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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련 "이혼하면 총맞아도 되나, 北피격 진영논리 배격해야"

중앙일보 2020.09.28 15:55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해상 피격 사건과 관련, 김재련 변호사는 28일 “인권은 정치와 진영이 아닌 ‘인간 존엄성’의 영역”이라며 “어떤 정치적 이념을 가졌든 (북한이) 민간인을 총살한 것에 대해서는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서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이다. 김 변호사는 피격 공무원의 이혼 여부 등 사생활 논란에 대해서도 “사안의 본질과 관련 없는 만큼 사망자의 사생활은 두텁게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전화 인터뷰

김재련 “핵심은 민간인이 北에 피격당한 것”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7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7월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 변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권은 정치가 아니다”며 “인간의 존엄성은 정치적 논리, 진영의 잣대로 그 이동점이 좌지우지돼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2일 서해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에 의해 피격·사망한 이모(47·남)씨의 채무·이혼 등 사생활이 조명되는 것과 관련해 한 말이다. 이씨의 사생활은 그의 사망 및 책임 여부와 무관하다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다.
 
김 변호사는 “제가 생각하는 이 사안의 본질은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을 북한군이 총으로 피격해 사망케 하였다는 것”이라며 “사안의 본질과 관련 있는 사생활이라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언급될 필요가 있겠지만, 민간인 공무원이 북한군으로부터 총살당한 사건에 있어 그의 부채·이혼 경력 등은 보호받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무분별한 사생활 기사화, 사건 본질 흐려”

목포시 서해어업관리단 전용부두에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항해사)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인 무궁화 10호가 정박한 가운데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목포시 서해어업관리단 전용부두에 북한군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항해사)이 실종 직전까지 탄 어업지도선인 무궁화 10호가 정박한 가운데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소개한 기사에는 이씨의 생전 채무 상황과 결혼 관계 등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기사에서는 이씨의 4개월 전 이혼설이 언급됐으며 이씨의 직장 동료는 “(이씨가) 빚 때문에 파산 신청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씨가 동료 직원들에게 각각 수백만원씩 약 2000만원의 빚을 졌으며 채권자 중 일부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법원에 급여 가압류 신청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아마 (이씨의) 이혼·부채 등 사생활을 조명한 건 그의 월북 사유를 설명하기 위한 정황들인 것 같다”며 “그러나 월북했다는 것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기사화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에게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이 있는 만큼 고인이 된 사람의 사생활 또한 존중받고 보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진영 떠나 가치 판단할 수 있어야”

김재련 변호사가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김재련 변호사가 2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김 변호사는 “어떤 정치적 이념을 가진 사람이든 민간인을 총살한 것에 대해서는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젠더 이슈에서 가해자가 어떤 정치적 공헌을 한 사람이든 성적 괴롭힘을 한 것에 대해 가치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바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인권이자 인간의 존엄성”이라며 “(진영에 따라) 중심이 흔들려서는 안되는 가치들”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페이스북에선 “4개월 전 이혼한 사람, 월급 가압류된 사람, 사채 쓴 사람, 빚 많은 사람, 월북한 사람은 총 맞아 죽어도 되느냐”며 “사망한 사람의 사생활을 함부로 해체하지 말자. 생명 존중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했었다. 또 “사람을 죽이고 미안하다고 하면 그것이 반가운 소식, 곧 '희소식'인가”라며 “살인범에겐 사과가 아닌 책임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북한이 사과 통지문을 보내온 데 대해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라고 말했었다. 
 

쏟아지는 정치적 해석…“북 계몽군주” vs “사과에 감읍해서야”

지난 25일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개최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행사에서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캡처.

지난 25일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개최된 10·4 남북정상선언 13주년 기념행사에서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캡처.

이 외에도 이번 사건을 두고 다양한 정치적 해석이 쏟아졌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5일 10·4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행사 토론회에서 “명을 달리한 이씨와 가족들에게는 굉장히 유감스럽고 불행한 일이지만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북한이 이 정도 나왔으면 그다음은 우리가 팔로어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새로운 남북관계의 부활이라고 할까 이것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유시민 이사장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그 이전과는 다르다”며 “이 사람이 정말 계몽 군주이고 어떤 변화의 철학과 비전을 가진 사람이 맞는데 입지가 갖는 어려움 때문에 템포 조절을 하는 거냐, 아닌 거냐 하는데, 제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이에 대해 “최악의 폭군이 발뺌용으로 무늬만 사과를 했는데도 원인 행위는 사라지고 사과 생색만 추켜세우면 김정은의 만행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며 “수령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감읍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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