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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상온 유통 불안, 비행기 타고 서울 와 맞았죠”

중앙일보 2020.09.28 00:02 종합 12면 지면보기
“요즘 뉴스 보니 광주(에서 접종하는 것)는 아무래도 불안해서… 서울이 낫겠다 싶어서요.”
 

일요일에도 문 여는 소아과 북적
상온 노출된 건지 묻는 사람 많아

질병청 “사고 백신 접종자 407명
현재 이상반응 보고는 없는 상태”
광주시 “해당 백신은 사용 중지”

27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 A소아과에서 만난 이모(40)씨 얘기다. 광주광역시 공기업에서 일하는 그는 26일 2·6세 자녀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상경했다. 자녀와 함께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부산·광주와 전라남·북도에서 일부 백신이 상온에서 유통된 적이 있다는 보도를 봤다”며 “오전에 서울에서 독감 예방 접종을 마치고 저녁 비행기로 되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광역시는 “상온에 노출된 백신은 질병관리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용이 중지된 상태”라며 “현재 접종 가능한 무료 백신은 이와 다른 백신으로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약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쯤 서울 강서구 B소아과는 독감 백신을 맞으려는 손님으로 북적였다. 이 병원 간호사는 “9시부터 진료를 시작했는데 대부분이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원하는 손님이었다”며 “이미 45명이 방문했고, 현재 대기인원은 16명”이라고 말했다. 인근 C소아청소년과는 10시에 진료를 시작했는데 16분 만에 대기자 수 28명을 기록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39)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열이 나거나 기침만 해도 유치원·어린이집에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 주말인데도 독감 백신을 접종키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보통 독감은 11월 초순부터 유행한다. 늦어도 10월 중순까지는 독감 접종을 하는 게 좋다.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독감 백신의 효과가 나타나서다.
 
지난 22일 국가필수예방접종(NIP)용 독감 백신 일부가 유통 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돼 국가 예방접종 사업이 전격 중단됐다. 정부는 25일부터 만12세 이하 어린이와 임신부를 대상으로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재개했다. 금요일 오후부터 예방접종을 다시 시작한 탓에 주말인 26·27일에도 문을 여는 소아과를 중심으로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26일 D의원을 찾은 박모(43)씨는 “원래 토요일은 오후 1시에 의원 문을 닫는다. 자녀 백신 접종을 원하는 사람들이 몰려 오후 2시에도 문을 열고 있더라”며 “덕분에 우리 가족도 예방접종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곳 원장은 “어떤 이는 무료 접종은 ‘물 백신’ 아니냐며 한사코 유료(3만5000원) 접종을 원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주사 찌르기 전에 꼭 ‘상온 노출 백신 아니죠?’라거나 ‘4가 독감 백신 맞죠?’라고 물어보는 환자가 많다”며 “지난해와 달라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4가 독감 백신은 한 번 접종해 네 종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상온 노출 사고로 인해 사용이 중단된 정부 조달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이 27일 기준 407명으로 집계됐다”며 “현재 이상 반응 보고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324명에서 하루 만에 83명이 늘어난 것이다. 상온 노출 사고를 낸 신성약품이 유통하는 백신은 만 13∼18세, 만 62세 이상 어르신 대상 접종분으로 전국에 578만 명분이 이미 공급된 상태다.
 
질병관리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이번 독감 백신 유통·운송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사 결과는 2주 뒤께 나온다.
 
문희철·함민정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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