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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V자 반등 자신했는데, 8월 생산·투자 둘 다 꺾였다

중앙일보 2020.09.30 00:02 종합 2면 지면보기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8월 전 산업생산은 7월 대비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8월 전 산업생산은 7월 대비 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꿈틀대던 경제가 다시 꺾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다. 지난달 생산·투자가 동반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비는 늘었지만 7월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 탓이 크다. 정부가 자신한 ‘V자 반등’은커녕 ‘L자형 침체’가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체 산업생산 7월보다 0.9% 줄어
설비투자 -4.4% 두 달 연속 감소
세계 코로나 재확산, 4분기도 암울
“기업규제로 경기 부진 심화 우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은 한 달 전보다 0.9% 줄었다. 전체 산업생산은 6, 7월 올랐다가 3개월 만에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이 1% 줄며 5개월 만에 감소한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강화에 숙박·음식업이 전달 대비 7.9% 줄었다.
 
광공업 생산도 0.7% 줄며 석 달 만에 감소했다. 광공업 중 제조업 생산은 1% 줄었다. 반도체(4%) 생산이 늘었지만 식료품(-7.3%), 자동차(-4.1%)의 부진이 컸다.
 
지난달 설비투자도 7월보다 4.4% 줄었다. 2개월째 내림세다. 낙폭도 7월(-0.8%)보다 크다.
 
건설업 부진도 심했다. 건설회사가 실제 시공한 실적인 건설기성은 7.1% 줄었다. 2015년 3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역대 최장기 장마 영향이 컸다. 안현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그동안 코로나19가 통제되면서 반등했던 산업 지표가 국내외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을 받아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소매판매는 지난달에 3% 늘었다. 하지만 기저효과 및 정책 종료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이어서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 안 심의관은 “소매판매는 지난 7월 많이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으뜸 효율’ 가전 구매 환급 종료(9월 4일)를 앞둔 가전제품 판매 증가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5~7월 나타난 반등 신호가 지난달에 급격히 흐릿해지면서 정부가 강조했던 3분기 반등은 물 건너간 모양새다. 게다가 3분기 마지막 달인 9월 역시 사정이 좋지 않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지난 13일까지 진행됐다.
 
정부는 경기반등론에서 조금씩 물러서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3분기 반등은 상당 폭의 제약을 받을 것”이라며 “4분기에는 반드시 회복 모멘텀을 살려 나가도록 재정·투자·소비·수출 등 전방위적 대응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4분기 상황도 녹록지 않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재확산 기미를 보이면서 수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수출은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째 내리막이다.  
 
이달 1~20일 수출이 전년 대비 3.6% 늘었지만, 조업일수 영향을 뺀 일평균 수출은 9.8% 감소했다.
 
민간에선 연내 경기 반등이 힘들다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성장률이 -3.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0.7%)보다 부진이 심화해 연간 성장률도-2.3%에 그친다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권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기업 규제 입법이 경기 부진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어렵게 버텨온 기업도 한계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며 “있는 규제를 풀어도 모자랄 판에 ‘기업 규제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은 더 궁지에 몰리고 경기 반등에도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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