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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영해 침범 경고” NLL 부정…청와대는 반박 안 했다

중앙일보 2020.09.28 00:05 종합 3면 지면보기
북한이 한국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한 지 이틀 만인 27일 태세를 전환해 ‘영해 침범’을 주장했다. 남측이 소연평도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진 공무원 수색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며 ‘즉시 중단’을 요구했다. 그간 역대 정부가 고수해 온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부정이다. 반면에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뒤 청와대는 북한의 영해 침범 주장에 대한 반박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북한에서 반응이 없었던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북한, 사과 이틀 만에 태세 전환
청와대 “각각의 해역” 논점 비껴가
공동조사 제안도 북 수용 불투명
일부 “NLL 무력화 시도 말려드나”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조선 당국에 경고한다’는 제목의 보도에서 “남측에서 지난 25일부터 숱한 함정과 기타 선박들을 수색작전으로 추정되는 행동에 동원하면서 우리 측 수역을 침범하고 있다”며 “우리는 남측이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해역에서 정상적인 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종된 공무원이 사살된 북한 황해남도 등산곶이 보이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27일 해병대원들이 고속단정을 타고 해상 정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된 공무원이 사살된 북한 황해남도 등산곶이 보이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27일 해병대원들이 고속단정을 타고 해상 정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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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해군·해경이 NLL을 넘어가 수색활동을 하지 않았던 만큼 북한의 ‘영해 침범’ 발표는 북한이 그어놓은 자신들의 경계선을 넘어왔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1999년 일방적으로 서해 해상경비계선을 선포했다. 이 선은 현재의 NLL에서 훨씬 남쪽에 설정돼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2018년 이후 처음으로 NLL 문제를 꺼내들었다”고 설명했다.
 
북방한계선과 북 주장 서해 경비계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북방한계선과 북 주장 서해 경비계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청와대는 NLL이 현재 해상분계선임을 공개 재확인하는 대신 ‘각각의 해역’으로 비껴갔다.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후 발표한 회의 결과에서 “남과 북은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 차장은 ‘각각의 해역’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도 하지 않았다. 서 차장이 NLL을 거론한 건 “NLL 인근 해역을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이 있으니 중국 당국과 어선에도 시신과 유류품 수습을 요청할 것”이라는 대목에서다. 청와대가 언급한 ‘각각의 해역’은 NLL을 전제로 한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NLL에 대한 입장을 우회하는 자체가 북한의 NLL 무력화 시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 차장은 이날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결과로 “남과 북이 파악한 사건의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NLL 남쪽에서의 남측 수색작업도 영해 침범이라는 북한이 공동수색이나 공동조사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국가비상방역(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부유물을 불태웠다는 북한이 남한 함정을 자신들의 바다에 들일지도 의문이다. 북한은 이미 자체 수색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앞서 26일 ‘필요하면 공동조사를 제안할 것’이라고 입장을 알렸는데 북한은 2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 지역에서 수색에 나섰고 시신 발견 땐 넘겨주겠다고 밝히며 공동조사 방안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동조사를 또 언급한 건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북한은 이미 김정은 위원장 이름이 들어간 사과 통지문을 전달한 만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여길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NLL 문제를 거론하는 경고가 나왔으니 공동조사는 물론 북한 측의 추가 설명도 듣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태화·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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