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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편지부터 명절밥상 배달까지…'홀로추석' 될라 아이디어 만발

중앙일보 2020.09.26 11:00
구로구는 '고향 부모님께 사랑의 손편지 쓰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로 고향에 못 가는 아쉬움을 편지로 전해주자는 것으로 다음달 11일까지 구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할 수 있다. [사진 구로구]

구로구는 '고향 부모님께 사랑의 손편지 쓰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로 고향에 못 가는 아쉬움을 편지로 전해주자는 것으로 다음달 11일까지 구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할 수 있다. [사진 구로구]

손으로 눌러 쓴 "올 추석은 죄송합니다" 

‘못 간다 생각하니 더욱 보고 싶어집니다. 1년 내내 외로우셨을 부모님, 명절에 더욱 외로우실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서울 구로구청 한 직원의 편지) 
 
 서울 구로구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편지쓰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손편지를 써 보자고 제안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손편지 쓰기 공모전을 통해 부모와 자식 간의 마음이라도 전달하자는 취지다. 다음 달 11일까지 이어지는 공모전에 접수된 이야기들은 애틋하다. 
 
이성 구로구청장이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쓰고 있다. [사진 구로구]

이성 구로구청장이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쓰고 있다. [사진 구로구]

구로구, 홀로 추석 보낼 부모님께 편지를…

 아이디어를 낸 이성 구로구청장 역시 손편지를 썼다. 20여년 전 돌아가신 부모님을 향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글로나마 부모님 불러보는 것이 20년 만입니다’로 시작한 글을 세 쪽으로 이어졌다. ‘제 걱정 때문에 부모님 가슴앓이와 속병이 시작되었고, 이른 연세에 돌아가신 것 같아 뒤늦은 후회가 밀려온다’고 적었다. 그는 '핸드폰은 고사하고 집 전화도 없이 살던 70년대, 고등학교, 대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 내내 저는 집 밖에서 자는 날이 집에 들어간 날보다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꿈속에서 만난 부모님 이야기도 적었다. ‘지난해 봄 문득 제 꿈속에 큰 형과 함께 오셔서, 고등학생이었던 제가 집에 들어오는 걸 반갑게 맞으면서 “어서 와라, 여기 따뜻한데 들어와 누워봐라” 이야기하셨는데, 이불이 덮인 그 자리는 방안이 아니고 땅바닥이었어요. 이불을 들치고 돌아가신 큰 형 옆에 들어가 부모님과 넷이 함께 누웠는데, 너무도 따뜻하고 편안했어요. (중략) 그 시절 집에 잘 안 들어오던 저 때문에 매일같이 걱정하시던 부모님 심정을 이제야 제가 깨닫게 된 것이겠지요.’
 
이성 구로구청장이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쓰고 있다. [사진 구로구]

이성 구로구청장이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담은 손편지를 쓰고 있다. [사진 구로구]

 성묘를 가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도 담았다. ‘올해는 몹쓸 전염병 때문에 부모님 산소 성묘도 못 가고 있어요. 추석 차례도 집에서 간소하게 지낼 테니 모이지 말라고 이야기했어요. 남은 당신의 자식들은 모두 잘 견디고 있어요. 없이 살아도 온화한 가족의 힘은 아버지,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물려주신 제일 자랑스런 유산이지요. 그러니 이제는 걱정 다 접으세요.' 이 구청장의 편지는 '보고픔과 걱정으로 일생을 보내셨을 부모님께 이제 불효자 용서를 빌면서 또 꿈속에서나마 뵙겠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
 

홀로 추석 보낼 청년에겐 '명절 밥상'과 도시락

 코로나19로 '홀로 추석'을 보내게 되는 사람들을 위한 아이디어도 속속 쏟아지고 있다. 성동구는 고향을 못 가는 청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총 100명에게 명절 음식을 도시락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양천구는 이번 추석에 결식우려가 있는 아동들을 위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엄마도시락을 준비해 배달한다. [사진 양천구]

양천구는 이번 추석에 결식우려가 있는 아동들을 위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엄마도시락을 준비해 배달한다. [사진 양천구]

 
 양천구는 명절에 쓸쓸하게 보낼 결식아동을 위해 '엄마 도시락'을 준비했다. 그간 밥과 국, 반찬 등 명절 음식을 마련해 직접 배달했지만 올 추석은 코로나19로 인해 방식을 바꿨다. 아이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간식류와 송편, 컵밥과 설렁탕 등으로 대체하기로 한 것이다. 배달 후엔 끼니를 걱정할 부모에게 안심 문자를 보내 배달 결과도 알려준다. 
 
 고향 집을 방문하는 대신 집에 머무는 가정이 많은 이번 추석 연휴에는 '착한 소비 운동'도 진행된다. 지역 음식점이나 미용실, 꽃집 등에서 영수증을 모아 10만원 이상 지출한 것을 주민센터에 내면 마스크 5장과 손 소독제를 선착순으로 준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추석 연휴 기간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방역 강화, 취약계층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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