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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 문 닫고, 구급차 요청도 거절…'음성' 17세 고교생 사망 6개월

중앙일보 2020.09.25 14:57

유족 “독감 걸려도 치료 못 받는 의료체계”

지난 3월 18일 폐렴 증세를 보이다 숨진 17세 고교생 정유군에 대한 영남대병원의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일부 양성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방역당국이 실험실 오염과 기술 오류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18일 폐렴 증세를 보이다 숨진 17세 고교생 정유군에 대한 영남대병원의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일부 양성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방역당국이 실험실 오염과 기술 오류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연합뉴스

“독감이 걸려도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엔 치료를 받기 어려운 감염병 의료체계를 개선해야 합니다.”
 

대책위, 24일 첫 자체조사 결과 발표
"정부 진상 조사·의료체계 개선해야"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경북을 덮쳤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고교생 정유엽(17)군의 아버지 정성재(54)씨의 말이다. 정씨와 의료단체 등으로 구성된 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는 지난 24일 경산농업인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정군 사망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정훈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지난 7~8월 진행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몇 가지 의문점과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고열 등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비코로나 환자의 치료 공백 ▶선별진료소의 운영 체계 ▶1339의 역할 미비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권 위원장은 “민간 조사라는 한계점이 있지만, 이번 발표로 인해 정부에서 심각성을 깨우치고, 공식적으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했다. 
 

정군, ‘고열’ 때문에 치료 못 받고 사망

 경북 경산시에 거주자인 정군은 지난 3월 12일 급성 폐렴 증세를 보였다. 41.5도가 넘는 고열로 힘들어하자, 정군의 어머니는 지역의 A병원(국민안심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정군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코로나19 검사도 받을 수 없었다. 정군이 병원을 찾았던 오후 7시에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아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매뉴얼에 따라 열이 나는 환자는 바로 병원으로 출입할 수 없다. 코로나19 환자가 바로 병원에 들어와서 의료진 등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따라서 의심 증상 환자들은 병원에 따로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에게 우선 진료를 받고 코로나19 검체검사를 받게 된다.
 
 당시 A병원 선별진료소(6시까지 운영)가 문을 닫았고, 지역 내 다른 선별진료소도 문을 연 곳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결국 정군의 어머니는 응급실 문을 두드렸고, 의사가 밖으로 나와 정군을 진료했다. 하지만 의사는 체온을 잰 뒤 해열제 등만 처방해주고 돌려보냈다. 
 
 이에 대해 경산시 측은 “병원 재정난과 한정된 의료인력 때문에 선별진료소 운영 시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책위는 시·군별로 24시간 운영하는 국가 지정 선별진료소가 한 곳은 있어야 하고, 선별진료소에서 비코로나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339에도 도움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적시에 받지 못해 사망한 정유엽 학생의 부친(맨 오른쪽)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참여연대에서 아들의 사망 경위와 의료 대응의 문제점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대로 된 치료를 적시에 받지 못해 사망한 정유엽 학생의 부친(맨 오른쪽)이 지난 5월 21일 서울 참여연대에서 아들의 사망 경위와 의료 대응의 문제점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튿날인 13일 아침 정군은 A병원 선별진료소로 가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집에서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다시 고열과 구토,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보다 못한 정군의 어머니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담당자는 경산보건소로 연결해줬고, 보건소에서는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으니 해당 병원과 상의를 해보라”고 했다.
 
 의료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2012년 응급의료정보센터 폐지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2002년 사스 때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는 전국 12개 지역에 설치돼 병원 간 전원을 포함한 일반인 상담 등의 역할을 했다”며 “각 지역에 기반을 둬서 지역 실정을 잘 알고, 각 병원 의사들과의 연계체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용이 저조해 2012년 전국 응급의료정보센터는 폐지되고 질병관리본부에서 1339(콜센터) 1곳을 운영해왔다. 
 
 문제는 감염병 사태에선 1곳 센터에 전화가 급증해 일이 몰리는 데다 지역 의료체계와의 신속한 연결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대책위는 “현재 콜센터는 보건소와 연결해 주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며 “1339의 경우 지역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서 응답할 수 있도록 지역별 인력을 보강하고 전자시스템을 세밀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군, 구급차도 타지 못해  

 
 정군의 부모는 A병원 병원장으로부터 “오늘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즉각 구급차 이용을 부탁했다. 곧바로 대구 영남대병원으로 정군을 이송하기 위한 요청이었으나 병원 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게 정군 부모의 설명이다. 결국 정군의 아버지가 떨리는 손으로 직접 운전해야 했다고 한다. 이에 해당 병원 측은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입원치료하고 구급차를 태우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경우 이송받는 의료기관에 연락하고, 적절한 이송수단을 제공해야 한다”며 “이런 의료인의 의무를 병원이 위반한 이유가 무엇인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군의 부모 등은 감염병 사태 시 일반 환자의 치료권을 보장하는 ‘정유엽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경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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