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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LH사장 “서울 집 지을 곳 많고 주택 공급도 충분”

중앙일보 2020.09.27 17:11
"서울의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 집 지을 곳이 없지도 않다. 공급 부족 우려는 심리적 요인일 뿐이다."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과 '패닉 바잉'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공급 부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동자동 LH지역균형발전지원센터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다. 
 
서울 주택 시장에 대한 그의 진단은 단순한 선언 차원을 넘어선다. LH가 주택 공급의 선봉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8·4 대책으로 서울·수도권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13만2000가구의 70%인 9만3000가구가 LH의 손에 맡겨져 있다.
 
그의 진단이 무색하게 서울을 포함한 주택 시장의 혼돈은 진행형이다. 치솟던 집값 상승세는 꺾인 모양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온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년 5개월째 상승 행진 중이다. 연립‧다세대주택에 오피스텔까지 전셋값이 뛰고 있다. 
 
집값을 잡으려 정부가 내놓은 23번의 부동산 대책에 따른 규제의 여파다. 하지만 혼돈의 중심에는 공급 부족, 특히 새 아파트 공급 부족이 있다는 게 전문가와 시장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변 사장에게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LH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LH

 
서울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니.  
“그렇다. 수차례 여러 통계로 확인했다. 지난 3년간 서울 평균 인허가나 착공, 준공물량은 2013~16년 평균보다 소폭 많다. 입주물량도 지난 3년간 연평균 4만3000가구 수준이다. 2013~16년엔 연평균 3만2000가구였다. 다만 176개의 정비구역 해제와 각종 규제 등으로 서울에 새 아파트 공급이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심리적인 우려다.”
 
규제에 묶여 있는 재개발‧재건축은 서울 아파트의 주요 공급 수단이다. 규제를 조금만 완화해도 공급 효과가 클 텐데.  
“정부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를 풀기에는 집값 상승에 대한 부담이 크다. 예컨대 용적률을 조금만 올려도 일반공급 물량이 증가해 당장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이 늘어난 공급이 해당 아파트의 수익이 되고 수익만큼 아파트값이 오르고 주변 아파트값도 덩달아 상승한다. 단순히 해당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택시장 전체로의 파급 효과가 즉각적이다. 외국처럼 주택이 다양한 형태가 아니고 획일적이라 나타나는 현상이다.”
 
재개발‧재건축 외에 서울 도심 공급을 늘릴 방법은.  
“서울에 집을 지을 ‘빈 땅’이 부족한 것은 맞다. 그래도 새 집을 공급할 방법은 많다. 역세권이나 ‘쪽방촌’ 같은 주거취약지역 개발이 대표적이다. 서울엔 지하철역만 300개가 넘는다. 역세권이 의외로 용적률이 낮다. 복합개발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2~3층 주택이 몰려 있는 쪽방촌도 마찬가지다. 이전에는 쪽방촌 주거환경개선이라고 하면 문풍지나 문고리 바꿔주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해당 토지를 공공이 매입해서 새 집을 지을 수 있다. 현재 LH가 추진하는 쪽방촌 개선 사업이 서울에만 용산 등 5곳이다. 뉴욕은 도심 면적의 30%가 주거시설이지만 서울은 5%가 안 된다. 서울의 공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8‧4대책에서 밝힌 서울‧수도권 주요 주택 공급방안은 공공재개발‧재건축이다. 민간 참여가 전제라 ‘허수’라는 지적이 있다. 공공 주도 사업방식 때문에 참여율이 낮지 않나.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기본적으로 개인 재산권을 행사하는 집합적인 사업이지만 용도변경이나 인‧허가나 토지수용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해 사실상 공익사업이다. 공공이 디벨로퍼(개발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간 재개발‧재건축은 부동산투자개발 사업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공공이 주도하면 당장 금융비용부터 줄어든다. 각종 인‧허가 등 사업 기간이 짧아지고 비리로 인한 분쟁도 생기기 어렵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참여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
 
3기 신도시가 서울 주택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까.
“3기 신도시는 서울 경계에 붙어 있거나 아주 가까운 곳이다. 고양 창릉, 인천 계양, 부천 대장은 거의 서울 경계에 붙어 있고 하남 교산은 서울 경계에서 2.2㎞, 남양주 왕숙은 3.5㎞ 떨어져 있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다수 포함된 탓에 낯설고 멀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모두 교통 요지라 서울 주요 도심까지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남양주 왕숙은 철도 6개 노선이 지난다. 이동시간이 서울역까지 15분, 여의도‧강남까지 20분이 된다. 서울 외곽으로 나간다고 생각할 필요 없다. 주택 수요 분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전청약이 당장 아파트값을 안정시킬까. 전셋값 상승 자극 우려도 있다.  
“청약을 기다리거나 혹은 당첨된 뒤 본청약까지 기다리며 전세를 사는 건 맞다. 그래도 이 수요가 집을 사지 않고 전세에 머물게 되며 서울 집값 상승 압력을 줄이는 효과로 작용한다.”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LH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LH

 
정부가 ‘로또 청약’을 조장한다는 비난도 있다.  
“3기 신도시 분양가가 로또로 불릴 정도로 낮지는 않을 것 같다. 예컨대 하남 교산은 공장이나 창고 같은 기존 시설이 많이 있다. 비어 있는 땅보다 보상비가 많다는 의미다. 교통망 확충을 위한 비용도 많이 든다. 3기 신도시 광역 교통망 건설에만 8조8000억원이 드는데 전체 사업비의 20%다. 게다가 주거 쾌적성을 위해 전체 면적의 35%를 공원으로 만들고 25% 정도만 집을 짓는다. 조성 원가 자체가 높아져서 로또일 만큼 분양가가 낮아지기는 힘들 거다. 다만 서울 도심의 좋은 아파트보다 가격이 30% 이상은 저렴할 듯하다.”
 
시장이 원하는 건 임대가 아니라 ‘내 집’이다.  
“국내 주택 공급 유형은 크게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으로 나뉜다. 중간유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이익공유형 주택’ 같은 형태다. 주변 시세가 10억원인데 5억원에 분양을 받았다고 하면 지금은 청약 당첨자가 시세차익인 5억원을 모두 갖는 형태다. '로또 청약'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익공유형 주택은 시세차익의 일부를 공공이 회수하는 식이다. ‘이익(시세차익) 없어도 이사 걱정 없이 내 집 살면서 대출 이자 만큼만 오르면 좋겠다’는 수요를 위한 주택이다. 공공임대주택의 변화도 꾀하고 있다.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까지 원하는 주택을 위해 디자인부터 마감재까지 개선하고 있다.”
 
‘패닉 바잉’이 나타날 만큼 무주택자의 불안감이 크다.  
“주택시장은 큰 흐름이 있다. 회복기와 상승기를 거치면 하락기가 찾아온다. 1‧2기 신도시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7~8년간 하락 경향을 보였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유휴부지 등 주거복지로드맵 포함지구 물량의 44%인 37만 가구가 집중 공급된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크게 확대된다. 조급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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