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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0%점유" 자랑해도···美부품 끊기면 못나는 中드론 DJI

중앙일보 2020.09.26 05:00

열에 여덟은 DJI

지난 2019년 11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한 박람회에서 관람객이 중국DJI의 드론 매빅에어를 살펴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지난 2019년 11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한 박람회에서 관람객이 중국DJI의 드론 매빅에어를 살펴보고 있다.[신화=연합뉴스]

미국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업용 무인기(드론)의 제조사가 그렇다. 글로벌 드론 시장조사업체 드로니(DRONEII) 발표다. 2019년 미국 드론 시장 점유율 76.8%는 중국의 다장촹신(大疆創新·DJI)이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비슷하다. 경쟁력은 역시 중국 특유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닛케이)는 “DJI는 경쟁사의 절반 가격을 무기로 글로벌 상용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했다”고 평가한다.  
왕타오 DJI 창업자. [지커왕 캡처]

왕타오 DJI 창업자. [지커왕 캡처]

2006년 홍콩과기대 대학원생이던 왕타오(汪滔)가 세운 DJI는 2018년 세계 1위가 됐다. 기업가치만 1600억 위안(약 28조 원)이다.

값싼 DJI 드론, 미국 덕이다.

지난 2019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DJI의 매빅 드론을 시연해 보고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019년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DJI의 매빅 드론을 시연해 보고있다. [신화=연합뉴스]

닛케이 분석이다. 닛케이는 “DJI의 가격 경쟁력 비결은 상용부품(완성부품)을 80%나 사용한 데 있다”며 “부품 가격은 제품 판매가의 20%에 불과하고, 대부분 미국산 부품이었다”고 전했다.
 
막연한 분석이 아니다. 실제 제품을 뜯어봤다. 전문 업체 포말하우트 테크노 솔루션(포말하우트)의 도움을 받아 DJI의 최신 저가형 모델 ‘매빅에어2’를 분해했다. 이 드론의 가격은 750달러(약 89만 원)다.
DJI의 드론 매빅에어2.[사진 DJI]

DJI의 드론 매빅에어2.[사진 DJI]

업체 분석은 이렇다. 매빅에어2의 부품 원가는 135달러(약 16만 원)로 판매가의 20% 수준이다. 부품 중 80%가 상용 부품이다. 이미 만들어진 다른 회사 제품을 사다 썼단 뜻이다. 포말하우트 관계자는 “프로펠러를 제어하는 반도체가 DJI의 유일한 독자 부품”이라고 말했다.  
 
이게 DJI 가격 경쟁력의 비결이란 게 닛케이 주장이다. 한 일본 드론 제조업체의 임원은 닛케이에 “우리가 DJI와 동일한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면 재료비만 ‘DJI’의 두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DJI의 드론 매빅에어2의 분해 모습.[사진 포말하우트]

DJI의 드론 매빅에어2의 분해 모습.[사진 포말하우트]

그런데 DJI가 쓴 상용 부품의 다수가 미국산이다. 특히 핵심 부품이 그렇다. 통신 부품은 미국 반도체 업체 코르보(Qorvo), 전원 부품은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반도체 칩을 썼다. 코르보 반도체는 드론의 무선 통신 신호를 강화해 주고 간섭을 없애주는 핵심 칩이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반도체는 드론의 배터리를 관리한다.  
DJI의 드론 매빅에어2 완제품과 분해된 기판의 모습. [사진 DJI·포말하우트]

DJI의 드론 매빅에어2 완제품과 분해된 기판의 모습. [사진 DJI·포말하우트]

물론 DJI의 제품 경쟁력이 거짓은 아니다. 매빅에어2는 저렴한 가격에도 기능이 정교하다. 초고화질(UHD) 4K 비디오 촬영이 가능하다. 물체도 자동으로 추적하고 장애물도 피한다. 무게도 570g에 불과하다. 모두 DJI가 독자적으로 확보한 기술력 덕분이다. 일본 페이턴트리절트에 따르면 DJI는 지난해 기준 185개의 일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위 업체보다 3배 이상 많다.

문제는 미·중 기술 전쟁이 한창이란 점이다.

2019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 드론 전시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중국 DJI의 드론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019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 드론 전시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중국 DJI의 드론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국은 중국산 드론이 수집한 정보가 중국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DJI가 성장 가능성 높은 세계 드론 시장을 선도하는 데 대한 위기의식도 갖고 있다. 미국이 이 산업을 장악해야 한다고 보는 거다.
 
공격은 시작됐다. 미국 내무부는 1월 약 1000대의 중국산 민간 드론 사용을 임시 중단시켰다. 미국 국방부도 부서의 드론 입찰에 미국 4개 업체와 프랑스 1개 업체만 허용했다. 업계 1위인 중국산 드론을 사실상 차단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여기에 경제 제재가 더해질 수 있다. 미국 부품이 많은 지금 같은 생산구조론 DJI도 위태롭다. 닛케이는 “(DJI 드론에 들어간)미국 부품은 최근 대체재를 찾기 어렵다”며 “(DJI가)미국의 새 목표물이 된다면, DJI의 부품 구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 부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9년 11월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DJI 회사에서 직원이 자사 제품을 방문자에게 소개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2019년 11월 중국 광둥성 선전시의 DJI 회사에서 직원이 자사 제품을 방문자에게 소개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닛케이에 따르면 매빅에어2는 저장 장치에 삼성전자, D램엔 SK하이닉스 제품을 쓴다. 메모리 분야이긴 해도 이 부품도 반도체다. 미국이 화웨이의 숨통을 틀어쥔 수단이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 때처럼 자국 반도체 기술과 장비가 쓰인 제품을 DJI에 납품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그러면 DJI는 드론을 날리기는커녕 만들지도 못할 수 있다. 후미아키 야마자키 일본 국가안보정보보안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DJI가 화웨이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그래서일까. 최근 DJI가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DJI는 올해 들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드론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5G 통신 구축에 필수적이다. 향후에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중국 정부는 DJI가 몰락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다.  
 
하지만 만일 미국이 DJI에 ‘화웨이 포위 전략’을 사용한다면, 이를 벗어날 묘수가 있을까. 시진핑 주석과 왕타오 DJI 창업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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