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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스가 시대에도 한·일 갈등 풀리기 어려울 듯

중앙일보 2020.09.25 00:34 종합 33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한·일 관계 변화를 불러올까? 그의 별명은 ‘해결사’다. 그러나 한·일 갈등 타개는 기대하기 어렵다. 두 나라 문제는 어느 한쪽이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는 양보를 하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2015년 아베 전 총리와 박근혜 전 대통령 간에 이루어진 한·일 위안부 협상 합의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당시 두 정상의 합의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는 일방적인 협정 폐기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한다.
 

스가의 별명은 ‘해결사’이지만
해결할 수 있는 일에만 나선다

지정학적·이념적 관점으로 보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가장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패권주의적 야망에 맞서 미국·호주·인도를 포함한 4자 협력체 구성을 추진하며 인도·태평양 지역 역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경제적·지리적으로 중국의 압박에 더 노출된 만큼,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강하게 유지하면서도 아시아 내 미·중 경제 갈등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지도자들은 한국이 중국 편에 가담해 일본의 전략적 이익을 저해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지도자들은 일본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동북아시아 내 경쟁을 심화해 한국을 난처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결국 스가 총리는 일본의 입장을 쉽게 변경할 수 없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그는 1965년 청구권협정이나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일본 내에서나 국제 사회에서나 사실상 어떤 압력도 받고 있지 않다. 스가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외교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했다.
 
스가 총리는 보수적이지만 실용적이다. 아베 전 총리는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를 따라 미국과의 동맹 강화 및 좌파 최소화를 완수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국회에 들어섰지만, 스가 총리는 1996년 정계에 입문하면서 그의 지역구인 요코하마의 실용적·경제적 현안에 집중했다. 농부의 아들인 스가 총리에겐 정치적·이념적 유산이 없다.
 
스가 총리는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권력을 이용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일본 관료들과 경영자들은 그를 존경하면서도 다소 두려워한다. 행정부 인사권을 총리에게 집중시킨 인물이 바로 스가 총리다. 아베 전 총리가 중앙집권적이고 지배적인 리더십을 성공적으로 확립하는 과정에서 조용히 이를 실현한 인물이 바로 그였다. 그는 까다로운 문제 해결에 있어 자신을 도와줄 인물을 초청해 함께 식사한다. 그 문제에 대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관료들을 압박해 이를 즉각 실행되도록 밀어붙인다. 일례로 그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단 며칠 만에 출입국 관리 문제를 처리했고, 몇 년 만에 일본의 관광 수입은 세 배로 증가했다. 그러나 스가 총리는 그가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일에만 나선다.
 
스가 총리는 부지런히 듣고 연구하는 인물이므로 한국 정부는 신뢰할 만한 협상가를 기용해 협상에 대한 압박 없이 대화하는 길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스가 총리는 2015년 위안부 협상을 방해하려 한 자민당 내 우파 정치인들을 막후에서 저지했다. 일본이 물러설 명분을 한국이 준다면 그는 호응할 것이다. 스가 총리는 적당한 분위기가 조성되면 몇몇 분야에서의 두 나라 협력에 마음을 열고 나설 수도 있다.
 
다수의 한국인은 이러한 작은 움직임에 만족하지 않겠지만, 큰 합의가 이뤄질 정치적 환경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공히 갈등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금은 두 나라 정상이 작은 사안부터 차근차근 논의해 나갈 때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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