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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만 하는 곳이 아니네, 패션 매장의 변신

중앙일보 2020.09.24 00:02 종합 20면 지면보기
코오롱스포츠 한남에 설치된 ‘입자필드’의 영상 작업. [사진 코오롱스포츠]

코오롱스포츠 한남에 설치된 ‘입자필드’의 영상 작업. [사진 코오롱스포츠]

2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문을 여는 ‘코오롱스포츠’의 플래그십 스토어 1층에는 제품이 하나도 없다. 대신 송예환·입자필드·팀 노드 등 주목받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무성한 식물 사이로 디지털 기기들을 배치해 손가락으로 하늘·땅·물 위를 걸을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이 있는가 하면, 소리에 맞춰 반짝이는 LED 조명과 펄럭이는 거울이 도시의 밤을 떠올리게 하는 통로도 있다. 약 230㎡(70평)규모의 이 공간이 미술관인지, 패션 매장인지 헷갈린다. 코오롱스포츠에 따르면 이곳은 상품 이상의 문화 콘텐트를 제공하는 ‘체험 매장’.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을 운영하는 전시 기획사 글린트와 협업해 꾸몄다. 한 층 아래에는 일반 매장처럼 각종 패션 아이템들이 진열돼 있다.
 

판매보다 전시 택한 패션 스토어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활용
체험 원하는 소비자들 놀이터로

지난 7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문을 연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의 두 번째 공식 플래그십 스토어 ‘아더 스페이스 2.0’ 도 독특한 브랜드 체험 공간을 표방한다. ‘균열’이라는 주제 아래 9개 공간을 차례로 관람하도록 한 동선은 미술관 관람 방식과 비슷하다. 땅이 솟아오르는 듯한 공간을 지나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을 관람하고, 시간이 멈춘 듯한 우주를 감상하고 나면 피팅룸과 옷이 전시된 공간이 나타난다.
 
‘젠틀홈’ 팝업 공간을 열면서 출시한 ‘젠틀홈 페이스 필터’. [사진 젠틀몬스터]

‘젠틀홈’ 팝업 공간을 열면서 출시한 ‘젠틀홈 페이스 필터’. [사진 젠틀몬스터]

매장이면서 색다른 공간 체험을 선사하는 브랜드의 원조는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 몬스터’다. 매장에 설치 미술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 쇼룸을 만들고,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 멤버 제니와 함께 가상의 집을 꾸미기도 했다. 작품 사이 놓여진 선글라스는 자연스레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필터 스페이스 인 서울’이라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약 4년간 운영해왔다. 브랜드의 색을 드러내는 감각적 공간에서 현재 14번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난 11일부터는 ‘리페어’를 주제로 도자기, 옷, 장난감 등 고장 나고 상처 난 오브제를 수리해 전시하고 있다. 화장품의 ‘리페어(재생) 효과’를 부각하려는 의도다.
 
제품을 진열·판매하는 게 1차 목적이었던 패션·뷰티 오프라인 매장들이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브랜드의 철학을 표현하기 위해 미술 작품이나 미디어 아트가 주로 활용된다. 이런 미술 전시형 공간 체험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고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이다.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도 커진다. 코오롱스포츠 관계자는 “직접 보고 만질 수 있는 쌍방향 ‘미디어 아트 전시’를 택한 이유는 차별화된 콘텐트로 브랜드가 지향하는 아웃도어의 의미를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잘 만든 오프라인 공간은 디지털과의 연계도 쉽다. 요즘은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상에서 오프라인 공간의 콘텐트를 접할 수 있다. 지난 5월 젠틀몬스터가 만든 ‘젠틀홈’ 에서 제니가 직접 SNS 라이브를 진행한 게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동시에 스마트폰 사진 필터인 ‘젠틀홈 페이스 필터’ 등을 출시해 디지털상에서도 젠틀홈 분위기를 체험하도록 연계 이벤트를 마련했다. 구진영 젠틀몬스터 마케팅 파트장은 “스마트폰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면서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매장을 통한 공간 마케팅은 주요한 흐름으로 떠올랐다”며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공간을 얼마나 원활하게 연결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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