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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석 민심 두려웠나, 주요 사안 뭉개는 여권

중앙일보 2020.09.30 00:04 종합 30면 지면보기
추석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고향행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추석이다. 언제나 추석 민심은 정국 흐름의 가늠자 역할을 해왔다. 예년만큼 이동이 자유롭지 않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통해 전해지는 ‘민심 풍향계’는 이번에도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그게 두려웠을까. 그렇지 않다면 무언가에 쫓기듯 뭉개고 지나가는 모습은 도대체 뭔가.
 

추미애 면죄부 주고, 피격 공무원에 책임 전가
여권에 불리한 일은 무죄, 그 일상화가 두렵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휴가 미복귀 의혹에 대해 검찰이 서둘러 면죄부를 준 것은 추석 민심을 고려한 무리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실제 ‘추미애 면죄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서울동부지검은 이 사건을 배당받은 후 반년이 지나서야 조사를 시작하는 등 9개월을 미적거려 오다 추석을 이틀 앞두고 전격적으로 ‘무혐의 불기소’라고 발표했다. 지난달 검찰 인사에서 이 사건 지휘라인에 있던 검사들이 영전하고 친정부 성향을 보여 온 검찰 간부를 동부지검장에 앉히면서 짐작은 했지만, 추석을 앞두고 이를 현실화하는 여권의 무모함이 놀랍다. 추 장관이 휴가 연장과 관련해 전화를 걸어야 할 부대 지원장교의 전화번호를 보좌관에게 전달한 것 등은 분명한 지시 증거며 이는 추 장관의 해명도 거짓이었음을 뒷받침한다. 그런데도 민심을 외면하고 면죄부를 발부했다. 이 사건은 절대 이대로 덮고 넘어가선 안 된다.
 
또 서해상 공무원 피격 사건을 두고 북한 눈치만 보면서도 어떻게든 뭉개보려는 여권의 움직임도 추석 민심을 염려한 것이 분명하다. 해양경찰청은 “구명조끼 입은 상황, 조류 방향 등을 종합해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도박 등으로 3억3000만원의 빚이 있다”고도 했다. 앞서 당내 재발방지 특위 위원장인 황희 의원은 “다양한 경로로 획득한 한·미 첩보에 의하면 유가족에게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스럽지만, 월북은 사실로 확인돼 가고 있다”며 희생자의 월북 시도를 기정사실화했다. 북한에 대해선 저자세로 일관하면서 사고의 책임이 공무원에게 있다는 듯한 태도로 본질을 호도하려는 게 아니면 뭔가. 지금 국민이 분노하는 건 그 공무원이 월북했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의 목숨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점, 대통령과 군이 아무런 노력을 안 한 점에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미 윤미향의 후원금 사적 유용 의혹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을 통해 경천동지할 것으로 여겨지던 일들이 이상하게도 용두사미가 되는 걸 수차례 봐왔다. 국민의 공분을 샀던 일들이 여권에 불리하다 싶으면 결과적으로 무죄가 되는 게 일상화되지는 않을까 두렵다.  
 
이번 일들도 석연찮고 용납하기 어렵다. 누구보다 올바른 자세가 필요한 법무부 장관이 거짓말하고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국민이 죽었는데 죽인 이를 탓하기보다 죽은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듯한 말을 어렵지 않게 내뱉는다. 행여 여권이 두 사건을 대충 뭉개면서 추석 민심을 추슬러 보려 했다면 이는 착각이다. 민심은 무섭다. 본질을 손바닥으로 가린다 해도 오래가지 않을뿐더러 변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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