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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없는 '생뚱맞은 비행' 당일 완판…항공사 두번 웃는다

중앙일보 2020.10.02 10:00
A380 관광상품의 홍보 이미지. 사진 아시아나항공

A380 관광상품의 홍보 이미지. 사진 아시아나항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신개념 여행인 ‘종착지 없는 비행’ 상품이 판매 당일 완판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에 목마른 소비자의 갈증을 저격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숨은 전략이 있다는 게 항공업계의 평가다.   
지난 2014년 독일 함부르크 에어버스 도색공장에서 도색을 완료한 아시아나 A380 1호기가 격납고를 빠져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2대 도입을 시작으로 2015년 2대, 2017년 2대 등 총 6대의 에어버스380을 도입했다.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 2014년 독일 함부르크 에어버스 도색공장에서 도색을 완료한 아시아나 A380 1호기가 격납고를 빠져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2대 도입을 시작으로 2015년 2대, 2017년 2대 등 총 6대의 에어버스380을 도입했다. 사진 공동취재단

관광 비행 상품, 판매 당일 완판

하나투어는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가상 해외여행 상품인 ‘스카이라인 여행’이  판매 첫날 모두 팔렸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이 여행상품은 아시아나항공의 A380 항공기를 타고 이달 24일과 25일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강릉ㆍ포항ㆍ김해ㆍ제주 상공을 비행한 뒤 오후 1시 20분 인천국제공항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지난달 25일 오전 10시부터 판매를 시작한 이 상품은 310석 가운데 응급환자용 좌석을 뺀 284석이 전부 예약됐다. 이 여행 상품은 아시아나항공과 하나투어가 각각 절반가량씩 예약을 나눠 맡았다.  
 
앞서 지난달 24일 아시아나항공이 판매한 비즈니스 스위트석과 비즈니스석은 20분 만에 매진됐다. 비즈니스 스위트는 기존 일등석(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그대로 이용하되, 서비스는 비즈니스 클래스와 동일하게 받는 자리다.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일등석 운영을 중단하고 비즈니스 스위트를 도입해 운영해왔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등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등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해외 못 가니 기분이라도”…예약 봇물

이 여행상품의 가격은 비즈니스 스위트석 30만 5000원, 비즈니스석 25만 5000원, 이코노미석 20만 5000원으로, 비즈니스석과 이코노미석의 경우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2인석인 1명, 3~4인석엔 2명만 탑승하는 형태다. 이 때문에 실제 가용 좌석 수보다 185석 줄어든 310석만 운영된다.  
 
탑승객 전원에게 기내식과 어메니티 키트, 국내선 50% 할인쿠폰에 기내면세품 할인 쿠폰이 제공된다. 마일리지도 정상적으로 제공돼 비즈니스스위트석은 828마일, 비즈니스석 690마일, 이코노미석 533마일이 적립된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관광 비행이 이뤄지는 것은 국적 항공사 가운데 첫 시도”라면서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는 초대형 항공기인 A380 기종은 그동안 국내선 항공편에 투입이 되지 않아 소비자의 관심이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에 대비해 항공기 안전 정비를 강화했다고 지난 7월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5~6월로 예정됐던 항공기 5대의 중정비 일정을 앞당겨 3~4월 중 완료하고, 외주 정비를 하려던 4대의 항공기는 자체적으로 정비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에 대비해 항공기 안전 정비를 강화했다고 지난 7월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5~6월로 예정됐던 항공기 5대의 중정비 일정을 앞당겨 3~4월 중 완료하고, 외주 정비를 하려던 4대의 항공기는 자체적으로 정비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항공사, 매출+정비까지 일석이조

아시아나항공이 이런 이색 상품을 내놓은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경영난을 일부라도 해소하겠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특히 A380 6대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은 해외 하늘길이 대부분 막히면서 초대형 기종인 A380을 놀리고 있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A380 같은 고가의 대형 기종의 경우 최소한의 운항 횟수를 만들어야 시스템 정비 등을 진행할 수 있다”면서 “A380 기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어 코로나19 이후 항공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전략도 숨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9일 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항공 A380 항공기가 멈춰서 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당시 국토부는 태국 항공청 등에 아시아나항공 A380 기종 조종사들이 태국 방콕에 있는 항공훈련센터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입국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9일 인천국제공항에 아시아나항공 A380 항공기가 멈춰서 있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당시 국토부는 태국 항공청 등에 아시아나항공 A380 기종 조종사들이 태국 방콕에 있는 항공훈련센터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입국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비행 라이선스 유지 해법” 분석도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시아나항공 소속 기장과 부기장의 항공기 비행 라이선스 유지를 위해서란 분석도 나온다. 항공기의 경우 기종마다 조종 면허가 다른데 일정 시간 비행을 못 하면 면허가 상실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A380 항공기의 모의비행장치(시뮬레이터)를 확보하고 있지 않아 자체적인 훈련이 어렵다.  
 
다른 기종의 경우 화물기 운항 등으로 비행시간을 채울 수 있지만, A380은 화물기 투입이 안 돼 기장 및 부기장이 자격 유지를 위해 승객을 태우지 않은 국지 비행을 하는 실정이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A380 기종의 조종사는 90일 이내 해당 기종의 이착륙 3회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조종 자격 유지가 가능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경우 A380 시뮬레이터를 통한 비행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시뮬레이터가 없는 아시아나항공이 A380을 투입한 비행 상품을 내놓은 것은 적절한 해법”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관광객들이 지난달 19일 타이베이공항을 출발 목적지인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않은 채 제주 상공을 선회한 뒤 대만으로 다시 회항하는 항공편 체험상품인 '제주 가상출국여행'에 참여해 기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기획은 코로나19로 국가 간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이색적인 한국여행 마케팅으로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 타이베이지사는 대만 중대형여행사 이지플라이(ezfly, 易飛網), 항공사 타이거에어(台灣虎航)와 공동으로 제주 상공을 여행하는 항공편 체험상품인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프로모션’ 상품을 11일 정오에 출시, 4분 만에 판매가 완료되는 인기를 보였다. 이번 상품에는 코로나 극복 후 한국과 대만의 관광교류가 재개되는 시점부터 1년 이내 사용할 수 있는 방한 왕복항공권이 포함되어 있다. 뉴스1

대만 관광객들이 지난달 19일 타이베이공항을 출발 목적지인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않은 채 제주 상공을 선회한 뒤 대만으로 다시 회항하는 항공편 체험상품인 '제주 가상출국여행'에 참여해 기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기획은 코로나19로 국가 간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만 시장을 타깃으로 한 이색적인 한국여행 마케팅으로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국관광공사(사장 안영배) 타이베이지사는 대만 중대형여행사 이지플라이(ezfly, 易飛網), 항공사 타이거에어(台灣虎航)와 공동으로 제주 상공을 여행하는 항공편 체험상품인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프로모션’ 상품을 11일 정오에 출시, 4분 만에 판매가 완료되는 인기를 보였다. 이번 상품에는 코로나 극복 후 한국과 대만의 관광교류가 재개되는 시점부터 1년 이내 사용할 수 있는 방한 왕복항공권이 포함되어 있다. 뉴스1

대한항공도 관광비행 상품 개발 검토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세계 항공업계는 도착지 없는 비행 상품 도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적 항공사들도 관광 비행 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대만과 일본의 경우 일부 항공사가 여객 수요 추락 보전을 위해 관광 비행 상품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가 대만 여행사인 이지플라이, 타이거에어와 공동으로 제주 상공을 여행하는 항공편 체험상품을 출시해 4분 만에 판매가 완료되기도 했다.  
 
일본 항공사 ANA는 도착지 없는 비행의 하나로 하와이 여행 기분을 내도록 기획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에선 에어부산이 지난달 10일 국내 상공을 비행하다가 출발지로 돌아오는 방식의 도착지 없는 비행을 처음 운항했다. 다만 당시 비행은 여행ㆍ관광용이 아닌 항공관광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교육용이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색다르고 안전한 여행 상품 개발이 화두”라면서 “방역 시스템과 연계해 외국인 관광객 대상의 한국 항공일주 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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