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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쿠팡·배민 규제 본격화…모습 드러낸 ‘플랫폼법’

중앙일보 2020.09.28 12:5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오픈마켓·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칼을 빼 든다. 온라인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플랫폼 규제의 제도화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28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플랫폼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한 과징금은 강화하고, 형벌 부과는 최소화한다는 게 기본 뼈대다.  
 

오픈마켓부터 앱마켓까지…플랫폼 산업 포괄

 플랫폼법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입점 업체와 소비자의 상품·서비스 거래를 알선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오픈마켓, 가격비교 사이트와 배달애플리케이션(앱), 숙박앱, 승차중개앱, 앱마켓 등이 해당한다. 부동산·중고차 정보제공 서비스와 검색광고 서비스 등도 적용 대상이다.
 
온라인 플랫폼 중개서비스의 구조.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 플랫폼 중개서비스의 구조.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법을 적용할 기업 규모는 매출액(100억원 이내) 또는 중개거래금액(1000억원 이내)으로 정한다. 구체적인 요건은 추후 시행령으로 업종에 따라 달리 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네이버, 구글, 쿠팡, 배달의민족 등 업계 상위 업체는 모두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에 있는 기업도 국내 업체·소비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경우 법을 적용할 수 있다. 신봉삼 공정위 사무처장은 “정확한 기업 이름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주요 사업자 가운데 오픈마켓은 8개 이상, 숙박앱은 2개 이상, 배달앱은 최소 4개 업체가 해당한다”고 밝혔다.

 

입점업체에 갑질하면 위반액 2배 과징금 

 우선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매기는 과징금을 강화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은 법 위반 금액의 두 배까지, 정액 과징금의 경우 10억원까지다. 다만, 신산업 분야라는 특성을 고려해 형벌은 최소화했다. 플랫폼 기업이 입점 업체에 보복행위를 하거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만 형벌을 부과한다. 또 입점 업체의 빠른 피해구제를 위해 동의의결제를 도입한다. 동의의결은 거래 상대방의 피해를 구제할 시정 방안을 사업자가 스스로 제안하고 실행하는 제도다. 자진 시정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수수료 얼마 내야 상위 노출되는지 계약서에 써야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오른쪽)이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관련 입점업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오른쪽)이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관련 입점업체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플랫폼 기업이 입점 업체에 거래조건을 투명하게 명시한 계약서를 교부할 의무도 부여했다. 특히 플랫폼 기업이 ▶수수료 액수에 따라 입점 업체 정보를 노출하는 방식과 노출 순서를 결정하는 기준 ▶입점 업체의 다른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는지 여부 ▶입점 업체의 재화와 자신이 판매하는 재화를 차별 대우하는지 등을 계약서에 필수로 기재하도록 했다. 조성욱 위원장은 이날 “수수료율 자체에 대해 공정위의 직접적인 개입은 어렵지만, 수수료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해선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기업이 수수료율 등 계약 내용을 바꿀 때는 입점 업체에 최소 15일 이전에 사전 통지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기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 규정을 플랫폼 산업의 특성에 맞게 구체화했다. 조 위원장은 “이 법을 제정할 때 가장 핵심적인 원칙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며 “사실 어떤 거래에서도 계약서 교부는 해야 하고, 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는지는 사업자 간의 계약에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공정위는 제정안에 분쟁 예방을 위한 표준계약서 제정, 상생협약 체결 지원에 대한 근거조항을 넣었다. 또 플랫폼 분야에 특화한 분쟁조정협의회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설치할 방침이다. 조 위원장은 “이번 제정안은 플랫폼 분야의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면서도 산업의 혁신 저해를 방지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날부터 11월 9일까지 플랫폼 기업과 입점 업체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법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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