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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방산 비리 없다"더니···기밀유출 69명 무더기 적발된 ADD

중앙일보 2020.09.29 05:00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찾아 "현 정부에서 단 한 건도 방산비리가 없었다"고 밝힌 지 두 달 만에 ADD에서 기밀 유출 혐의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군 안팎에선 "ADD가 무기체계 연구개발의 핵심인 만큼 기밀 유출이 비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인식과 현실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발언, '수사 가이드라인' 의구심 들어"
"내부 보안체계 무너진 건 어제오늘 일 아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3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출범 이후엔 단 한 건도 그런 문제(방산 비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3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출범 이후엔 단 한 건도 그런 문제(방산 비리)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뉴스1]

최근 ADD가 자체 조사한 결과 지난 4년 4개월(2016년 1월~지난 4월)간 퇴직자 1078명 중 46명의 기밀 유출 혐의자가 적발됐다. 기존에 같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23명을 합치면 70여명에 이른다. 또 현직 직원들 가운데서도 126명이 자료를 무단 반출하는 등 보안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ADD 측은 "적발한 퇴직자들은 조만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고, 현직자들은 징계(27명) 및 경고(99명) 조치를 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ADD를 찾아 "우리 정부 출범 후 단 한건도 그런 문제(방산 비리)가 발생하지 않아 여러분들(ADD 직원)과 방위산업 종사자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향후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군 관계자는 "어찌 보면 대통령이 '방산 비리가 없다'고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경찰이 제대로 수사할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기점검 때 적발됐어야 정상"

ADD 내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군 소식통은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ADD의 내부 보안체계가 무너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그동안 내부적으로 서로 봐주지 않았다면 정기 보안점검 과정에서 기밀 유출 사실이 적발됐어야 정상"이라고 전했다.
 
ADD의 경우 자체적인 정기 보안점검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령부)가 진행하는 외부 보안점검이 있다. 기밀 자료를 외부로 빼돌렸다면 흔적이 반드시 남기 때문에 이런 점검 과정에서 일찌감치 적발됐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5월 4일부터 6월 12일까지 실시한 감사 결과를 보면 ADD 내부 보안체계는 곳곳에서 허술했다. 공공기관 건물에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청사 출입구의 보안검색대가 없고, 검색요원도 두지 않았다고 방사청은 지난 6월 25일 밝혔다.

방위사업청이 지난 5월 4일부터 6월 12일까지 실시한 감사 결과를 보면 ADD 내부 보안체계는 곳곳에서 허술했다. 공공기관 건물에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청사 출입구의 보안검색대가 없고, 검색요원도 두지 않았다고 방사청은 지난 6월 25일 밝혔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기밀유출 수법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메모리카드(USB)를 이용해 자료를 모조리 쓸어담는 일명 '통카피' 방식이 있다.
 
연구소 내부에선 일반 USB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수법을 쓰려면 먼저 인트라넷에 연결된 랜선부터 뽑아야 한다. 이때 인트라넷 접속이 차단되면서 로그 기록이 서버에 남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또 컴퓨터에 깔린 보안프로그램도 꺼야 하는데, 이 역시 로그 기록이 남는다.
 
두 번째는 e메일을 이용한 전송 방식이다. 업무용 e메일을 이용해 자료들을 압축한 파일을 외부에 전송하는 상당히 대담한 방식인데, 당연히 사후 조사를 하면 기록이 드러난다.
 
그러나 두 방식은 적발 위험성이 너무 높아서 최근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합법을 가장한 유출 방식이 통용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연구원들이 공식적으로 출장을 승인받으면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보안 USB를 반출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외부에서 보안성이 없는 노트북 등을 이용해 자료를 출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다만 이 경우엔 건마다 반출을 승인받기 때문에 자료 유출이 제한된다"고 했다.
 

◇"수사 진척 더딘 것 이해 안 돼" 

ADD 전·현직 직원들의 기밀 유출 수위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군 내에선 방산 비리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또 다른 소식통은 "상당수 연구원이 비인가 개인 노트북을 연구소에 두고 있다"며 "이번에 적발된 보안규정 위반 사례 중에는 그런 경우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연구원들은 이런 자료들이 자신의 몸값이고 권력이라 여긴다"며 "가령 사양서에 기재된 특정 장비가 무엇인지만 업체에 알려줘도 해당 업체가 사실상 선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자체 조사 결과 기밀 유출 혐의가 있는 퇴직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ADD 측은 "조만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뉴스1]

국방과학연구소(ADD) 자체 조사 결과 기밀 유출 혐의가 있는 퇴직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ADD 측은 "조만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뉴스1]

그는 또 "지금까지 기밀이 유출됐다는 사실만 있지, 어느 업체가 이익을 봤는지 수사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일이 없다"며 "ADD 감사실과 안보지원사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인데도 수사 진척이 더딘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28일 ADD 측은 "(기존 수사 사안 등으로) 사태가 엄중하다고 판단해 재발 방지 차원에서 자체 조사를 한 것"이라면서 "어떤 자료가 연구소에서 유출됐는지, 또 어떻게 활용됐는지는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할 사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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