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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오지 말라더라"···귀성 대신 추캉스, 제주 20만명 몰린다

중앙일보 2020.09.27 12:00
지난 7월 15일 김포공항 출국장에 제주행 여행객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지난 7월 15일 김포공항 출국장에 제주행 여행객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최근 결혼한 직장인 김모(28)씨는 이번 추석에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우려 때문에 양가에서 굳이 찾지 말라고 하셔서 둘이서 못간 신혼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며 “가족 여럿이 만났다 헤어지는 것 보다 둘이 다녀오는 게 훨씬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 이모(49)씨는 추석 때 지인과 강원도로 2박 3일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했다. 이씨는 “부모님 댁에는 지난주 미리 방문했다. 실내에서 차례 지내기보다 친구들끼리 야외에서 고기 구워 먹는 게 덜 불안하다”고 말했다. 
 

귀성 대신 '추캉스' 행렬

휴가철인 8월 4일 오후 광주공항 이용객이 탑승 수속을 밟고 있다. 뉴스1

휴가철인 8월 4일 오후 광주공항 이용객이 탑승 수속을 밟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가족 간 거리두기'를 강조하며 귀성길 자제를 촉구하자 고향 대신 관광지를 찾는 '추캉스(추석+바캉스)'족이 늘어날 전망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2일 기준 추석 연휴 강원도 지역 내 호텔 예약률이 94.9%라고 밝혔다. 제주도와 제주관광협회도 연휴 5일간 19만 8000명의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제주도 내 5성급 호텔은 70%, 휴양리조트 48%, 골프장 79.8%의 예약률을 보였다.
 
제주행 항공편 수요도 늘었다. 익명을 요청한 항공사 관계자는 “제주행 항공권 예약률이 70~80% 정도 된다. 지난 추석 때보다는 예약률이 떨어진 편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제주 관광업계 관계자는 “연휴 동안 하루 4만~5만명 정도 들를 전망인데 코로나 19 확산 전 주말 연휴 관광객 수준”이라며 “추석 연휴만 바라보고 버틴 거라 사실 겉으로 오지 말라고 해도 속으로는 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민 못 가는데 관광객 몰려”

9월 2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자연생활공원 핑크뮬리 정원에서 관광객들이 가을 정취를 느끼고 있다. 뉴스1

9월 2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자연생활공원 핑크뮬리 정원에서 관광객들이 가을 정취를 느끼고 있다. 뉴스1

정작 제주도민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제주도의 한 공연업체 직원 강모(28)씨는 “서울에서 일하는 아버지도 이번 추석엔 본가인 제주로 안 내려오시겠다고 한다. 정작 제주도민은 안 가는데 관광객이 밀려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향이 제주도인 직장인 전모(26)씨는 30일 김포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왕복 항공권을 20만원에 샀다. 전씨는 “추석과 설 연휴 아니면 정말 내려가기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끊긴 했는데 티켓 값이 너무 비싸 놀랐다. 코로나 19로 항공권이 쌀 줄 알았는데 보통 명절 때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 '비상'…방역수칙 강화 

9월 25일 오전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공항에서 마스크 착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9월 25일 오전 원희룡 제주지사가 제주공항에서 마스크 착용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5일 추석 특별방역 대책을 발표했다.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2주를 ‘추석 특별방역 기간’으로 지정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전국적으로는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행사나 모임을 금지한다. 전시회나 박람회, 결혼식을 비롯해 추석맞이 마을잔치와 지역축제, 민속놀이 등도 이 인원을 넘으면 진행할 수 없다.
 
제주도는 26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방역수칙 의무화 행정 조치를 발동한다.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37.5도 이상 발열이 나면 인근 선별진료소에서 의무적으로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다. 강원도 역시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연휴 전 특별방역주간으로 정했다. 주요 호텔과 콘도, 유명 관광지 인근 음식점ㆍ유흥시설에서 출입자 관리ㆍ소독 등 방역 활동을 한다. 무인매표소, 안내판 등으로 인원 분산도 유도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명절 귀성객이 줄었다고 해도 예전에 해외로 나갔던 여행객이 일부 국내 여행지로 몰리면서 밀집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단지 휴게소에서 테이크 아웃을 하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임시 휴게소를 곳곳에 만들어 접촉을 낮추는 분산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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