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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방문, 보건소에 통보” 지자체 진실게임 부른 확진자 입

중앙일보 2020.09.24 05:00

순천시, 부산시 북구 구상권 청구 왜?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부산시 북구 코로나19 확진자가 머문 순천 장례식장.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부산시 북구 코로나19 확진자가 머문 순천 장례식장. 프리랜서 장정필

자가격리 기간에 전남 순천시를 방문한 부산 383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일탈로 빚어진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구상권 청구에 이어 진실공방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순천시, 부산 북구에 “자가격리 부실 구상권”
“관리 부실 아니다” 해명에도 “납득 어렵다”
곳곳 갈등…“전주 때문에 익산 확진” 논란도

 23일 전남 순천시에 따르면 부산 383번 확진자인 60대 남성 A씨가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순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4일간 머물렀다. 부산시 북구보건소는 지난 17일 A씨에게 자가격리 대상자라는 사실을 통보했지만, A씨는 가족의 장례를 다 치른 뒤에야 부산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자가격리 위반 갈등은 그가 지난 2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불거졌다. 순천시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에야 나흘 동안 순천의 장례식장에 머문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순천시는 A씨와 동선이 겹치는 20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진행했다. 순천시는 “부산시 북구가 자가격리 관리를 부실하게 했기 때문에 일어난 결과”라며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부산시 북구 해명에도 갈등 여전 

 부산시 북구는 순천시의 구상권 청구 방침을 전해 들은 후 “자가격리 관리 부실이 아니다”라는 해명 입장을 내놨다. 부산 383번 확진자가 순천에 머무르고 있다는 먼저 사실을 알리지 않아 현재 위치를 파악할 방법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순천시는 부산시 북구의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북구가 지난 19일 오후 5시께 A씨가 순천에서 부산으로 이동 중이란 사실을 알고도 순천시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A씨가 순천에서 이동 중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순천시 보건소로 바로 통보했어야 맞다”고 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북구 관계자는 “A씨가 지난 21일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19일에는 확진자가 아닌 자가격리 대상자였을 뿐”이라며 “자가격리 이탈자에 대한 통보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부산시 북구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던 전남 순천의 한 장례식장이 23일 텅 비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부산시 북구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던 전남 순천의 한 장례식장이 23일 텅 비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자가격리 이탈자, 부산시 북구와 공방도 

 하지만 순천시는 부산시 북구가 지난 17일부터 19일 사이 현재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 점을 이번 구상권 청구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대응 지침은 GPS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격리 앱’ 혹은 하루 2차례 전화로 자가격리 대상자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도록 규정해놓았다는 것이다.
 
 순천시 관계자는 “부산시 북구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A씨의 인적사항은 확인했지만, 현재 위치 파악 여부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북구 관계자는 “A씨가 60대 이상 고령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워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지 않았다”며 “A씨 외에도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라고 했다.
 
 A씨의 진술마저 부산시 북구와 엇갈리고 있다. A씨는 현재 역학조사에서 “지난 17일 보건소 관계자와 처음 통화했을 때 순천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부산시 북구 보건소 측은 “순천에 있다는 사실을 지난 19일 처음 들었다”고 반박했다.
 

이틀간 검사 안 받은 접촉자…관리 부실 의문

 부산시 북구보건소는 지난 17일 A씨에게 처음 자가격리를 통보했을 때 하루 뒤인 18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A씨는 부산시 북구 보건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순천에 머물던 이날 당일 전화통화도 한 차례만 있었고, 이날 또한 A씨가 부산 자택에 머무르는 줄 알았다는 게 부산시 북구보건소의 입장이다.
 
 부산시 북구보건소는 A씨가 이틀이 지나도록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자 19일 오후 5시께 다시 전화를 걸었다. 부산시 북구 관계자는 “19일 퇴근 시간이 다 되도록 검사를 받으러 오지 않아 전화 통화를 했다”며 “순천에 있었기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때 알아 20일 검사를 받기로 했다”고 했다.
 

관할 넘나드는 코로나…지자체 갈등도 확산

 지자체의 관할을 넘나드는 코로나19 때문에 발생한 지자체 갈등은 이번이 첫 사례가 아니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지난 18일 김승수 전주시장에게 “(익산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 발생했는데 전주사람이 와서 만들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전주시에 거주하는 전북 101번 확진자가 익산을 방문한 뒤 지역 확진자가 발생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헌율 시장은 김승수 시장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우리 지역에서 피해 의식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순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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