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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뛰니 원룸도 뛰었다…"9평 전세 1억6천" 서민의 비명

중앙일보 2020.09.22 17:54
서울 아파트에 이어 원룸 전셋값까지 오르고 있다. 펙셀스

서울 아파트에 이어 원룸 전셋값까지 오르고 있다. 펙셀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한 모(28)씨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이 버거워 원룸을 구하고 있다. 입사 2년 차라 자금 여유가 없어 전셋값이 싼 편인 도봉구를 점찍었다. 그런데 한 씨는 지난 19일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했다가 좌절했다. 
 
연초만 해도 새로 지은 26㎡(약 8평, 이하 전용면적) 원룸 전세를 9000만원에 얻을 수 있었는데 그 새 4000만원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 씨는 “연초 계약하려다 갑자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심각해져 미뤘는데 당혹스럽다”며 “아파트 전셋값 오른다는 얘기를 남 얘기로 들었는데 원룸까지 이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장을 달군 전세 대란이 단독‧다세대‧연립주택 같은 ‘서민 주택’으로 번지고 있다.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지난 7월 31일 시행된 임대차 2법이 직격탄이 됐다. 주택 전세 물건이 귀해진 데다 치솟는 아파트 전셋값을 견디지 못한 전세수요도 다세대 주택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도봉구 원룸, 올해 들어 전셋값 57% 상승 

특히 크기가 작은 원룸이 많이 올랐다. 부동산 플랫폼인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 30㎡ 이하 단독‧다세대‧연립주택의 평균 전세보증금(8월 기준)은 1억6246만원으로, 올 1월보다 2296만원 올랐다. 올해 들어 16% 상승했다. 45~60㎡도 지난 1월 1억9512만원에서 8월 2억1003만원으로, 7.6% 상승했다. 
 
높아지는 서울 원룸 전세보증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높아지는 서울 원룸 전세보증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집값을 비롯해 전‧월세가 싸 전통적으로 서민 주거지로 손꼽히는 지역의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 서울 도봉구는 1월 8141만원이었던 30㎡ 이하 원룸의 평균 전세보증금이 1억2826만원으로 비싸졌다. 올해 들어서만 57% 치솟았다. 중랑구도 1월 1억2277만원에서 8월 1억7221만원으로 40% 상승했다. 금천구(1억2984만→1억6272만원)와 구로구(1억1198만→1억3963만원)도 각각 25%, 24% 상승했다.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과 전‧월세 상한제(5%) 영향이 크다. 최대 4년간 전셋값을 올리지 못하게 된 집주인이 미리 전셋값을 올리고 있어서다. 전세물건 자체도 줄었다. 이전에도 원룸은 전세물건이 많지 않았다. 실거주보다는 매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으려는 수익형 부동산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서울 단독‧다세대‧연립주택 전세 거래는 8558건으로, 전달보다 23% 감소했다.  
 
손쉽게 받을 수 있는 전세자금대출도 전셋값 상승의 이유로 꼽힌다. 중랑구 신내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연 2%의 저금리라 이자 부담이 크지 않으니 집주인이 ‘대출받아 오른 전셋값 충당하면 되는데 뭘 걱정이냐’며 대출을 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 풀려야 전세 수요 줄어”

지난해 6월부터 14개월 연속 오르막길을 걷고 있는 아파트 전셋값 상승도 원룸 등의 전셋값 상승을 부추긴다. 오른 아파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수요가 ‘옮겨타기’를 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소형 아파트와 주거 여건이 비슷한 편인 오피스텔 전셋값도 오르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가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8월 전국 오피스텔 평균 전셋값은 3.3㎡당 1461만원으로, 한 달 새 49만원 증가했다. 서울은 3.3㎡당 28만원 올랐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아파트에서 시작한 전세 품귀 현상이 원룸이나 오피스텔로 번지면서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주택자의 대출까지 제동을 걸면서 전세 수요가 폭발하게 됐다”며 “9억원 미만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실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게 해줘야 궁극적으로 전세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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