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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희의 문화 예술 톡] 모네 ‘인상, 해돋이’와 프랑스의 예술 외교

중앙일보 2020.09.30 00:07 종합 24면 지면보기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코로나 이후 문화 예술 전시가 주춤했던 중국 상하이의 ‘분드 원 아트 뮤지엄’에서 지난 19일 인상파 회화의 주요 작품 47점을 선보이는 전시 오프닝이 있었다.  
 
이 전시에는 인상파 역사상 가장 중요한 그림이자 프랑스의 국보급 예술품인 모네의 ‘인상, 해돋이’가 포함됐다. 이 그림의 중국 행은 올여름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들이 보도할 정도로 프랑스 문화계의 주요 뉴스거리였다.
 
모네의 1872년 작인 이 그림은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스 북부의 항구 도시 르아브르의 아름다운 일출을 묘사하고 있다. 파랑과 회색의 파스텔 톤의 바다에서 붉은빛으로 떠오르는 태양과 바다에 반사되는 태양 빛, 그리고 아직 어두운 새벽에 검은 실루엣으로 보이는 배와 배 위의 사람들을 그린 이 그림은 자세한 묘사를 배제한 자유로운 붓질로 일출에서 느껴지는 화가의 감상을 최대한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파리에서 1874년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작가들이 모여서 개최한 전시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고전주의 풍의 사실적인 회화가 주류를 이루던 프랑스 화단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클로 드 모네, ‘인상, 해돋이’, 1972, 마르모탕 미술관.

클로 드 모네, ‘인상, 해돋이’, 1972, 마르모탕 미술관.

모네를 비롯한 전시에 참여한 화가들은 전시 오프닝 후에 쏟아진 거센 혹평을 감내해야 했다. 평론가 루이 루후아는 이 작품의 제목을 인용하여 이들 작가들을 ‘인상파(Impressionist)’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비아냥거렸다. 인류가 가장 사랑하는 미술 장르인 인상파가 그렇게 탄생했고, 모네의 ‘해돋이’는 1938년부터 파리의 마르모탕 미술관에 소장돼왔다.  
 
현대에 와서 전 세계 미술관들이 이 작품의 대여를 타진했지만, 천문학적인 액수의 보험료는 둘째치고라도 마르모탕 미술관의 최종 대여 허가를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1964년 정식 수교를 맺고 중국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이어오던 프랑스는 중국의 코로나 사실 은폐나 허위 뉴스 유포 등을 적극 비난해왔고, 프랑스에 화웨이 5G 장비를 투자하는 것에 공을 들인 중국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기도 하였다. 그러한 중국에 인상파의 모나리자라고 할 수 있는 모네의 ‘해돋이’를 대여해주는 모습은 달리는 말에게 채찍질을 한 후에 달콤한 당근을 준다는 ‘당근과 채찍’의 서양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으론 세계 최고의 소비 시장인 중국에 프랑스가 안착하기 위해 프랑스의 매력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소프트 파워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를 바라는 프랑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속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장거리 여행이 매우 힘들어진 작금 창작된 후 150년 만에 중국을 찾은 모네의 ‘해돋이’를 볼 수 있게 된 중국인들의 호사가 부럽다.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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