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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서의 미래를 묻다] 당신에게도 인공지능 금융 코치가 생긴다

중앙일보 2020.09.28 00:43 종합 24면 지면보기

마이데이터와 금융의 진화 

조영서 신한DS 부사장

조영서 신한DS 부사장

# 딩동! 스마트폰이 울렸다. 메시지가 뜬다. ‘주의! 벌써 이달 외식비 지출 한도의 50%를 넘겼네요. 아직 이달이 다 가려면 20일이나 남았는데.’ 배우자가 아니라 내 스마트폰에 있는 재무관리 애플리케이션이 보낸 메시지다. 나름 똑똑한 앱이다. 단골 식당이 모바일 할인 쿠폰을 돌리는 것도 알아서 받아온다. 주인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결제할 때 앱이 알아서 쿠폰을 제시해 지출을 줄여준다.
 

교육, 내집 마련, 은퇴 준비 등에
소비 성향, 취미까지 데이터 분석
생애 전반 지출·투자 추천해 주는
AI 개인 재무관리 트레이너 등장

가상의 얘기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이미 이런 앱들이 나와 있다. 그때그때 메시지와 더불어 주간·월간 소비 리포트를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지출 형태에 맞춰 알맞은 신용카드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더 나아간 서비스도 있다. ‘전 생애에 걸친 재무설계, 재무관리’를 할 수도 있다. 차를 사고, 집을 구하고, 자녀 학비를 마련하고, 은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출과 저축·투자 계획을 세워 주고, 제대로 실천하는지 감시(?)하는 앱이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와 비슷하다. PB 서비스는 고액 자산가만 받는 것 아니냐고? 앞으로는 아니다. 누구나 서비스 대상이다.
 
세상을 그렇게 바꾸는 원동력은 ‘마이데이터(MyData)’다. 마이데이터는 ‘내 데이터는 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우선적으로 쓰여야 한다’는 데이터 주권 선언이다. 마이데이터를 잘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화를 넘어 초개인화로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지금의 데이터는 사방에 나뉘어 있다. 스마트폰, 온라인 쇼핑몰, 은행, 증권사, 보험사, 유튜브, 넷플릭스, 그리고 수시로 동영상·사진과 글을 올리는 SNS 등에 데이터가 널려 있다. 이걸 하나로 모으면 서비스가 달라진다. 금융회사는 고객을 달리 구분한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다니며 3억원 전세자금 대출이 있는 30대 후반의 미혼 여성’ 정도가 아니라 ‘직장 근처 카페에 하루 두 번 이상 가고, 온라인몰에서 애견 간식을 자주 사고, 국내 여행과 맛집 기행을 즐기며, 내년에 수도권에 아파트를 장만할 생각이 있는’ 등 훨씬 세세한 특성을 가진 개개인으로 파악할 것이다.
 
금융은 이를 바탕으로 ‘초개인화(hyper personalization)’ 서비스로 진화한다. 개인의 생애주기와 생활 스타일이 지닌 맥락까지 이해해 알맞은 금융 서비스를 추천하는 식이다. 이런 기능을 하는 스마트폰 앱은 글자 그대로 ‘내 손 안의 종합 디지털 금융 비서’다. 마치 개인 헬스 트레이너가 내게 맞는 건강 프로그램을 짜 주듯, 내게 맞는 재무·자산·소비 관리를 해 주는 ‘개인 재무 코치’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이런 서비스가 발달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정보기술(IT) 인프라는 세계 최고이고, 소비의 96%가 신용·체크카드로 이뤄진다. 경제활동 인구의 91%는 은행 계좌가 있다. 경제·금융 활동과 소비 성향을 파악할 데이터가 그만큼 풍부하다. 이를 바탕으로 나올 초개인화 서비스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위에서 본 지출 관리, 할인쿠폰 자동 사용 등이 한 단면이다. 소득·연령·취향 등이 비슷한 그룹과의 비교를 통해 전혀 다른 소비 패턴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개인 재무 코치는 시기에 맞춰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자동 추천할 것이다. 인생에는 결혼 자금, 주택 장만, 자녀 학자금 마련, 은퇴 준비 등 큰돈이 필요한 시점이 있다. 때맞춰 적절한 자금을 마련하려면 지금부터 얼마나 아껴야 하는지, 어떤 상품에 어떻게 나눠 투자해야 하는지, 5년 뒤엔 또 얼마를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안내해 준다. 이른바 목적기반투자(GBI)다. 미국의 웰스프런트(WealthFront)·베터먼트(Betterment) 등이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다. 투자 방법과 금액에 따라 미래 시점에서 목표한 만큼의 재산을 쌓을 가능성을 알기 쉽게 도표로 보여준다.
 
투자를 추천하고 설명하는 것은 인공지능(AI) 투자상담사인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er)’다. 로보 어드바이저는 ‘동학 개미’ ‘서학 개미’의 영향에 따른 주식 시장 동향까지 예의 주시하며 그때그때 “투자 패턴을 이렇게 바꾸라”고 조언할 수도 있다.
 
대화하듯 지출 관리를 해주는 앱 ‘매니가’(왼쪽). 인공지능이 은퇴와 주택 마련 등 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 추천을 해주는 서비스(웰스프런트)도 이미 나와 있다. [홈페이지 캡처]

대화하듯 지출 관리를 해주는 앱 ‘매니가’(왼쪽). 인공지능이 은퇴와 주택 마련 등 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 추천을 해주는 서비스(웰스프런트)도 이미 나와 있다. [홈페이지 캡처]

대출 모습도 바뀔 것이다. 디지털 금융 비서가 모든 금융 기관의 대출 상품을 비교해 금리나 약정 등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 몇몇을 고르는 식이다. 현재도 국내에 대출 비교 서비스를 하는 15개 가량의 혁신 금융 사업자가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신용대출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실정이다. 앞으로는 부동산 담보대출에 이르기까지 100% 언택트 비교 선택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역시 비대면 판매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보험 상품도 마찬가지다. 보험은 보장 내용 등이 워낙 복잡해 일일이 설계사의 설명을 듣지 않고서는 상품을 택하기 힘들었다. 아니, 여러 보험에 대해 비교 설명을 듣는 것 자체가 버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개인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보험 약관을 분석·비교해 적절한 상품을 고르게 된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한 고객의 건강·의료 정보까지 결합해 새로운 디지털 보험 상품을 제공할 것이다.
  
보다 평등해지는 금융 서비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산가들의 전유물이던 PB 서비스를 누구나 받을 수 있게 되듯,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기업들이 받던 스마트한 재무 관리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각종 비용 관리에서 여윳돈의 투자, 대출 시기와 적정 규모, 5년 후 2호점을 내는 데 필요한 자금 마련 방법 등을 인공지능이 일일이 코치해 줄 것이다.
 
이런 서비스의 경쟁력은 데이터에서 나온다. 데이터가 빈약하면 분석이 부실해진다. 서비스 사업자들은 단기적인 수익보다 장기적 고객 관계 형성에 초점을 두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 불만인 고객들이 데이터를 갖고 다른 사업자에게로 옮겨가는 순간,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과는 평범한 직장인이나 동네 치킨집·카페 사장님도 자산가나 번듯한 기업처럼 대접받는 세상이다. 마이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힘이다.
 
마이데이터가 일으킬 지각 변동…‘금융 아마존’의 출현
마트에 가면 없는 게 없다. 온라인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금융은 어떤가. 은행에서 보험·펀드도 판매하지만 대단히 제한적이다. 없는 게 없다시피 한 마트·온라인몰에는 비할 바 아니다. 제조·판매 분업 구조도 약하다. 금융 상품을 만드는 은행·보험사들이 직접 자기 상품을 팔고 있다. 그러나 마이데이터 시대는 다르다. 마이데이터는 금융 서비스뿐 아니라 금융 산업의 구조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금융 상품을 비교하고 분석·검토해 초개인화된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는 게 마이데이터 시대 금융 서비스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상품 정보를 모아 놓은 무언가가 필요하다. 데이터 분석·추천 기능 또한 필수다. 금융의 모든 것을 팔고, 인공지능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금융 아마존’의 출현이다. 이를 ‘메가 금융 플랫폼’이라고도 한다. 이 메가 금융 플랫폼이 바로 금융·검색·상거래·건강·통신 등 수많은 데이터를 결합해 개인의 자산·재무를 관리해 주는 디지털 개인 금융비서다.
 
마트가 있으면 상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가 있듯, 금융도 상품 생산을 담당하는 ‘금융 제조 전문 기업’이 생겨나는 쪽으로 분화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한 금융회사가 상품 개발에서 영업·마케팅과 고객 응대에 이르기까지 모든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은행·카드·증권·보험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가진 회사들이 고객과 직접 접하는 금융 플랫폼 기업들에 상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더해 고도의 보안과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요구하는 금융의 특성상, 관련 시스템을 개발하고 구축하는 업체들이 발달해야 함은 물론이다.
 
종합하자면 거대 금융 중개 플랫폼이 등장하고 상품 개발이 전문화해 금융 산업의 제조·판매가 분리되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지금처럼 고객 앞에 직접 앉아 일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구축한 은행이나 보험사가 설 자리는 점차 사라진다. “뱅크는 사라지고 뱅킹만 남을 것”이라는 빌 게이츠의 예언이 현실화하고 있다.
◆조영서 부사장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자문위원이며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와 베인앤컴퍼니에서 금융 컨설턴트로 일했다. 신한금융지주 디지털전략본부장을 거쳐 신한DS 부사장으로 재직중이다.

 
조영서 신한DS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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