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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살은 최고 정점 평양의 지침…남한과 상종 않겠다는 메시지”

중앙일보 2020.09.25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북한이 한국의 민간인 이모(47)씨를 사살하는 충격적 만행을 서슴지 않은 것을 놓고 24일 대남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② 북한은 왜 만행 저질렀나

북한군은 지난 22일 오후 이씨를 발견한 뒤 방독면 등을 쓰고 이씨와의 거리를 유지한 채 ‘해상 심문’을 했다. 그런 뒤 이씨를 사살하고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인원들이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뿌려 해상에서 불태웠다. 당시 이씨는 바다 위에서 기진맥진한 상태로 북한 단속정에 발견됐다. 따라서 도주 우려가 없었고 북한군에 위해를 가할 상황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북한군은 이씨를 육지에 들이지 않고 거리를 유지한 채 해상에서 심문한 후 사살한 뒤 현장에서 시신을 불태웠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명분 삼아 남한 국민을 자국 해안에 들이지 않고 해상에서 ‘처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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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역 때문에 민간인을 사살했다면 이는 21세기 국제사회에선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 행위다. 이보다는 북한이 민간인을 사살하는 극한의 방식으로 한국을 향해 상대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지난 6월 한국을 ‘적’으로 규정했다”며 “대남 절연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한국 국민을 사살해 ‘다시 한번 보여주지만 남한과 상종할 일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해석했다.  
 
국방부는 24일 밤 국회 국방위 보고에서 발견 여섯 시간 만의 사살에 대해 “(윗선에) 보고를 계속하고 지침을 받는 데 걸린 시간”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한기호 국민의힘 국방위 간사는 “경직된 사회이기 때문에 최고 정점인 평양까지 (보고가) 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살에 이어 야밤에 시신을 불태운 행위 역시 코로나19 차단이라기보다 남한을 향한 보여주기이자 위협이라는 지적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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