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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점서 수천만원, 고대 교직원 놀라운 '법카 쪼개기' 신공

중앙일보 2020.09.24 17:37
고려대학교 전경. [사진 고려대 홈페이지]

고려대학교 전경. [사진 고려대 홈페이지]

고려대 교직원 10여명이 서울 강남 유흥주점에서 교비 수천만 원을 쓴 사실이 적발됐다. 대학과 대학원 입학 과정에서도 절차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교육부가 관련자들에 대한 무더기 징계를 요구했다.
 
24일 교육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고려대 종합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려대 개교 이래 처음 실시된 종합감사는 지난 1월 29일부터 열흘간 이뤄졌다. 
 
감사 결과 38건의 지적사항이 발견한 교육부는 고려대 교직원 230명에 대한 징계 등 인사 조치를 요청했다. 교직원 6명은 직접 고발하고 교수 59명은 수사의뢰했다.
 

강남 유흥주점서 수천만원 쓴 교직원들 

도심의 유흥주점가. 기사의 사례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도심의 유흥주점가. 기사의 사례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감사 결과 고려대 교직원 13명은 음식점으로 위장된 강남 유흥주점에서 교내연구비 등을 법인카드로 6693만원 썼다. 이들 중 1명을 빼고는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한 번에 거액을 결제하면 일탈이 드러날 걸 우려한 이들은 여러 장의 법인카드를 나눠쓰는 '쪼개기' 방식으로 2625만원을 결제했다.
 
교육부는 관련자 11명을 중징계하고 2명에 대해서는 경고 처분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교육부 관계자는 "교내 연구비와 행정용 교비 등 거액을 유흥주점에서 사용한 걸 확인했다"면서 "학생들의 등록금을 교직원들이 유흥주점에서 쓴 매우 부적절한 사례"라고 말했다. 
 
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채점표를 보관하지 않은 교수 53명도 징계 위기에 놓였다. 이들은 고려대 일반대학원 26개 학과에서 진행된 서류평가 및 구술시험에서 전형위원별로 작성한 평가표를 보관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교수들 가운데 선발 관리에 책임이 큰 6명에 대해서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했다.
 
앞서 연세대도 감사 결과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대학원 49개 학과에서 전형자료 1000여건이 사라진 사실이 확인돼 교수 50여명에 대한 인사 조치 요청과 수사 의뢰가 이뤄졌다.
 

체육특기자 '뻥튀기' 선발해 최종합격 시켜

고려대학교 전경. [사진 고려대 홈페이지]

고려대학교 전경. [사진 고려대 홈페이지]

 
학부 체육특기자 선발 과정에서 모집 요강보다 많은 인원을 뽑아 최종 합격시킨 사례도 적발됐다. 2018~2020학년도 5개 종목 1단계 서류평가서 3배수 내외 선발하겠다는 모집 요강과 달리 최대 4배수의 학생을 선발했다. 추가 선발된 학생 가운데 5명이 최종합격하면서 3배수 내에 있던 학생 일부는 떨어졌다.
 
1010억원 규모의 시설공사를 하면서 건축·전기·통신 공사를 한번에  발주한 교직원 6명은 교육부가 직접 전기 및 정보통신공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법률은 대규모 시설 공사 시 불투명한 진행을 막기 위해 종류별로 공사를 분리 발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감사 결과 고려대가 재학생이 부모인 교수의 수업을 듣는 행위를 규제하는 규정을 만들지 않고도 교육부에 허위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교수와 자녀 사이의 강의 수강과 성적 부여 실태를 자체 조사한 결과를 보고하면서 실제 수강 사례 8건을 누락한 것도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사 과정에서 대학 측이 개인 채점표를 보관하지 않은 건 관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전형위원별 채점표는 법적으로 반드시 보관해야 하는 문서가 맞다"면서 "이외에도 교비 관리 등 여러 문제가 발견돼 대규모 징계 등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에 대해 고려대 관계자는 "대학원 입학 때 전형위원별 평점표를 보관하지 않은 건 규정과 안내가 부족해 생긴 문제"라며 "개인별 평점표를 종합해 만든 학과별 종합평점표를 빠짐없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대 관계자는 "체육특기자 선발도 3배수 내외 선발이라는 모집 요강을 준수했지만, 동점자를 반올림하는 과정에서 4배수까지 늘어난 것"이라면서 "이 사안에 대해 현재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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