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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국가 편협한 틀 벗자

중앙선데이 2020.09.26 00:20 705호 21면 지면보기
지구 평화를 향한 탐구

지구 평화를 향한 탐구

지구 평화를 향한 탐구
이케타 다이사쿠,
조지프 로트블랫 지음
중앙북스
 
국제연합(UN)은 종이호랑이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너무 느리거나 무기력한 경우가 많아 보여서다. 이케다 다이사쿠와 조지프 로트블랫의 대담집인 이 책을 읽다 보니 생각이 바뀐다. 지금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이미 소중한 존재구나. UN이 아직은 미약하지만 일종의 ‘절대 평화’에 도달하는 데 가장 유력한 발판으로 보인다.
 
이케다 다이사쿠가 누군가. 국제적인 평화운동가다. 국제창가학회(SGI) 회장이다. 불교인이자 UN에 협력하는 비정부기구 수장으로서 인간 존엄과 평화를 위한 활동을 한다. 조지프 로트블랫의 이력은 극적이다. 뛰어난 핵물리학자로 미국 정부의 원폭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 참가했다가 과학자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 홀로 빠져나왔다. 핵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1955년 러셀·아인슈타인 선언, 57년 퍼그워시회의 등에 참석한 끝에 95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러니까 책은 종교에 바탕을 둔 평화운동가와 과학자에서 전신한 평화운동가가 제목대로 지구 평화를 위해 대화를 나눈 기록이다.
 
허황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였다. 구체적이고 참신하다. 칸트의 세계평화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로트블랫은 근대 국민국가가 타국의 위협으로부터 자국민 보호를 주요 기능으로 받아들인 결과, 국가의 주권이 전쟁수행 능력으로 보증된다는 사고방식이 대원칙이 됐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케다는 마키구치 쓰네사부로 창가학회 초대 회장의 가르침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지역에 뿌리내린 향토민이면서 세계인이라는 확고한 인식이 있어야 국가나 민족이라는 편협한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국가를 부정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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