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을진미 수확량 반토막 난다” 칼 맞는 대추나무들 사연

중앙일보 2020.09.30 05:00

“열매 달리게 하려고” 나무 곳곳에 칼집 

노지에서 기른 대추가 이상 기후 영향으로 열과 현상을 보인다. 최종권 기자

노지에서 기른 대추가 이상 기후 영향으로 열과 현상을 보인다. 최종권 기자

 
지난 28일 충북 보은군 보은읍 성족리의 한 대추밭. 농민 김홍래(59)씨는 “24년 동안 대추 농사를 지으면서 올해처럼 작황이 부진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50일이 넘는 긴 장마 영향으로 노지 대추가 큰 피해를 보면서 올해 수확량이 평년보다 40% 이상 줄어든 7t~8t 수준을 예상한다”고 했다. 그동안 김씨는 2만1120㎡ 규모의 노지 대추밭과 비 가림 시설에서 한해 생대추 17t~20여t을 수확해왔다.

농가 “노지 대추 피해크다” 하소연
장마 50일 지속…착과율 떨어져
8월 일조시간 하루 0.8시간 불과
코로나 극복 위해 가격 동결 결정

 
 이날 대추나무 줄기 곳곳에는 칼로 그은 흔적이 보였다. 이른바 ‘환상박피’라 불리는 농법으로, 짧은 광합성으로 열매를 맺히게 하거나 뿌리에서 나뭇가지로 가는 수분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기술이다. 김씨는 “인위적으로 대추를 달리게 하려고 줄기 표피에 칼집을 낸 것”이라며 “환상박피를 했어도 일부 나무에선 꽃이 떨어지고, 대추가 쪼글쪼글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비 가림 시설에서 키운 대추는 예년과 비슷한 수확량이 예상돼 10월 초순에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장마 지속하자 달린 열매도 ‘우두둑’

김홍래씨가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한 노지 대추 나무를 보여주고 있다. 나무 상부를 제외한 줄기에 대추 열매가 달리지 않거나 떨어졌다. 최종권 기자

김홍래씨가 수확량이 급격히 감소한 노지 대추 나무를 보여주고 있다. 나무 상부를 제외한 줄기에 대추 열매가 달리지 않거나 떨어졌다. 최종권 기자

 
 보은읍 어암리에서 대추 농장을 하는 신동우(53)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설 재배 대추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1만3200㎡ 규모 노지 대추밭이 태풍과 호우 피해를 봤다. 신씨는 “야외에 있는 나무는 배수 조절을 할 수 없어서 수분을 많이 머금게 됐다”며 “장마 영향으로 줄기가 썩고, 수분 공급이 많아지다 보니 열매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보은군은 1990년대부터 고소득 작물 육성사업의 목적으로 성족리 등 관내 농경지에 대추나무를 심었다. 보은에는 1400여 농가가 750㏊에서 국내 유통량의 10%에 해당하는 2600t의 대추를 매년 생산한다. 이 중 3분의 2가량이 생대추 상태로 유통한다. 보은군은 올해 대추 생산량을 1600t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40% 줄어든 결과다.
 
 대추 농가는 올해 1차, 2차 개화기에 대추 열매가 많이 열려 대풍을 기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3차 개화기인 7~8월에 집중호우와 장마가 지속하면서 열매가 덜 달리거나, 일조량 부족으로 기존 열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추축제 앞두고 “가격 동결, 택배비 공짜”

보은 대추농가가 장마로 인해 수분 함량이 높아진 나무에 칼집을 내는 '환상박피' 작업을 했다. 뿌리에서 줄기로 가는 영양분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켜 열매를 맺게 하려는 목적이다. 최종권 기자

보은 대추농가가 장마로 인해 수분 함량이 높아진 나무에 칼집을 내는 '환상박피' 작업을 했다. 뿌리에서 줄기로 가는 영양분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켜 열매를 맺게 하려는 목적이다. 최종권 기자

 
 올해 보은지역 월평균 강수량은 6월 171.7㎜, 7월 461.5㎜, 8월 379.2㎜로 나타났다. 풍작을 보였던 2019년과 비교하면 6월 58.2㎜, 7월 200㎜, 8월 145㎜ 등으로 배 이상 비가 많이 왔다. 최병욱 보은대추연합회장은 “보은대추는 8월 일조 시간이 하루 5시간 이상 돼야 풍년을 기대할 수 있는데 올해는 흐린 날이 많아 하루 0.8시간에 불과했다”며 “착과가 됐던 열매가 떨어지고, 수정이 안 된 나무가 많아 생산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보은대추 연합회는 올해 생산량이 급감했음에도 생대추 판매 가격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했다. 대추 지름 24㎜(1㎏ 기준)가 1만원, 26㎜ 1만3000원, 28㎜ 1만8000원, 30㎜ 2만원, 32㎜ 2만5000원 등이다. 최 회장은 “생산량과 관계없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을 위해 지난해 가격으로 생대추를 팔기로 했다”며 “2000원~2500원 하는 택배비도 농가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북 보은군 보은읍의 한 비가림 시설에 있는 대추 나무. 비피해를 덜 받아 수확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종권 기자

충북 보은군 보은읍의 한 비가림 시설에 있는 대추 나무. 비피해를 덜 받아 수확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종권 기자

 
 보은군은 생대추 수확 시기에 맞춰 다음 달 16일부터 보름간 대추축제를 연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보은읍 뱃들공원 판매장을 열지 않고,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농가들은 성족리 일원에 드라이브 스루 판매장을 만들 계획이다. 보은군 관계자는 “보은대추 명성을 위해 농가들이 가격 동결을 결정한 만큼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대추 판매를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