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혁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
부서 갈등 원인은 소통 부재
분석팀은 다양한 입장 포용해
데이터에 총체적 접근 필요
독립 분석팀이 객관적 판단해야
이렇듯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중간에서 사업 목적과 관련된 요구 사항들을 논리적으로 해석해주는 중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어느 쪽에서도 고맙다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역할은 데이터 분석팀이 맡아야 오해와 분란이 최소화된다. 거꾸로 말하면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은 사업과 테크놀로지의 언어에 두루 능통해야 하며, 기술적이고 수학적인 업무 뿐 아니라 통역사의 역할도 마다하면 안 된다.

데이터이야기 9/28
데이터 시스템과 인력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은 조직 내 정보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많다. 게다가 데이터란 정체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그 형태가 유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데이터를 많이만 모아 놓았다고 저절로 가치가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데이터가 무슨 플랫폼에 있느냐, 어떤 툴셋으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느냐 등의 문제를 넘어선 것이다.
영화를 제작할 때 배우들이 훌륭하고 촬영만 잘하면 좋은 작품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각본·편집·음악·음향·CG·배경 등 영화를 망칠 다른 요소들은 많다. 영화감독은 그 모든 요소를 꿰뚫어 볼 뿐 아니라 그 완성된 작품이 제작자의 의도와 관객의 입맛에 맞느냐 까지도 늘 고려해야 한다. 만약 기술적인 면에 치중하는 촬영감독에게 총감독의 일까지 맡으라고 하면 영화는 아름답지만 지루한 장면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그런 감독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은 데이터와 분석 관련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과연 어떤 일을 해야 조직 전체에 도움이 될지, 분석 결과를 타부서들이 어떻게 활용할지, 효율성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향상시킬지에 대해 늘 고민하는 비즈니스적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다. 만약 중역들의 몰이해로 인해 독립 분석팀의 가치가 평가절하되어 그것이 IT나 마케팅 등 다른 부서에 종속되면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무슨 일을 어떤 순서로 해야 사업에 이득이 될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중재자도 잃게 될 수 있다.
데이터를 다루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기술적 난관의 극복이 아니라 개와 고양이 사이 같은 문과와 이과적 감성의 중간에서 논리적 문제 제기를 통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는 실용적 과제를 내는 일이다. 중재자란 늘 외롭고 피곤한 자리지만 정보 분석가들이 피할 수 없는 역할이다.
유혁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