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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유 발랐다" 감청까지…커지는 시신훼손 논란에 곤혹스런 與

중앙일보 2020.09.29 15:32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사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군이 북한의 시신훼손을 확인했는데도 민주당이 북한 규탄 결의안에서 해당 내용을 빼자고 해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의 해수부 공무원 사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군이 북한의 시신훼손을 확인했는데도 민주당이 북한 규탄 결의안에서 해당 내용을 빼자고 해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북한군에 의해 피격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시신 훼손 여부가 정치권 쟁점으로 부상했다. 국방부와 북한의 설명이 엇갈리는 데다, 여야의 입장차도 커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북한이)‘연유(燃油)를 발라서 (시신을) 태우라고 했다’는 것을 국방부가 SI(감청 등에 의한 특별취급 정보)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국방부의 비공개 보고를 통해 파악한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시신을 훼손했다, 소각했다고 하는 건데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에서 그렇지 않다고 하니까 그 말을 믿자고 한다. 그게 말이 되느냐”고 덧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날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날 브리핑에서 “합참은 북한이 우리 국민의 시신을 훼손했다는 내용을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군(軍)이 지난 24일 북한군이 이씨의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한 입장을 유지했다는 의미다. 
 
국방부의 이같은 입장 유지는 북한 통지문 반박의 성격도 띤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25일 보낸 통지문에서 “사격 후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이씨)는 부유물에 없었으며 (…)  부유물은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했다. 부유물만 불태웠을 뿐, 시신을 훼손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발라서 태우라’란 표현을 두고는 국민의힘 내에서도 서로 다른 해석이 나왔다. TF 소속 한기호 의원은 주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표류자와 (북한) 함정이 상당한 간격을 유지했기 때문에 가서 (연유를) 발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연유 발랐다는 보고는 없었다. 정황상 기름을 부었지 물에 떠 있는데 어떻게 쫓아가서 기름을 바르겠나”라고 했다.

 
국방위 소속 다른 한 의원은 “비공개회의에서 국방부가 ‘발라서 태우라’라는 말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설명하기는 했다”며 “발라서가 실제 바르다는 내용인지, 기름을 부었다는 것을 그렇게 말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시신 훼손 등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북한과의 공동조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에서 부유물을 불태웠다고 언급한 상황에서 그 문제를 부각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말 폭탄을 주고받는 것보다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게 중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와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모습. [뉴스1]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와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모습. [뉴스1]

 
국방부의 ‘시신훼손 확인’ 보고와 관련해서는 다소 모호한 반응을 보였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한테는 ‘태운 것이 아닌가 추정을 한다’ 이렇게 보고가 됐고 구체적인 첩보 내용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우리 군도 추정하는 부분이냐”는 질문에는 “그렇죠”라고 하면서 “군 보고와 북한 통지문이 다소 좀 차이가 있고 어느 게 맞는지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당내에서도 국방부 발표에 동조하는 발언이 나왔다.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방부 발표 내용은 한미 첩보를 종합해 판단한 것으로 대단히 신뢰도가 높고 팩트를 근거로 한다”며 “북한은 실질적으로 정밀 조사를 하지 않은 것 같다. 한미 정보와 북한 주장을 비교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시신을 불태웠다"는 국방부 입장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28일 해군과 해경이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수색하던 중 발견한 오탁방지망 추정 플라스틱 물체(사진 왼쪽)와 나무재질 물체(사진 오른쪽). [연합뉴스]

28일 해군과 해경이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수색하던 중 발견한 오탁방지망 추정 플라스틱 물체(사진 왼쪽)와 나무재질 물체(사진 오른쪽). [연합뉴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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