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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 연말 5곳 중 1곳으로 는다

중앙일보 2020.09.25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영업에서 번 돈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기업(외부감사기업)이 올해 말 다섯 곳 중 한 곳꼴(21.4%)로 늘어날 것이란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기업들의 매출이 평균 10.5%, 코로나19 취약 업종은 29.5% 감소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국가산업단지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가동률이 급감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시화반월 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 한국산업단지공단

국가산업단지들이 코로나19 여파로 가동률이 급감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시화반월 국가산업단지 전경. 사진 한국산업단지공단

 

한은, 한계기업 21%로 증가 예상
코로나 취약업종 매출 -30% 가정
채무상환능력 줄고 부도위험 커져

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최근 금융 상황을 점검했다. 전반적인 금융시스템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는 지난 4월 한때 위기 단계인 23.9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5월 이후에는 주의 단계(8~22)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에는 금융안정지수가 13.5(잠정)까지 낮아졌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경제 주체의 부채가 많이 늘었다”며 “금융과 실물의 괴리 우려 등 잠재적인 리스크는 다소 커졌다”고 말했다.
 
한계기업

한계기업

이날 금통위는 몇 가지 위험요소를 함께 논의했다. 특히 한계기업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으로 1을 밑도는 곳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낼 수 없다는 의미다.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기업 중 한계기업은 지난해 3475개로 2018년(3236개)보다 239개 늘었다. 전체 외부감사기업 중 14.8%에 해당한다. 올해는 한계기업이 5033개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계기업의 부도 위험도 커졌다. 한은은 한계기업의 예상부도확률이 지난 6월 4.1%까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2월(3.2%)과 비교하면 0.9%포인트 상승했다. 예상부도확률은 주가로 평가한 기업의 자산가치가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 이하로 내려갈 확률을 말한다.
 
가계와 기업을 합친 민간 부문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생활고와 경영난을 겪는 가계와 기업이 앞다퉈 돈을 빌린 데다 부동산·주식시장에서 ‘빚투’(빚으로 투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말 민간 부문의 부채는 GDP의 206.2%로 지난 3월 말(201%)보다 5.2%포인트 높아졌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한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지난 2분기 166.5%로 높아졌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2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가계부채의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금융회사들의 해외투자 급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투자 규모는 486조원이다. 해외투자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한 2013년(129조원)의 3.8배로 증가했다. 외화 주식·채권 등 금융상품과 부동산 등 대체투자 상품을 포함한 금액이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 등) 해외 대체투자는 대부분 장기적으로 투자하는데 위기가 발생해도 자산 매각 등으로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다”며 “특히 증권사의 경우 대체투자 리스크가 투자자 손실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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