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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총격 뒤 기름 붓고 태워” vs 북 “시신 아닌 부유물 소각”

중앙선데이 2020.09.26 00:34 705호 3면 지면보기

공무원 북 피격 사망 - 남북 진실게임 

25일 오후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초소 부근 철책에서 북한 군인들이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초소 부근 철책에서 북한 군인들이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과는 하지만 만행은 아니다.’
 

정부 “끈으로 일부 묶고 해상서 조사”
북 “아무개 얼버무린 뒤 답변 안 해”
30시간 표류 중 도주 시도는 불가능
전통문서 월북 표명 여부는 안 밝혀

25일 북한이 노동당 통일전선부 명의로 보낸 통지문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런 의미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에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데 대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사과했다. 하지만 북측이 덧붙인 사건 경과는 우리 군의 설명과는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월북 의사까지 표시한 비무장 민간인을 상부의 명령을 받아 사살하고 불태웠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게 북측 주장이다. 단지 검문에 불응한 ‘침입자’를 현장의 판단에 따라 사살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주장이 맞부딪히는 건 크게 네 부분에서다.
 
①“시신 소각 안 했다”=정부는 북한군이 해상에서 이씨에게 총격을 가한 뒤 기름을 붓고 태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인륜적 만행’이란 비판을 쏟아진 결정적인 대목이다.
 
반면 북한은 이날 “10여 발의 총격을 가한 뒤 10여m까지 접근해 수색했지만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없었다”며 “많은 양의 혈흔이 있어 사살됐다고 판단하고 국가 비상방역 차원에서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총격을 가하긴 했지만 시신은 찾지 못했고, 방역 차원에서 해상 부유물에 불을 놓기는 했지만 시신 소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②서로 다른 사격 시간=북한은 지난 22일 저녁 등산곶 인근에서 이씨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조업 중이던 어선에서 이씨를 발견했고, 신고를 받은 북한군이 출동해 공포탄을 쏘자 도망가려 해 실사격을 했다는 주장이다. 순식간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 이씨를 발견한 북한군이 방독면을 착용한 채 접근했고, 이후 6시간 뒤인 이날 오후 9시40분 상부의 지시를 받고 사격해 숨지게 한 뒤 40여 분간 불태웠다는 정부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③조사 뒤 처형 vs 거부 후 도주 시도=군 당국은 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된 뒤 해상에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통상 해상에 떠 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배에 태우거나 육지로 옮겨 조사하는 게 관례”라며 “북한은 당일 이씨를 발견한 뒤 육지에 들이지 않은 채 도망가지 못하도록 끈으로 신체 일부를 묶은 뒤 해상에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이씨가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처음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린 뒤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도주를 시도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단속 명령에 함구무언하고 불응해 공포탄 두 발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도주할 것 같은 상황이 조성됐다. (이씨가 타고 있던 부유물을) 뒤집으면서 몸에 뭔가 뒤집어쓰려는 모습도 있었다”는 게 북측 주장이다. 조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④월북 의사 있었나=이씨가 북한군에 발견된 직후 월북 의사를 밝혔는지에 대해서도 남북의 주장은 갈렸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실종자 표류 경위를 확인하면서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씨가 ‘해상 조사’ 과정에서 월북하겠다는 뜻을 밝힌 정황을 포착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전통문에서 월북 의사 표명 여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문서에 ‘미안하다’는 표현을 담은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게 일자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군 안팎에선 해상 표류자는 일단 끌어올려 응급조치를 취한 뒤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게 보편적·인도적 관례인데 북한은 이런 기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욱이 물속에서 30시간 가까이 머물며 체력이 소진된 이씨가 망망대해에서 도주를 시도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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