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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거꾸로 가는 전략'으로 한 해 200억원 버는 중기

중앙일보 2020.10.02 09:00
국내에서 한 해 400만대가 팔리는 가전제품이 있다. 공기청정기가 그렇다. 단일 가전으론 최대다.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청정기 수요가 꾸준히 커지는 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도 꾸준하다. 그런 만큼 '레드 오션' 시장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대기업은 물론 샤오미 같은 중국 업체들까지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살벌한’ 공기청정기 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부상 중인 업체가 있다. 스타트업인 클레어가 주인공이다.  
 
클레어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뽑은 글로벌 강소기업에 선정됐고, 한국브랜드만족지수 1위에도 올랐다. 공기청정기 분야에서 대기업과 나란히 언급될 정도의 실력도 갖췄다. 이 회사의 성장 전략은 독특하다. 다른 업체들이 공기청정기의 고급화ㆍ대형화를 추구하는 반면, 클레어는 10만원 중반대의 소형 공기청정기를 주력으로 한다. 공기청정기는 거실에만 있는 게 아니라 ‘방마다’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지난달 24일 서울 양재동 클레어 본사에서 이 회사 이우헌(48·사진) 대표를 만나 성장 비결을 물었다. 이 대표는 대기업에서 IT 컨설턴트로 일하다 2014년 클레어를 창업했다. 창업 첫해 5700만원이었던 클레어의 매출은 올해 200억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다.  
이우헌 클레어 대표. 사진 클레어

이우헌 클레어 대표. 사진 클레어

성장 전략이 독특하다.  
”어찌 보면 기존 업체와는 정반대다. 기존 대형업체들은 쓸만한 공기청정기 한 대 사려면 최소 수십만원은 줘야 한다. 크기도 크다. 그렇다 보니 공기청정기는 마루에 한 대 있는 제품이란 인식이 강했다. 여기서 틈새시장을 발견했다. 우린 복잡한 기능은 줄이고, 가격을 낮췄다. 그래서 우리 제품들은 평균 20㎡ 정도(약 6평)의 공간을 대상으로 한다. 이렇게 하면 가정마다 3~4대의 공기청정기를 팔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기청정기 관련 기술력을 쌓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공기청정기의 핵심은 필터다. 마침 금성사 엔지니어 출신인 장인어른이 취미로 공기청정기 필터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계셔서 필터에 대한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직접 개발한 제품을 집에 놓고 생활해본 결과 미세먼지 수치를 ‘0’까지 내릴 수 있었지만, 제품 판매는 부진했다. 다른 아시아 시장을 두드려보고, 각종 박람회도 돌아다녔지만, 신통치 않았다. 생각보다 판로 개척이 참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
 
판매망은 어떻게 뚫었나.  
“기술이 있다고 잘 팔리는 건 아니었다. 소비자 구미에만 맞으면 될 줄 알았는데. 마련해뒀던 투자금이 바닥이 드러나고 있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제품을 올려봤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24시간 만에 모금액을 초과 달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바이어와도 연이 닿았다. 나중에 바이어에게 물어보니 ‘기술도 기술이지만, 이 제품을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소개가 좋았다고 하더라.”
 
이런 경험 덕인지 클레어는 중소 스타트업치고 매우 공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등을 잘 활용하는 업체로 평가받는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제품 인지도도 높이고, 자금도 수혈받는 식이다. 2017년에는 카카오메이커스의 투자도 유치했다. 이 회사 제품은 현재까지 미국과 중국 등 14개 국가에 수출됐다. 누적 수출 대수는 50만대에 달한다. 이 회사 전체 매출 중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대다. 
 
왜 해외진출에 사활을 거나.
“안정적인 매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선 꼭 필요하다. 국내 시장만 생각하면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봄에만 팔릴 것 아닌가. 하지만 거래 국가가 늘어나면 휴가철인 7~8월 정도만 비수기가 된다.”  
클레어의 공기 청정기. 대기업과 달리 10만원 대의 소형 제품을 주력으로 한다. 사진 클레어

클레어의 공기 청정기. 대기업과 달리 10만원 대의 소형 제품을 주력으로 한다. 사진 클레어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사업 초기엔 “만들어오면 제품을 팔아주겠다”는 말만 믿고 덜컥 7000대의 공기청정기를 만들었다가 2년 가까이 재고를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다. 제조원가를 비롯해 창고비용까지 ‘생돈’으로 나갈 때였다. 생산을 맡긴 업체와는 소송전까지 벌였다. 디자인 금형 등의 소유권을 빼앗길 뻔한 위기였다. 
 
당시의 어려움 때문에 그는 재고관리에도 신중을 기한다. 선주문 기반의 능동형 커머스 플랫폼인 카카오메이커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다. 카카오메이커스를 활용하면 클레어 같은 중소 제조사는 크라우드펀딩을 받는 것처럼 사전 수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제품을 만들면 된다.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제품을 알리는 효과도 거둔다.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그는 공기청정기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입히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 직접 접근하는 시장(D2CㆍDirect-to-Consumer)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다. IoT 기술을 통해 언제 필터 교체 등이 필요한지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계획대로라면 공기청정기 필터 등을 정기적으로 교체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그는 “계획대로라면 제조사가 직접 소비자에게 신선한 필터를 배송하는 '신선 배송'도 가능해진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은 더 저렴하면서 필터 관리도 정기적으로 할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 확실한 가치를 주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면 성장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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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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