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팝 문화 = 기술 + 예술…21세기 바우하우스식 혁신

중앙선데이 2020.09.26 00:20 705호 19면 지면보기

경영학자가 본 K팝 성공 비결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핫100 2주 연속 1위에 빛나는 방탄소년단이 미국 NBC-TV ‘지미 팰런쇼’에 28일부터 10월 2일까지 매일 초대받았다. 이름하여 ‘BTS Week’다. 블랙핑크의 신곡 ‘아이스크림’이 빌보드 핫100에서 3주째 머물고 있는 가운데, 슈퍼엠이 24일 NBC-TV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서 정규 1집 타이틀 곡 ‘원’ 무대를 최초 공개했다.
 

『K-POP 이노베이션』 낸 이장우 교수
아이돌 세계화 전략 시스템 구축
수많은 파생 상품·일자리 창출

한국, 추격자서 ‘퍼스트 무버’ 전환
온라인 유료 콘서트 등도 앞서

경영학자의 시각으로 K팝 성공비결을 분석한 책 『K-POP 이노베이션』을 출간한 이장우 교수가 K팝 전진기지인 서울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를 찾았다. 전민규 기자

경영학자의 시각으로 K팝 성공비결을 분석한 책 『K-POP 이노베이션』을 출간한 이장우 교수가 K팝 전진기지인 서울 청담동 SM엔터테인먼트를 찾았다. 전민규 기자

이 기세등등한 K팝의 인기 비결을 경영학자의 시선으로 분석한 책이 최근 출간됐다. 이장우(63)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경영학회장)가 쓴 『K-POP 이노베이션』(21세기북스)이다. 이 교수는 “K팝은 한국의 혁신적인 프로듀서 기업가들이 문화와 기술을 결합해 만든 신상품으로, 아이돌화·수익성 다변화·세계화라는 3대 전략을 시스템으로 구축했다”고 요약했다.
 
우선 ‘K팝’이 무엇인지부터 짚고 가자.
K팝은 우리가 만든 말이 아니다. 외국에서 일본의 J팝과 구별하기 위해 붙인 용어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대중음악이지만 해외에서 더 화제가 되고 소비되는 아이돌 음악이 K팝의 본질이다.
  
다양한 음악그룹 지속적으로 창조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문화에 기술을 결합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음악이 문화예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의미다. 개별 아티스트나 개인 프로듀서 중심의 영역에서 벗어나 ‘컬처 테크놀로지’라는 기술 개념을 도입해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돌을 생산하고 소비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물론 이때의 아이돌 생산 시스템은 제조업에서 말하는 공장형 생산, 즉 매뉴팩처링과는 다르다. 체계적인 반복 생산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음악 그룹들을 지속적으로 창조해냈다는 의미다.
 
문화에 기술을 결합한 것이 왜 중요한가.
기술은 혁신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결합하는 순간 혁신이 일어나고, 혁신이 일어나면 산업이 발생한다. 직업과 일자리와 파생 상품이 생기는 것이다.
 
K팝은 어떤 의미에서 신상품인가.
듣는 음악이 아니라 보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또한 음악이 핵심이 아니라 음악을 생산하고 실연하는 아이돌이 핵심이다.
 
기술을 결합한 성공 프로세스가 K팝이 처음인가.
아니다. 우선 20세기 초 바우하우스가 있다. 바우하우스를 설립한 발터 그로피우스는 “기술은 예술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예술은 기술을 꼭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미술 자체로는 일자리를 못 만들지만, 미술에 기술이 결합된 산업 디자인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 또 미국 모타운 레코드사의 사례도 있다.
 
모타운이라면 흑인 음악의 종갓집이라는 곳인데.
창업주인 베리 고디(91)는 흑인 소울 음악으로 팝 음악계에 혁명을 일으킨 인물이다. 모타운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의 별칭 ‘모터 타운’을 줄인 말이다. 한국전에도 참전했던 그는 잠시 포드자동차에 들어가 직공으로 일했는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 산업에 ‘공장의 생산 라인’ 개념을 접목했다. 그런 맥락에서 K팝과 공통점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을까.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었다는 점이다. 1960년대 미국 주류 음악 시장에서 흑인 음악이 설 곳은 없었다. 고디는 처음부터 유럽을 공략대상으로 삼았다. 비틀스를 물리친 3인조 걸그룹 슈프림스를 앞세워 영국 차트 1위를 했다. K팝의 원조는 1996년 결성된 H.O.T인데, 이수만 프로듀서 역시 처음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비전으로 삼았다. 수백 명의 모타운 팬클럽을 중심으로 팬덤을 형성한 것도, 흑인 소울 음악으로 백인 매니어 층을 공략함으로써 틈새시장에서 뿌리를 내렸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은 격변기이자 중흥기였다. 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 완전히 새로운 흐름이 시작됐다.
시야를 좀 넓혀보면, 93년에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있었다. 또 95년 벤처기업협회가 설립됐고 96년 코스닥 시장이 개설됐다. 대한민국에 혁신이 시작된 시기였다.
 
K팝 혁신을 설명하기 위해 ‘M-ies’ 모델을 만들었다.〈그래픽 참조〉
기존의 경영학 이론으로는 K팝의 성공을 설명하기가 어려워 새로 만들었다. 프로듀서 혁신가의 비전과 리더십,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기업의 전략 간 상호작용을 통해 혁신 모멘텀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즉 K팝은 한 번의 우연한 이벤트가 아니라 수십 년 간 모멘텀을 중심으로 계속 확대 재생산된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3대 혁신 주체 모두 세계적 경쟁력
 
한국 경제에서 K팝의 위치는.
한국수출입은행의 2019년 6월 보고서를 보면, 2018년 문화콘텐츠 수출이 75억 달러를 기록하며 13위의 가전(72.2억 달러)을 제쳤다.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아주 중요한 의미다. 2018년 전체 문화콘텐츠 수출에서 K팝의 비중은 6.8%인데, 2006년 1.6%에서 크게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소비재 수출 유발 효과를 고려하면 47%가 넘는 비중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K팝은 스타일이 천편일률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다 비슷하게 들릴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트로트는 천편일률적이지 않나. 다른 것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는, 그리고 K팝은 어떤 길을 찾아야 할까.
우리는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제조 대기업, IT벤처, 그리고 소프트파워의 문화 기업 등 3대 혁신 주체를 모두 가진 나라다.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는 흔치 않다. 게다가 우리 경제는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로 전환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가 가는 곳이 곧 길이다. 지난 4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세계 최초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를 선보였고, JYP엔터테인먼트의 트와이스도 여기서 공연했다. 특히 세계적인 팝스타도 비욘드 라이브 공연을 문의하고 있다고 하니 이또한 기대해 볼 일이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