인 ‘백두’는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북한에서 발신하는 전자정보를 수집한다. 이같은 신호정보 수집과 분석을 맡는 곳은 ‘777’(일명 쓰리세븐) 사령부다. 이 부대의 존재와 한·미 연합군의 첩보 능력은 미국 국가안전보장국(NSA) 출신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에서도 구체적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지하 벙커에서 한ㆍ미 군 장병이 연합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지하 벙커에서 한ㆍ미 군 장병이 연합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스노든이 폭로한 NSA 내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기준 한국군 첩보 인력은 3100명 수준이다. NSA의 한국 지부인 ‘서슬락’(SUSLAK)에는 777 사령부 요원과 주한미군이 함께 근무하며 24시간 쉴 틈 없이 수집된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한다고 한다.  

 
또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NSA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한국 내 감청기지는 총 22곳이다. 이 중 12곳은 지상의 고정 시설, 8곳은 이동식이며 해상과 공중에서 운용하는 장비도 있다. 첩보기지는 서북도서에서 동해안에 이르는 접경지역에 집중돼 있다. 
 
한국은 이런 형태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5개국 첩보 동맹 체계인 '에셜론(ECHELON) 프로젝트'에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정보 수집 기지는 미국의 세계 주요 우방국에 설치돼 적성국 감시에 쓰인다. 한국에 설치된 기지는 북한군 활동과 이를 지원하는 주변국 감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후쿠오카 세후리산 정상의 항공자위대 제43경계군 기지에는 J/FLR-4 지상 전파 측정 장치가 설치돼 있다. [호주 국립대]

일본 후쿠오카 세후리산 정상의 항공자위대 제43경계군 기지에는 J/FLR-4 지상 전파 측정 장치가 설치돼 있다. [호주 국립대]

이처럼 NSA는 한국과 매우 밀접하게 첩보를 공유하지만, 그 능력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반세기 전인 1970년대 일본에 설치한 ‘J/FLR-4’ 감청시설의 경우 최대 5000㎞ 이내의 전파를 수집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정도 감청 범위라면 한반도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를 포괄할 수 있다.

 

하늘·땅, 우주에서도 보고 듣는다 

첩보 기술은 날이 갈수록 정밀해진다. 스노든은 ‘스테이트룸 작전(Operation Stateroom)’도 언급했는데 크기가 작은 소형 안테나로 감청뿐 아니라 인터넷 통신 내용도 가로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NSA도 미국의 수많은 첩보 조직 중 일부다. 상위기구인 국가정찰국(NRO)은 네메시스(NEMESIS)ㆍ레이븐(Raven)ㆍ오리온(Orion) 등 위성을 투입해 신호정보(SIGINTㆍ시긴트)를 수집한다. 위성의 안테나는 통신(COMINT)ㆍ레이더 전파(ELINT)ㆍ미사일 텔레메트리(MASINT) 등 사실상 지구상에서 주고받는 모든 전파를 잡아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이 수집하는 영상정보도 위력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잘 안다. 구석구석(every inch)까지 안다”며 이를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키 홀(Key Holeㆍ열쇠 구멍)로 불리는 첩보위성은 미국 정보력의 상징과도 같다. 초정밀 디지털카메라와 야간 촬영도 가능한 적외선 탐지기를 갖춘 최신형 키 홀은 대당 10억 달러(약 1조 2190억원) 수준의 최첨단 장비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정보 당국자는 “키 홀 위성이 정밀 모드로 촬영하면 지상에서 신문을 읽는지, 아니면 잡지를 읽는지까지 구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은 평소 600㎞ 고도에서 활동하지만 필요한 경우 300㎞까지 고도를 낮춰 영상 해상도를 높이기도 한다.
 
2017년 8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특수부대의 백령도와 대연평도 점령을 위한 가상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2017년 8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특수부대의 백령도와 대연평도 점령을 위한 가상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스노든이 폭로한 내용을 종합하면 키 홀 첩보위성인 KH-12의 해상도는 지상 1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수준으로, 5초에 한 번 사진을 찍어 지상으로 전송한다. 기술이 더 뛰어난 KH-13 1㎝ 수준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고 180초 길이의 동영상도 촬영해 보낸다.

 
미국은 키 홀 뿐 아니라 라크로스 합성개구 레이더 위성(SAR), 적외선 탐지 조기 경보위성, 우주기반 적외선탐지체계 등으로 북한 전 지역을 감시한다. 첩보위성은 매일 14~15차례 정도 지구를 돌면서 하루 1번꼴로 북한 상공을 촬영한다.
 
지난 6월 21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대수압도 앞에 북한 경비정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1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대수압도 앞에 북한 경비정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다만 24시간 내내 위성으로만 감시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이 빈틈을 정찰기를 띄워 메운다. 고고도 전략 정찰기 U-2S 드레곤 레이디는 휴전선 인근에서 최대 7~8시간씩 비행한다. U2-S는 15~20㎞ 고도에서 150㎞ 떨어져 있는 지역의 사진을 찍는다. 고해상도 영상장비는 지름 1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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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20㎞ 고도에서 24~36시간 동안 날면서 200㎞ 떨어져 있는 지상 30㎝ 크기의 물체를 정찰하는 고고도 무인 정찰기(HUAV) RQ-4 ‘글로벌 호크’를 투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국, 인접 지역 감청·휴민트 정보에서 유리"

E-8C 조인트 스타스는 300㎞ 떨어진 상공에서 지상 표적 600여 개를 동시에 감시한다. 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탑재한 이동형 발사대(TEL) 움직임을 살핀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쏠 경우 RC-135S 코브라 볼에서 탄도 미사일 궤적을 추적하고 영상도 촬영한다.
 
지난달 24일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어업지도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욱 국방부 장관. [뉴스1]

지난달 24일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어업지도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서욱 국방부 장관. [뉴스1]

한국의 미국 의존도가 높은 게 바로 이 영상정보다. 한국이 자체 운용하는 인공위성 해상도는 1m 수준으로, 미국의 키 홀 위성에 비해선 크게 떨어진다. 한국군 RC-800G 금강 정찰기는 최대 180㎞까지 영상을 촬영할 수 있어 정찰 범위는 휴전선 부근에 그친다.

 
다만 우리가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정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북한 인접 지역에서 얻는 감청 정보와 사람을 통해 얻는 정보(휴민트)에선 우리가 미국에 비해 유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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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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