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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닳는 추석…타향살이 자녀들 "영상통화 하니 더 보고싶어요"

중앙일보 2020.09.30 12:00

“이번 추석에는 부모님께 두 돌 된 우리 아기 훌쩍 큰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서울에 직장을 둔 워킹맘 김모(32)씨는 올해 설 명절 이후 8개월간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장거리 이동이 부담돼서다. 김씨는 “부모님은 건강이 최우선이니 집에 내려오지 말라고 했다”며 “아기가 고새 10cm 정도 자랐다.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아이 큰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일상 이야기 도란도란 나누며 식사하고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구로구는 '고향 부모님께 사랑의 손편지 쓰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로 고향에 못 가는 아쉬움을 편지로 전해주자는 것으로 다음달 11일까지 구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할 수 있다. [사진 구로구]

구로구는 '고향 부모님께 사랑의 손편지 쓰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로 고향에 못 가는 아쉬움을 편지로 전해주자는 것으로 다음달 11일까지 구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할 수 있다. [사진 구로구]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명절에 부모와 ‘생이별’을 겪는 이들이 있다. 부모와 떨어져 사는 타향살이 자녀들이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김모(40)씨는 “대구에 계신 부모님을 설 이후 뵙지 못해 5살 아이와 명절을 앞두고 영상 통화로 인사했다. 영상 통화를 끝내고 나니 부모님이 더 보고 싶다”며 “우리는 잘 지내고 있으니 건강 꼭 잘 챙기시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경북에 고향을 둔 직장인 전모(28)씨는 “대구에 사는데 기차를 타고 본가로 이동하기 조심스러워 이번엔 가지 않기로 했다”며 “가족의 힘이 내겐 너무 크다. 연락도 자주 못 하고 표현이 부족한 딸이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응원해주는 우리 가족이 그립다”고 전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정모(28)씨도 “부모님이 대구에 계시는데 7개월간 보지 못했다. 추석에도 못 봐 서럽다”며 “얼마 전 조카가 태어났다는 소식 듣고 엄마에게 연락했는데 무뚝뚝한 줄로만 알았던 엄마가 ‘네가 건강한 것만으로도 칭찬한다’고 해 울컥했다”고 털어놨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28)씨가 조카가 태어난 것을 두고 어머니와 나눈 대화 내용. [정씨측 제공]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28)씨가 조카가 태어난 것을 두고 어머니와 나눈 대화 내용. [정씨측 제공]

 
서울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이모(26)씨는 “부모님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부산에서 생활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되실까 걱정돼 추석은 혼자 보내기로 했다”며 “4~5년간 추석을 함께 보냈고 가족 수가 많은 편이 아니라 부모님이 이번 추석은 적적하게 지나갈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고 밝혔다. 이어 “4개월간 부모님을 뵙지 못했는데 맛있는 음식 먹을 때마다 함께 부모님, 그리고 조부모님과 외식했던 날들이 떠오른다”며 “하루빨리 일별 확진자 수가 줄어들길 바라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움 가득한 추석…영상 편지로 안부 인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4일 추석을 앞두고 충남 논산시 벌곡면의 한 교차로에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24일 추석을 앞두고 충남 논산시 벌곡면의 한 교차로에 고향 방문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자식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자녀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을까 우려한 부모들도 행동에 나섰다. 연휴를 앞둔 전남 보성군 득량면 거리에는 ‘아들, 딸, 며느리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안 와도 된당께~“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경북 칠곡군에서는 고향 방문을 자제하자는 내용이 담긴 글을 남기고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어르신, 재경향우회 회원, 종갓집 종손, 노인회장 등의 자발적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노인복지단체에서는 가족 간 그리움을 달랠 수 있도록 영상편지를 마련하고 있다. 경북 의성군은 홀로 사는 어르신 1873명을 대상으로 영상을 촬영했다. 추석 연휴 기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자녀에게 보낼 안부 영상이다. 충북 옥천군 노인장애인복지관도 어르신 가정 5곳을 선정해 영상편지를 제작했다. 자녀와 떨어져 홀로 추석을 맞는 노인들이 대상이다. 복지관은 이 영상을 지난 25일부터 자녀들에게 전송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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