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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주진모 협박범은 중국 해커…진범은 아직 안 잡혔다

중앙일보 2020.09.25 14:20
[Pixabay]

[Pixabay]

배우 하정우와 주진모 등 연예인의 휴대전화를 해킹한 뒤 협박해 돈을 뜯어낸 부부는 중국에 있는 해커 조직원의 범행을 도운 공범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유명 연예인들의 휴대전화를 해킹하고 협박한 이들은 중국에 있는 해커 조직원들로, 부부와 직접 연락을 주고받은 A씨 외에는 아직 신원도 특정되지 않았다.
 
25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2009년 중국에서 귀화한 회사원 김모(31)씨는 지난해 2월 해커 조직원 A씨로부터 “연예인들이 입금한 피해금을 현금으로 인출해 지정한 환전소에 가져다주면 수고비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를 승낙한 김씨는 남편 박모(40)씨의 계좌번호를 알려줬고, 부부는 자신들의 계좌에 들어온 돈을 인출해 A씨가 지정한 환전소에 찾아가 돈을 보냈다.  
 
중국의 해커 조직원들은 유명 연예인들의 삼성 클라우드 계정을 해킹해 저장된 스마트폰 백업 데이터를 불법 다운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는 남녀관계 등 사생활과 관련된 사진, 문자메시지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해커들은 인터넷 문자메시지 발송사이트를 이용해 “1억원을 보내지 않으면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던 사진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들이 겁을 먹은 5명의 연예인에게 받아낸 돈은 총 6억1000만원에 이른다.  
 
범행에 실패한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하정우는 해킹범과 대화를 주고받는 와중에 알아낸 정보들을 경찰에 제공했고, 수사 당국은 중국 공안과 협조해 수사를 진행했다. 해커는 “국민배우 이미지에 오점을 만들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저도 남자로서 여자 문제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가 금전이 급히 필요한 상황이고 합의 보시면 모든 자료는 깨끗이 폐기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피해자들이 응하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범행에 실패한 연예인은 총 3명으로, 만약 이들도 돈을 보냈다면 늘어날 추가 피해 금액은 12억원에 달한다.  
 
김씨 부부는 나체로 영상통화를 하자고 유인해 그 영상을 녹화한 다음 돈을 송금해주지 않으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이른바 ‘몸캠 피싱’에도 가담했다. 이 역시 중국 해커 조직원 A씨로부터 지시를 받고 피해자들이 속칭 ‘대포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암호화폐를 이용해 자금을 세탁한 뒤 A씨가 지정한 중국 소재 금융기관으로 돈을 보내는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는 김씨의 여동생과 그 남편도 가담했다. 피해자가 돈을 보내면 여동생이 이를 언니의 계좌로 송금하고, 여동생의 남편은 이 돈을 찾아 암호화폐를 구입한 다음 A씨가 지정한 계좌에 위안화로 환전해 보내는 식이었다. 몸캠 피싱 피해자 중에는 15살의 미성년자도 있었다.  
 
김씨 부부는 해킹 조직을 개인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미술 재료가 없어 수업에서 배제됐는데, 이를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고 생각하고는 A씨에게 어린이집 원장의 개인정보를 해킹해달라고 부탁했다. 해커는 실제로 원장의 삼성 클라우드 계정에 로그인해 개인정보를 살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김성훈 판사는 “비록 해킹과 협박행위를 직접 실행한 사람은 A씨 등 주범이지만, 김씨 부부가 대부분의 피해금을 전달하는 등 기여 정도가 작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해킹범이 보낸 협박 문자메시지를 읽어 범행 수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담했기에 “자신의 범행으로 인한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고, 법질서를 경시하는 태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판사는 김씨에게는 징역 5년을, 남편 박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 여동생의 남편 역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여동생은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김 판사는 “범행 합계액이 190만원으로 크지 않고, 모두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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