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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성적 표현 논란 일으킨 『위스키 바이블』2021

중앙일보 2020.09.29 11:00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87)

『위스키 바이블』이라는 책이 있다. 위스키 평론가로 유명한 짐 머레이가 2003년부터 매년 약 1000여 종의 위스키를 마시고 리뷰하는 책이다. 지금까지 약 100만 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위스키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 워낙 유명해 이름처럼 성경 같은 존재로 인식된다. 이 책에서 어떻게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위스키 판매량이 좌우되기도 한다. 2010년대부터 일본 위스키가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판매량과 가격이 동반상승한 것도 그 예 중 하나다. 

 
짐 머레이의 『위스키 바이블』. [사진 김유빈]

짐 머레이의 『위스키 바이블』. [사진 김유빈]

 
지난 9월 16일 짐 머레이의 『위스키 바이블 2021』이 발매됐다. 언제나 1위를 차지한 위스키에 이목이 쏠렸다. 그런데 베키 파스킨이라는 여성 위스키 저널리스트가 짐 머레이의 성서에 문제를 제기했다. 2021년 위스키 바이블에 ‘섹시(sexy)’라는 단어가 34번 언급되었으며, 여성과의 성적 관계를 연상시키는 저속한 표현이 담겼다는 거다.

 
문제를 제기한 표현은 이렇다. 웨일즈의 ‘펜데린(Penderyn)’에 대해 “만일 이게 여자였다면 매일 밤 사랑을 나누고 싶을 거다. 그리고 시간과 에너지가 있다면 아침과 낮에도…”라고 했다. ‘캐나디안 클럽(Canadian Club)’위스키에 대해서는 “이보다 멋진 41살의 섹시한 캐나다인을 만난 적은 있지만, 위스키는 아니었다”등으로 표현했다.

 

짐 머레이가 성적 표현으로 리뷰한 위스키, 펜데린(PENDERYN). [사진 김대영]

 
베키 파스킨은 이런 짐 머레이의 표현을 더는 무시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그는 “『위스키 바이블 2021년』에 상상보다 많은 역겨운 리뷰가 담겨 있어 충격적이었다”며 “그런 종류의 리뷰를 읽고 그런 식으로 위스키에 대해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머레이는 파스킨의 주장에 대해 ‘자유로운 사고’와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반박했다. 머레이는 “성인을 위해 만든 위스키 바이블은 성인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며 “위스키 바이블은 성차별적이지 않으며, 가짜 분노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내 언론의 자유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스키 업계에 파장이 커질 것 같다. 스코틀랜드 글렌피딕 증류소는 “성차별주의는 위스키 산업에 있을 곳이 없다”며 파스킨의 의견을 지지했다. 영국의 대형 온라인 위스키 샵 ‘더 위스키 익스체인지’는 『위스키 바이블 2021』을 판매 목록에서 없앴다.

 

더 위스키 익스체인지는 판매목록에서 『위스키 바이블 2021』을 없앴다 [사진 더 위스키 익스체인지 인스타그램]

 
매년 『위스키 바이블』로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짐 머레이. 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주장을 존중해야 하지만, 베키 파스킨이 제기한 ‘성차별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위스키가 남자만 마시는 술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위스키 업계 종사자 중에도 여성 비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위스키의 맛과 향 표현에서 성차별적 내용이 사라지길 바란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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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김대영 위스키 인플루언서 필진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 위스키 덕후이자 싱글몰트 위스키 블로거다. 위스키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서 살기도 했다. 위스키와 위스키 라벨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 등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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