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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패션위크 데뷔한 디자이너 이재형 "옷은 가장무도회의 가면이다”

중앙일보 2020.09.23 12:56
이재형 패션디자이너 인터뷰가 21일 서울 서초구 '막시제이' 쇼룸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이재형 패션디자이너 인터뷰가 21일 서울 서초구 '막시제이' 쇼룸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슈퍼 쿨(Super cool)~. 막시제이의 21SS는 특별해 보이면서도 쉽게 입을 수 있는 옷들로 나를 사로잡았다.”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해온 영국의 비영리단체 ‘패션 이스트’의 설립자 루루 케네디의 말이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패션 프리랜서 기자 제시카 범푸스는 “스포티함과 유동성, 부드러움이 멋지게 조합돼 있다”고 평했다. 
이재형 디자이너가 이끄는 패션 브랜드 ‘막시제이(MAXXIJ)’가 22일 오전 11시(현지시간) 디지털로 진행된 런던패션위크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지난해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좋은 평을 얻은 복수의 디자이너를 추천하고, 런던패션협회가 최종 선정하는 시스템으로 런던에 입성한 이재형씨는 2014년 브랜드를 론칭한 신진 디자이너다. 2018년 서울패션위크 데뷔와 동시에 신인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에는 당당히 베스트 디자이너로 꼽힌 유망주다. 현재 유명 백화점 ‘라파예트’ 파리와 상하이에 입점해 있고, 뉴욕과 싱가포르의 트렌디한 편집숍에서도 그의 옷을 만날 수 있다.
영국 런던예술대학에서 남성복을 전공한 그는 “런던의 자유롭고 실험적인 분위기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는데 글로벌 무대 첫 데뷔가 런던패션위크여서 더 기쁘고 좋다”고 했다.  
브랜드 명은 영어 이름인 막시와 재형의 알파벳 이니셜 J를 합친 것. 철자 가운데에 더블 엑스(XX)를 쓴 것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바이킹의 심볼을 표현한 것이다. 전위 예술가 레이 보워리를 좋아한다는 이재형씨의 디자인 철학은 ‘마스커레이드(masquerade·가장하기, 가장 무도회)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개인의 정체성은 새롭게 형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옷이 평범하진 않아서 매일 입을 수는 없지만 일상의 어느 순간 색다른 옷을 입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가 될 수 있다면 멋진 경험 아닐까요? 나도 모르는 정체성이 패션을 통해 발현돼서 더 큰 변화를 만날 수도 있겠죠. 그저 그 시간 동안 기분이 좋았다는 것만으로도 제 옷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재형 디자이너의 '막시제이' 21 SS 컬렉션.

이재형 디자이너의 '막시제이' 21 SS 컬렉션.

이재형 디자이너의 '막시제이' 21 SS 컬렉션.

이재형 디자이너의 '막시제이' 21 SS 컬렉션.

이재형 디자이너의 '막시제이' 21 SS 컬렉션.

이재형 디자이너의 '막시제이' 21 SS 컬렉션.

막시제이의 옷들은 보워리의 얼굴 화장처럼, 가장무도회의 가면처럼 과장되고 파격적이다. 좁고 길게 난 슬릿(트임)은 재킷·코트·바지의 기본 구조를 해체시켜서 선입견을 깨버린다. 여성스러운 소재인 레이스와 망사를 스포티한 나일론과 섞어 남녀의 경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겉과 안이 뒤집힌 듯 보이는 디자인, 강렬한 컬러 조합 또한 예전에 없던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묵직한 청록과 부드러운 회색, 스포티한 나일론과 여성스러운 레이스 주름, 속이 비치는 메쉬 소재 등이 다각적으로 섞여있는 '막시제이' 21 SS 점퍼와 바지. 임현동 기자

묵직한 청록과 부드러운 회색, 스포티한 나일론과 여성스러운 레이스 주름, 속이 비치는 메쉬 소재 등이 다각적으로 섞여있는 '막시제이' 21 SS 점퍼와 바지. 임현동 기자

3가지 컬러가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조합된 '막시제이' 21 SS 트렌치코트. 끝단 솔기 부분의 재단 역시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 임현동 기자

3가지 컬러가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조합된 '막시제이' 21 SS 트렌치코트. 끝단 솔기 부분의 재단 역시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 임현동 기자

“겉옷 곳곳에 트임을 내서 속 컬러가 비치게 하는 공간감, 독특하게 생긴 주머니를 여러 개 달아 ‘저게 뭐지?’ 궁금하게 하는 볼륨감. 모두 겹겹이 쌓인 인간의 다양성을 표현한 디자인 장치들이죠.”
생각지 못한 곳에 들어가 있는 섬세한 바느질 자국, 입어보면 달라지는 소재의 촉감과 무게감 등 가까이 다가가 볼수록 치밀하게 계획된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이재형 디자이너의 특징이다.  
이번 런던패션위크에서 선보인 2021 봄·여름 컬렉션 주제는 ’해방적(escapist)’이다. 현재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모험의 길을 떠나는 자유분방한 무드가 중심이다. 짙은 빨강과 맑은 하늘색, 무거운 청록과 부드러운 회색을 주요 컬러로 막시제이 특유의 신선한 컬러 조합을 보여줬다. 고급스러운 울과 스포티한 매시원단으로 재단된 옷들은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갈 듯 풍성한 볼륨과 부드러운 실루엣을 선보인다. 
이재형 디자이너의 '막시제이' 21 SS 컬렉션 쇼 영상.

이재형 디자이너의 '막시제이' 21 SS 컬렉션 쇼 영상.

이재형 디자이너의 '막시제이' 21 SS 컬렉션 쇼 영상.

이재형 디자이너의 '막시제이' 21 SS 컬렉션 쇼 영상.

이번 런던패션위크는 코로나 19로 디지털로 진행됐다. 정해진 시간에 런던패션위크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디자이너가 준비한 영상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재형 디자이너 역시 광화문, 계동 한옥마을, 잠수교 등 서울 구석구석을 배경으로 영상을 준비했다. K팝의 확산은 BTS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궁금증도 높여 놓았다.  
“세계인이 궁금해하는 도시라는 점 때문에 장소 선정이 정말 어려웠어요. 하하. 서울을 여행하듯 아름다운 모습을 담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보다는 제 옷에 어울리도록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들을 소개하는 게 더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익숙한 동네라고 생각하는 서울 사람들조차 전혀 생각지 못했던 앵글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광화문에선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모델들이 마스크를 쓴 채 촬영을 진행했다. 2020년 가을 서울의 특수한 풍경까지 반영하고 싶었다고 한다.  
“독특한 모양의 옷들이 평범한 일상에 뒤섞여 있는 풍경이 흥미로웠죠. 일부러 만든 거대한 세트장처럼 이 또한 역시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상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런던의 오프라인 무대에 못 선 건 아쉽지만 새로운 영상 분야와 협업할 수 있어서 재밌었고요. 이런 시도들이 많아지면 K패션과 더불어 한국의 발전된 하이테크 영상 기술·마케팅 등이 새로운 한류 요소가 될 거라 예측도 해봅니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막시제이, 서울디자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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