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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출소에 떠는 나영이 힘내라" 이틀만에 성금 6800만원

중앙일보 2020.09.25 14:58
교도소에 수감 중인 조두순. [중앙포토]

교도소에 수감 중인 조두순. [중앙포토]

‘조두순 사건’ 피해자 나영이(가명) 가족의 이사를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아동 성폭행 가해자 조두순이 오는 12월 만기 출소한 뒤 피해자가 사는 안산 지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다.
 

“기부자 이름 대신 ‘나영이 힘내라’”

23일 첫 모금을 시작한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KAVA) 측은 “25일 정오 기준 6840만원이 모였다”며 “하루 만에 5900만원을 모금하는 등 많은 분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금에 참여한 인원은 1332명이다. 일부 시민은 후원계좌에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나영이 힘내라’ 등 응원 문구를 담아 기부했다. 시민들은 사건이 일어난 2008년 당시에도 피해자 수술비용 지원 등을 위한 모금 운동을 벌였다.
 
모금은 신의진 한국폭력 학대예방협회 회장(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신 회장은 나영이의 심리치료를 담당했던 주치의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나영이 아버지께서 ‘빚을 내서라도 조두순 이사비용을 대고 싶다’ ‘벌써 다리에 힘이 풀리는데 딸의 심정은 어느 정도겠냐. 이사하고 싶다’고 말씀하신 걸 듣고 모금을 시작했다”며 “최근 전셋값도 많이 오른 상황에서 가족들이 안전한 거주지를 마련하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신의진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KAVA) 회장. [중앙포토]

신의진 한국폭력학대예방협회(KAVA) 회장. [중앙포토]

신 회장은 범죄 피해자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폭력·아동학대 피해자들은 스스로 피해 사실을 말하기 꺼리는 특성이 있다. 이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는다”며 “피해자 입장을 조금만 더 생각했다면, 조두순이 그냥 안산에 돌아갈 수 있도록 놔둘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조두순 법’ 등이 쏟아졌지만, 정작 피해자와 가족들의 목소리를 청취하려는 노력은 없었다”며 “피해자 눈높이에 맞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피해자를 돕기 위한 장기 지원책이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된 뒤에도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현재 전무하다”며 “전문적인 심리치료 등을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단순히 ‘조두순 같은 범죄자는 평생 감옥에 살아라’란 주장이 아니라 어떻게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산시도 ‘조두순 격리법’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조두순의 출소일이 다가오자 윤화섭 안산시장도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두순 격리법’으로 불리는 ‘보호수용법’ 제정 청원을 올렸다. 윤 시장은 청원 글에서 “아동 성폭력범, 상습성폭력범, 연쇄살인범을 대상으로 하는 보호 수용제도는 교도소와는 다른 목적, 다른 시설, 다른 처우를 통해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라며 “피해자 가족은 물론 많은 국민이 조두순이 출소한 후 일정 기간 격리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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