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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추석이동 강제 제한해야"···'언택트 명절' 국민청원 6만여명

중앙일보 2020.09.29 05:00
지난 22일 전남 강진군 병영면 도로변에 추석 귀성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2일 전남 강진군 병영면 도로변에 추석 귀성 자제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황금연휴 재확산 분수령…추석 이동 막아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언택트(Untact·비대면) 명절' 분위기가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강제로 국민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6만여명이 동의했다.

코로나 재확산 여파 '비대면 명절' 분위기
전국 곳곳서 귀성 말리는 현수막·캠페인
고향 대신 여행 택하는 '추캉스족' 우려도

 
 서울 목동에 사는 교사 A씨(45·여)는 올해 추석엔 전북 전주에 있는 시부모님 댁에 안 내려갈 예정이다. 시어머니(74)가 12·7세 손녀·손자를 걱정하며 "코로나19가 위험하니 내려오지 말라"고 전화해서다. A씨는 "명절 때 시부모님을 찾아뵙지 않은 건 결혼 후 12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는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곳곳에서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귀향을 말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전남 강진군 병영면 도로변에는 최근 '아가야, 올해는 느그들끼리 알콩달콩 추석 쇠라잉'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주민들이 자식들에게 전하는 글귀다. 
 
 앞서 지난 15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자식과 손주들의 귀향을 막는 캠페인을 벌였다. 대부분 60~80대인 주민들은 '며늘아 명절에는 안 와도 된다', '아들아 선물은 택배로 부쳐라'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지난 15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주민 20여 명이 자녀들에게 귀성 자제를 당부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 완주군]

지난 15일 전북 완주군 이서면의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주민 20여 명이 자녀들에게 귀성 자제를 당부하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 완주군]

 하지만 귀성 여부를 두고 가족 간 갈등을 빚는 사례도 여전하다. 전주에 사는 직장인 B씨(41·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서울 언니 집에 사는 부모(70대)가 "올여름 장마 피해가 심해 선산을 둘러봐야 한다"며 고향인 남원에 내려간다는 뜻을 굽히지 않아서다. B씨는 "부모님 모두 건강이 좋지 않은데 행여나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감염원으로 지목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연휴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고향 방문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도 많다. 구인·구직 포털인 '알바천국'이 최근 개인회원 4387명을 대상으로 '올해 추석 계획'을 조사한 결과 고향에 가지 않거나 고민 중이라고 답한 사람은 64.7%에 달했다.
 
지난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추석 명절 기간 록다운과 장거리 이동제한 조처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 청원 마감 결과 6만2790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지난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추석 명절 기간 록다운과 장거리 이동제한 조처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 청원 마감 결과 6만2790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 강제로 국민 이동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추석 명절 기간 록다운과 장거리 이동제한 조처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게 대표적이다. 록다운(lockdown)은 외출 등을 금지하는 조치를 말한다.
 
 청원인은 해당 글에서 "우한에서 번진 코로나19가 중국 설 연휴를 기점으로 중국 전역 및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을 상기해야 한다"며 정부에 강제적 이동 제한을 촉구했다. 지난 16일 청원 마감 결과 6만2790명이 동의했다.
 
지난 25일 원희룡 제주지사(가운데)가 제주국제공항에서 마스크 착용 생활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 제주도]

지난 25일 원희룡 제주지사(가운데)가 제주국제공항에서 마스크 착용 생활화 캠페인을 하고 있다. [사진 제주도]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를 코로나19 재확산의 중대 분수령으로 보고 18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2주간을 '추석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했다. 고향 방문이나 여행 등 이동을 자제해 달라는 호소에 초점을 맞춘 조처다. 
 
 하지만 관광업계는 최장 5일간의 황금연휴에 고향 대신 여행을 떠나려는 '추캉스(추석+바캉스)족'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전국 주요 관광지의 호텔·리조트·콘도·골프 예약이 거의 끝난 상태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약 19만8000명이 제주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제주 지역 관광업계는 연휴 특수를 기대하지만, 제주도민들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
 
전주·제주·강진=김준희·최충일·진창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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