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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피격 사망’ 시신 수색 계속…해경 “NLL 남쪽서만 가능”

중앙일보 2020.09.27 13:52
26일 해양경찰이 어업지도선 공무원 시신 및 유류품을 수색하고 있다. 뉴스1

26일 해양경찰이 어업지도선 공무원 시신 및 유류품을 수색하고 있다. 뉴스1

북한에 피격돼 숨진 공무원의 실종 전 행적을 좇는 해양경찰이 연평도 인근 해상을 집중 수색 중이다. 전날보다 수색팀 규모가 더 늘어났다.
 
해경은 27일 연평도 인근 해상을 8개 구역으로 나눠 집중적으로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숨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47)씨 시신이나 소지품 등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지역으로 떠내려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수색이다. 
 
수색은 연평도 서방부터 소청도 남방 해상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수색 범위가 넓은 만큼 수색에 투입한 함정과 인원도 확대됐다. 이날 수색에는 해경·해군의 함정 29척과 어업지도선 10척 등 총 선박 39척과 항공기 6대를 투입했다. 해경은 500t급 함정 4척, 300t급 3척, 소형함정 6척 등 13척과 항공기 2대를, 해군은 함정 16척과 항공기 4대를 각각 수색에 동원했다. 전날 수색에 투입한 해경 경비함정 12척, 해군 함정 16척, 어업지도선 8척 등 선박 36척과 항공기 5대보다 늘어난 규모다. 
 

해경 “남북한 NLL 기준 달라”

연평도 어업지도선에 남아있던 이씨의 공무원증. 연합뉴스

연평도 어업지도선에 남아있던 이씨의 공무원증. 연합뉴스

북한은 이날 남측이 이씨를 찾는 과정에서 북측 영해를 무단으로 침범하고 있다며 수색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해경 관계자는 “북한과 남측이 생각하는 NLL 기준이 다르다”며 “해경은 NLL 남쪽에서만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의 마지막 행적 등을 수사 중인 해경은 지난 25일 군 당국에 군이 확보하고 있다는 이씨의 월북 정황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 제공 여부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군 당국은 내부 논의를 거쳐 이달 28일까지 자료 제공 여부를 알려주겠다는 입장이다. 
 
해경은 자체 조사로 이씨의 자진 월북과 관련한 징후를 아직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실종 직전 탔던 무궁화 10호 내부를 지난 24일 1차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휴대전화나 유서 등이 나오지 않았다. 선내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 2대는 지난 18일부터 모두 고장 나 그의 동선도 파악하지 못했다. 
 

월북 증거 있나…선박 컴퓨터 포렌식 

북한 해상에서 총격을 맞고 숨진 공무원이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조타실. 뉴스1

북한 해상에서 총격을 맞고 숨진 공무원이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조타실. 뉴스1

해경은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무궁화 10호와 이씨가 애초 근무했던 무궁화 13호에 있는 업무용 컴퓨터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증거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 관련 검색 기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또 선내 CCTV를 복원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영상 분석 등을 의뢰할 계획이다. 무궁화 10호의 행적을 기록하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플로터 기록도 분석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이씨를 현재 사망자가 아닌 실종자로 보고 있다”며 “이씨의 금융·보험 계좌와 휴대전화 통화 내용이나 지인 등 주변 인물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 등을 근거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유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은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특히 이씨의 형 A(55)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동생은 형이 자신을 구하러 올 것이라며 구조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을 텐데 군이 동생을 처참하게 죽였다. 살려야 할 시간에 죽여버린 것”이라며 “동생이 월북했다고 해도 동생을 못 지켰기에 방조·방임”이라고 주장했다. 월북이든, 실족이든 군 당국이 동생을 제때 구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A씨는 “NLL을 넘었다는 이유로 (군이) 월북자로 낙인을 찍어버린 희대의 비극”이라며 “시신 인도와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동생의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정진호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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