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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파트 실외기실 내 잇따른 화재 대책 없는가

중앙일보 2020.09.24 09:00
한국재난정보학회 회원사 ㈜디딤돌 한정권 대표이사

한국재난정보학회 회원사 ㈜디딤돌 한정권 대표이사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임을 실감한 2020년 여름이다. 여름은 장마와 폭염 그리고 열대야의 계절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1도 높아진 상태에 따라 변해야 할 것은 변하지 않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변하고 있다. 변해야 할 것은 날씨요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기후다. 하루 하루 날씨는 다양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무려 56일간의 장마는 변하지 않는 날씨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물 폭탄이 쏟아지고 강산이 할퀴어 졌다. 온대기후대인 한반도가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다. 변하지 말아야 할 기후가 변함으로써 수목이 달라지고 식생이 달라지고 있다.  
 
기후위기와 함께 우리의 생활도 달라지고 있다. 열대야가 점령한 여름은 선풍기로 견디기엔 너무 가혹하다. 냇가에서 발 담그고 부채로 더위를 물리치는 그림은 이제 꿈이 되었다. 나무 그늘아래에서 수박을 먹고 밤이면 모깃불 피워놓고 밤하늘의 별을 헤던 소년과 떨어지는 별똥별를 보며 소원을 비는 소녀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그림이 되었다. 우리는 생존시험에 내몰리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아파트 건설시 냉방 시스템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실외기실은 옵션이 아니다.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제8조에 냉방설비 배기장치 설치공간의 기준이 있다. 예전엔 실외기가 건물 난간에 메달려 있는 형태였다.  
 
난간 실외기는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 실제로 작업하다 추락사하는 에어컨 설치 기사의 사례들이 빈발했다. 또한 에어컨이 내는 소음과 열기로 이웃과 얼굴을 붉히고 다투는 일들도 많았다. 생활민원이 끊이지 않는 난간대 실외기를 실내로 옮기면서 안전사고와 이웃 간의 다툼을 예방하게 되었다. 실외기가 건물 외관에서 사라지면서 빌딩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맞는 디자인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얻은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던가. 하나를 얻고 커다란 하나를 잃었다.  
 
실외기는 발화원이다. 올해도 숱한 실외기 실 화재가 빈발했다. 2020년 5월1일부터 9월3일까지 실외기실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가 153건이다. 8월22일 인천 구월동 아파트 14층에서 불이 난 사고가 방송에 보도되었다. 문제는 실내에 있다.  
 
실내는 외부공기와 접하는데 제약이 있다. 멋진 외관을 선호 할수록 외기와는 멀어진다. 루버 창을 달아 외기와 통하게 했지만 사용자가 에어컨을 사용할 때 루버창을 열어야 한다. 만약 열지 않고 에어컨을 가동하면 실외기실은 순식간에 열기로 가득 찬다. 온도가 81도까지 치솟는다. 화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안고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  
 
대안은 없는가? 답은 간단하다. 실외기를 외기에 노출시켜야 한다. 노출시킬 방법이 무엇이냐? 실외기실에 루버 창을 뜯어내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디자인 문제와 벌레침입 때문에 선택지가 아니다. 바로 아파트 화재 대피공간과 실외기실을 도킹시키는 방법이다. 의무적으로 지어지는 화재 대피공간을 실내에서 면제받는 방법이다.  
 
외기에 노출된 대피공간 대체시설을 설치하고 그 대피시설에 내림식 사다리나 승강식피난기를 설치하면 된다. 화재 대피시설은 평상시엔 사용하지 않고 응급 시에만 사용하는 시설이기에 바닥면적과 건축면적도 제외 받는다. 덤으로 아파트 전용면적과 발코니 확장면적을 대폭 상향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외기 노출형 화재대피시설에 에어컨 실외기를 두게 되면 일거 삼득이다. 첫째 실외기 실 화재가 사라진다. 둘째 대피공간이 면제되면서 실제 사용 면적이 넓어진다. 셋째 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루버창등 실외기실 조성비용과 대피공간 조성비용 등이 없어진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 안전한 아파트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외기노출형 화재대피시설을 설치하고 그 위에 실외기를 두는 방법이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한국재난정보학회 회원사 ㈜디딤돌 한정권 대표이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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