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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낮춰준다는 말 믿었다가…대환대출 권유 전화 조심하세요

중앙일보 2020.10.02 09:00
스마트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 픽사베이]

스마트폰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사진 픽사베이]

지난 8월 12일 서울남부지법에선 사기·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중국인 A(30)씨와 또 다른 중국인 B(38)씨가 각각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고령층이 대출금리를 단 0.01%라도 낮추려는 심리를 역이용했다. 대환대출을 권유하면서 억대 돈을 송금받는 방식이다.

 

[사건 추적] 보이스피싱으로 억대 송금받은 중국인들

이번에 검거된 범죄자들은 대출금리를 낮추려는 심리를 역이용했다. [연합뉴스]

이번에 검거된 범죄자들은 대출금리를 낮추려는 심리를 역이용했다. [연합뉴스]

피고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0.5%)를 역대 최저치로 낮췄다는 점에 주목했다. 건국 이래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에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대출 수요가 증가하자 하나은행(하나원큐신용대출)·우리은행(우리WON하는직장인대출)·NH농협은행(NH로 바꿈대출) 등 시중은행이 앞다퉈 대환대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를 노렸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기존 대출을 상환하면 신용등급이 상승해 대출 한도가 늘고 금리도 낮아진다”며 대환대출을 권유했다. 이 과정에서 J사나 K사 등 대부업체 직원이나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사칭했지만, 피해자에게 대출해줄 의사나 능력은 없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가 금리가 하락해 속이 쓰리던 사람들이나, 한 푼 두 푼 용돈을 모아 대출을 갚아보려는 사람들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은 매력적인 유혹이었다. 알려진 것만 6명의 피해자가 599만~9000만원을 각각 송금했다. 이들이 송금한 금액은 모두 1억2104만원이다. 판결 선고일까지 피고인들은 피해 금액을 전혀 변제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수뇌부는 검거망 피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설계한 이들은 검거망을 빠져나갔다. [사진 셔터스톡]

보이스피싱 범죄를 설계한 이들은 검거망을 빠져나갔다. [사진 셔터스톡]

문제는 이번에 붙잡혀 실형을 살게 된 중국인들과 별개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계획한 이들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실형이 선고된 중국인들은 인터넷 구인 구직사이트에서 알게 된 정체불명의 인물로부터 ‘해당 계좌에 입금되는 돈을 출금해 무통장 송금하면 수고비를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 피해자로부터 입금을 권유한 은행 계좌와 체크카드도 이들이 제공했다. 여기서 “피고인들은 자신의 행동이 보이스피싱 범죄와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예상하고도 제안을 수락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이 돈을 송금하면, 이 돈의 일부(2226만원)를 체크카드로 인출해 이번 범죄를 계획한 이들이 알려준 별도의 계좌로 재송금했다. 검거된 중국인들은 수뇌부의 수족 역할만 했을 뿐,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수뇌부는 따로 있다는 뜻이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방식의 보이스피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서울남부지법 형사4단독(박성규 부장판사)은 “다수가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계획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기망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죄질이 나쁘고 해악이 심각하다”며 “범죄가 점조직 형태로 이뤄져 전체 조직원을 검거하기 어렵기 때문에, 범행의 일부에 가담한 조직원도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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