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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노인 일자리 사업은 일석삼조의 기쁨

중앙일보 2020.09.24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너무 외로워서 내일 아침에는 깨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잠들곤 했는데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안부를 묻는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의 수기 공모전에서 나온 경험담이다. 말기 암 치료 후 평소 하던 중장비 일을 할 수 없어 주차관리를 시작한 게 사회에 복귀하는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 뇌경색으로 반신불수가 됐지만 동화구연 할머니로 거듭났다는 소식처럼 반가운 이야기가 많았다. “우리 노인들에게는 젊음의 기억이 없다”고 운을 뗀 글도 있었다. 이 글이 이웃 형님 손에 이끌려 시작한 일자리로 봄날을 되찾았다고 마무리됐을 때는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반가운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마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다. 한편에서는 허드렛일을 하며 나랏돈을 받는다며 눈총을 던지는 시선도 있음을 안다.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의 본질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은 참여자들에게 경제적 수입,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일자리에 참여하며 이름을 되찾아 기쁘다” “오랜 병간호에 지쳤는데 또래들과 함께 일하고 교육받는 것이 행복하다”는 말도 있었다. 일자리의 가치는 참여자의 언어를 통해 생생하게 표현된다. 그리고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노인 일자리 사업 정책효과 분석 연구’를 보면 노인 일자리 사업의 참여자가 느끼는 사회적 지지는 증가하고 고립감은 낮아졌다. 참여자의 우울 수준은 낮아진 반면 자아 존중감과 삶의 만족도는 다소 증가했다. 참여자의 건강이 좋아진 것은 물론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 후 의료기관 방문 횟수는 0.5회가 줄었고 그냥 앉아서 보내는 시간은 88분이 감소했다. 연간 의료비 지출도 참여자 1인당 54만6000원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어르신들은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면서 일석삼조의 기쁨을 누린다고 말한다. 건강이 좋아지고 소득은 늘어나며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다른 이와 소통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좋은 일을 오래 하고 싶다”는 어르신의 소망대로 좋은 노인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한 우리 기관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이번 추석은 우리 모두가 처음 겪는 낯선 시간이 될 것 같다. 행여 어르신들에게 외로운 시간이 될까 봐 마음이 많이 쓰인다. 하루빨리 이 어려운 시간이 지나 더 많은 일자리에서 일석삼조의 기쁨을 누리는 어르신들을 만나 뵙길 소망한다.
 
강익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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