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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한반도 종전선언,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 여는 문”

중앙일보 2020.09.23 02:15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UN) 총회 기조연설에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한다”며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비대면 방식으로 열린 총회에서 사전 녹화 영상으로 연설했다. 브라질, 미국 등에 이어 10번째 순서였다.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4번째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동시적 단계로 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는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며 비핵화를 사실상 종전선언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봤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선후 관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이 변화한 건 2년 만에 달라진 남·북·미 관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엔 4월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 남북공동선언 등이 나올 정도로 남북 간 대화의 끈이 탄탄했다. 북·미 간에도 비핵화와 제재 완화 등을 두고 논의가 활발히 오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노딜’ 이후 북한과 대화는 흐지부지한 상태다. 남북 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차원에서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은 종전선언이 언급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그간 종전선언은 북한이 취하는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평화 프로세스가 가동이 안 되고 있기 때문에  비핵화를 촉진하는 입구에 종전선언을 둬서 다시 비핵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협력’을 핵심 개념으로 연설을 풀어갔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자국의 국토를 지키는 전통적인 안보에서 포괄적 안보로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며 “코로나의 위기 앞에서 이웃 나라의 안전이 자국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것을 더 깊이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안보는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는 여러 국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이후의 한반도 문제 역시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생각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를 남북 당사자 또는 미·중 패권국만의 문제로 보는 전통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다자적 협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사회에 협력을 호소하는 발언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교량 국가로서의 한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도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선진국이 수백 년, 수십 년에 걸쳐 걸어온 길을 산업화가 진행 중인 개도국이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는 없다. 개도국과의 격차를 인정하고 선진국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최선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가교 역할’로 기후 대응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개도국에 한국의 경험을 충실히 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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