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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닭치고’ 배달…자영업자 무덤 치킨집 ‘날갯짓’

중앙선데이 2020.09.26 00:20 705호 12면 지면보기
코로나19로 언택트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치킨 프랜차이즈의 매출이 증가했다. [뉴시스]

코로나19로 언택트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치킨 프랜차이즈의 매출이 증가했다. [뉴시스]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에서 작은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54)씨는 요즘 이웃 가게들을 보면서 남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 탓에 외식하는 소비자가 반년째 급감하면서 주변 사장님들은 시름이 깊어졌지만, 배달과 테이크아웃 위주로 장사하는 이씨의 치킨집은 악영향을 덜 받아서다. 이씨는 “배달 주문이 크게 늘어 지난해 이맘때보다 매출이 오히려 30%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비대면 시대 프랜차이즈의 반전
가맹점 월 매출 30~40% 증가
교촌치킨, 외식업계 첫 상장 눈앞
노랑통닭, 사모펀드에 지분 매각

6개월 후 기상도 ‘조금 나쁨’ 전망
경쟁도 치열, 섣부른 창업은 위험

코로나19 여파로 대다수 자영업자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레드오션 우려 속에 ‘자영업자의 무덤’으로까지 불렸던 치킨 시장은 상대적으로 반등 분위기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일반 음식점에서 먹는 것은 꺼리지만, 치킨처럼 배달 또는 테이크아웃으로 집에서 먹기 간편한 음식 주문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어서다. 코로나19에 따른 언택트(untact·비대면) 트렌드 덕을 보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치킨집은 크고 작은 국내 400여 치킨 프랜차이즈와 계약해 가맹점 형태로 운영한다. 이들 자영업자 입장에선 치킨 프랜차이즈가 잘될수록 윈-윈(win-win)하면서 웃음 지을 가능성이 크다. 관련 업계의 주요 근황에서 긍정적 분위기가 엿보인다. 지난해 3186억원의 매출로 업계 2위였던 ‘bhc’는 올 상반기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약 30% 증가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한 지난달엔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증가로 기존 가맹점 월평균 매출 기록(최대치)을 갈아치웠다.
  
BBQ, 배달 특화 매장 100건 넘게 계약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업계 3위 ‘BBQ’ 역시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트렌드 맞춤형 전략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BBQ는 지난 6월 ‘비비큐스마트키친(BSK)’이라는 소자본 배달 특화 매장을 선보였다. 일반 가맹점과 달리 평균 33㎡(10평) 내외의 아담한 공간에서 소수 인원이 치킨 포장과 배달에만 집중한다.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한 데다, 매장 임차료도 월평균 100만원 안팎으로 비교적 저렴해 론칭 두 달 만인 지난달 말 신규 출점 계약 100건을 넘어섰다. BBQ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수도권에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이 2.5단계로 격상된 이후로 BSK 매장의 평균 매출은 전주 대비 15%, 전월 대비 104%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업계 1위 ‘교촌치킨’은 최근 한국거래소로부터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코스피 입성을 눈앞에 뒀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10일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했다.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통과는 치킨 프랜차이즈는 물론 국내 외식 업계를 통틀어서도 첫 사례다. 그간 ‘카페베네(카페)’ ‘놀부(한식)’ 등 내로라하는 유명 외식 프랜차이즈가 직상장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통상 프랜차이즈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이 뒷받침되더라도 가맹점 의존도가 높고, 각 가맹점과의 관계 같은 외부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 특성상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 까다롭다. 교촌에프앤비는 코로나19 여파에도 탄탄한 실적을 계속 기록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일부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 확보에 나서면서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 연내 코스피에 직상장하면 자금 조달 등으로 성장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순풍을 타고 있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업계 15위 ‘노랑통닭’을 운영하는 노랑푸드는 지난 18일 국내 사모펀드(PEF) 큐캐피탈파트너스와 코스톤아시아에 지분 100%를 넘기는 주식매매계약(SPA)을 했다. 인수 가격은 약 700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배달과 테이크아웃 서비스에 강점이 있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나아가 모든 치킨집에 반사이익을 안겨줬다”며 “올해 치킨 시장 전반의 매출이 전년보다 20~30%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치킨집은 그간 ‘치킨 공화국’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을 만큼 국내 대표적 창업 아이템으로 꼽혔다. 수요는 1년 365일, 남녀노소 꾸준히 뒷받침되는데 큰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데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당 평균 창업 비용을 집계한 결과 치킨은 5716만원으로, 양식(1억4711만원)·카페(1억2294만원)·한식(1억486만원)·분식(6401만원) 등보다 저렴했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 치킨집만 약 3만7000곳(2018년, 통계청)이 있다. 국내 모든 중식·일식집을 더한 것과 비슷한 숫자다.
  
3만7000곳 … 중·일식집 더한 것과 비슷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실직과 조기 은퇴 등에 내몰린 많은 국민이 이처럼 진입장벽 낮은 치킨집 창업에 뛰어들면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 레드오션이 됐다. 그러면서 시장 전반의 수익성 악화 등 경영상 어려움도 더해갔다.  
 
KB금융그룹 등에 따르면 새로 문을 연 치킨집은 2014년 9700곳에서 2018년 6200곳으로 급격히 줄었다. 이와 달리 폐업한 치킨집은 같은 기간 7600곳에서 8400곳으로 늘면서 창업한 치킨집 숫자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까지 일어났다. 이런 탓에 자영업자의 무덤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치킨집의 반전을 각계가 코로나19 시대의 위안거리로 삼을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다만 예비 창업자가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해 빚을 지고 준비 안 된 창업에 뛰어들기보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까지 길게 보고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상권 분석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창업기상도’를 발표한다. 이에 따르면 서울에서 치킨집을 창업하는 경우 전망은 지난 11일 기준 ‘보통(78점)’, 6개월 후엔 ‘조금 나쁨(66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 관계자는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조업 등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산업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일부 서비스업의 반등은 극히 예외적일 뿐, 많은 국민이 생계형 창업에 내몰리는 건 여전히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외식업체, 빠른 배달로 코로나 위기 돌파
신속·친절한 한국식 서비스 인기
스쿨푸드·BBQ, 외국서 선전
 
종합 외식 기업 에스에프이노베이션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분식 프랜차이즈 ‘스쿨푸드’는 지난 7일 홍콩에서 새 매장을 열었다고 밝혔다. 패션과 미용 등 다양한 업종의 260개 이상 소매점이 입점한 홍콩 내 대형 쇼핑센터 ‘텔포드 프라자’ 안에 공간을 마련했다. 이양열 스쿨푸드 대표는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홍콩 내 스쿨푸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새 점포를 낸 배경을 설명했다.
 
떡볶이와 김밥 같은 분식을 재해석해 고급화한 메뉴를 주로 취급하는 스쿨푸드는 국내 인기를 등에 업고 2013년 홍콩에도 진출했다. 올 상반기 스쿨푸드의 홍콩 매장 1·2호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68%, 41%씩 증가했다. 둘 다 홍콩 진출 이후 최대 실적이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 걸맞게 배달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깜짝 성과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라는 큰 골칫거리와 마주하게 된 외식 업계이지만, 해외에선 이처럼 배달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다. 한국 특유의 빠르고 친절한 배달 서비스가 해외에서도 통하는 것으로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제너시스비비큐의 치킨 프랜차이즈 ‘BBQ’도 지난 6월 미국 내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05%나 증가한 300만 달러(약 35억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올 1월보다 배로 증가한 액수다. 특히 배달 수요가 급증해 지난해까지 전체 매출의 10%가 채 안 됐던 배달 매출 비중이 올 상반기 40%를 넘어섰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BBQ의 미국 매장 수는 올해 200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창업을 희망하면서 이를 문의하는 현지인이 계속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외식 시장은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매장 내 식사 대신 테이크아웃 또는 배달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호주 컨설팅 업체 마스터마인드컨설팅의 트리시 배리 상무는 최근 코트라 인터뷰에서 “이제 외식 업계는 모바일 플랫폼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면서 “성행하는 테이크아웃과 배달을 통해 고객들이 얻을 경험을 점검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다음 전략 수립에 응용해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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