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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공수처법 법사위 소위 기습상정으로 野 압박

중앙일보 2020.09.23 17:47
더불어민주당이 23일 국회 법제사법위 1소위를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하면서 회의가 파행되는 소동이 있었다. 이 때문에 뒤이어 예정됐던 법사위 전체회의도 1시간가량 지연됐다.
 
23일 오후 국회 법안심사 1소위에서 고위공직자수사처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기습 상정됐다. 김도읍(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1소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23일 오후 국회 법안심사 1소위에서 고위공직자수사처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기습 상정됐다. 김도읍(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1소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과 관련해 ‘여야 교섭단체 각 2명 선임’이란 조항을 ‘국회 추천 4인’으로 바꾸는 게 골자다. 후보자 추천위원 선정 단계에서 제1야당에 보장했던 처장 후보자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민주당은 현행 공수처법상 공수처 출범 시점(7월 15일)이 두 달 넘게 지연되고 있는 점을 법 개정의 필요성으로 짚고 있다.
 
당초 예정된 소위 의사일정에는 공수처법 개정안이 담겨 있지 않았다. 소위 참석자에 따르면,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공수처법 개정안을 의사일정에 추가하기 위한 서면동의서를 제출했다. 이에 번안(飜案·안건을 뒤집음) 동의의 건이 상정됐고,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하면서 소위에 상정됐다. 국회법 91조에 따르면 재적위원의 과반 출석, 출석위원 3분의 2 찬성이 있으면 번안이 가능하다. 법사위 관계자는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안건을 상정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기습 거수표결로 ‘날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의원은 이날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신독재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 느닷없이 이 안건 상정에 동의하는 분은 손을 들라고 했다. 초등학생도 이렇게 안 한다. 이게 무슨 협치냐”고 반발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구두 논평을 통해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코로나 민생법안은 다 뒷전이고 오로지 공수처법인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22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우리 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면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곧 추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소위 상정을 강행한 건 국민의힘에 추천위원 추천을 촉구하기 위한 민주당의 ‘완력 시위’란 해석이 나온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지난 21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1소위에 회부됐다. 다만, 여야는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소위 안건으로 채택하지 않았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부터 전조는 있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기다리겠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국회 절차대로 계속 심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법에 정해진 권리와 의무를 행사하지 않아 법이 무력화된다면 민주당은 부득이 법을 개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에 대한 설득과 압박의 과정”이라며 “야당과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자영업자 등 임차인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창궐로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은 경우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법 시행 후 6개월간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없도록 한 특례조항도 신설됐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임대료 부담을 완화해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은 24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전망이다.
 
하준호·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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