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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 800m에 100m 발전기 웬말" 산골마을 뒤집은 풍력발전

중앙일보 2020.10.04 05:00
전남 화순군의 산골 마을이 풍력 발전시설 규제 완화를 놓고 화순군의회와 갈등에 휩싸였다. 마을 주민들은 집 앞에 들어설 대형 발전시설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지만, 규제 완화 조례안을 통과시킨 의회는 화순군의 풍력발전 규제가 타 지자체보다 너무 강하고 정부도 완화를 요구하는 만큼 피할 수 없다고 맞선다.

화순군 기존 규제…'민가에서 풍력 발전시설 1.5~2㎞ 이격'
'500~800m 완화' 개정안 나오자 마을 주민들 “절대 반대”
군의원 “규제 너무 강해”…주민 “저주파 소음 피해 커”

 

화순 풍력발전 규제 어떻길래

지난달 22일 전남 화순군의회에서 풍력 발전시설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2일 전남 화순군의회에서 풍력 발전시설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4일 화순군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10가구 미만 주거지의 경우 500m, 10가구 이상 주거지는 800m 거리만 두면 풍력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발의됐다.
 
 기존 조례안은 10가구 미만 주거지는 풍력 발전시설과 1.5㎞ 이상 떨어져야 하고 10가구 이상이면 2㎞ 거리를 두도록 제한했다. 종전 규제를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개정 조례안은 비슷한 내용으로 지난 6월에 입법 예고됐다가 화순군 동복면 인근 7개 마을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됐었다.
 
 3개월 만에 다시 등장한 개정 조례안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하다. 임종표 풍력발전반대위원회 총무는 “500m 앞에 풍력 발전시설이 들어올 만한 곳은 벌써 이사를 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며 “머리 위에 100m짜리 발전기가 돌아갈 때 나오는 저주파 소음 등 환경 변화에 뒤따를 주민들의 고통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말했다.

 

“풍력 발전업체들 눈독 들인 땅”

 
지난달 22일 전남 화순군의회에서 열린 풍력 발전시설 규제 완화 조례 토론회에서 주민들과 군의회 측이 찬반 토론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2일 전남 화순군의회에서 열린 풍력 발전시설 규제 완화 조례 토론회에서 주민들과 군의회 측이 찬반 토론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규제 완화는 화순 전역에 적용되지만, 동복면에서 가장 반대가 거세다. 익명을 원한 동복면 한 주민은 “동복면 인근이 산지인 데다 바람도 꽤 불어 풍력 발전업자들이 눈독 들이는 곳”이라며 “인접한 동면에도 8기의 발전 시설이 있는데 이곳에 발전시설을 더 들이려다 주민 반대 때문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화순군의회에 따르면 한 풍력 발전업체가 이번 규제 완화 조례가 상정되기 전에 동복면 인근에 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받아둔 상태다.
 
 조례안을 발의한 화순군의원은 규제 완화는 피할 수 없다고 맞선다. 이선 화순군의회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서 풍력 발전 규제 내용을 두고 완화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내 조례안을 낸 것”이라며 “전국 236개 지자체 중 풍력 발전시설 규제가 없는 곳이 174개, 있는 곳이 52개인데 화순군의 규제는 다른 곳보다 매우 심한 편”이라고 했다.
 

조례안 수정 통과됐지만…갈등 불씨 남아

 
 화순군의회는 지난달 25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500·800m의 거리 제한을 뒀던 개정 조례안을 10가구 미만은 800m, 10가구 이상은 1.2㎞ 거리를 두도록 수정해 통과시켰다. 기존 규제와 개정 조례안 사이의 절충안을 가결시킨 셈이다. 개정 조례안을 냈던 이선 의원은 “개정 취지를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했고, 주민들은 “원래 규제조건을 되돌려 놓으라”고 주장해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개정 조례안을 수정해 통과시킨 소관 상임위는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류영길 화순군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도 있지만, 중기부에서도 풍력 발전 조례를 짚고 수정을 요구해왔다”며 “화순군의 규제가 센 편이기 때문에 종전으로 되돌릴 수도 없어 규제 완화 폭을 줄이는 형태로 통과시킨 것”이라고 했다.
 
화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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