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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도 6개월만에 마스크 적응했다…가까이 가도 안 날아가

중앙일보 2020.09.22 11:47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떨어진 빵 조각을 먹기 위해 참새들이 사람들 발아래까지 몰려 들었다. 김성룡 기자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떨어진 빵 조각을 먹기 위해 참새들이 사람들 발아래까지 몰려 들었다. 김성룡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하면서 이제는 참새들도 마스크를 쓴 사람을 덜 두려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 일상화
마스크 쓴 사람에 더 익숙해져
마스크 착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비행 개시 거리 1m가량 짧아져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보다 마스크 쓴 사람이 더 가까이 접근하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중국 하이난 사범대학 열대 섬 생태학 핵심연구소 연구팀은 22일 '글로벌 생태학과 보전' 저널에 채택된 논문에서 "중국 쓰촨 성 이빈과 다조우에서 지난 4~5월 마스크 착용한 사람과 착용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참새의 비행 개시 거리를 측정한 결과, 착용한 사람에 대한 비행 개시 거리가 더 짧았다"고 밝혔다.
 
비행 개시 거리(flight initiation distance, FID)는 새들이 위협을 느껴 날아가기 시작하는 거리를 말한다.
위협을 덜 느낄수록 위협 요인과의 거리인 FID는 짧아진다.
 
연구팀은 농촌 지역인 이빈에서 마스크 착용 없이 측정했을 때 FID가 평균 10.66m로 나타났고,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는 평균 9.24m로 나타났다.
 
FID는 지상에 내려앉은 참새 무리와 수평 거리를 바탕으로 약 100회씩 측정했고, 파란색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했다.
참새의 비행 개시 거리(FID) 조사에 참여한 조사원의 복장.

참새의 비행 개시 거리(FID) 조사에 참여한 조사원의 복장.

또, 도시 지역인 다조우에서 마스크 착용 없이 측정했을 때는 FID가 평균 3.09m였고,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는 2.57m로 분석됐다.
 
전체적으로는 도시 지역인 다조우에서 측정한 FID가 훨씬 짧았다.
 
평소 사람과의 접촉이 잦은 도시 지역에서는 공포감이 줄어 FID가 짧고,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 지역에서는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복적인 접촉으로 사람에 대해 내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두 지역을 종합하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을 때는 FID가 7.06m였지만,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는 6.09m로 줄었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하면서 마스크를 쓴 사람에게 더 익숙해진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함양군 함양읍 한들 들녘에서 벼 이삭을 쪼아 먹던 참새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아가고 있다. 뉴스1

경남 함양군 함양읍 한들 들녘에서 벼 이삭을 쪼아 먹던 참새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아가고 있다. 뉴스1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지하철 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여성들이 걸어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지하철 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여성들이 걸어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난해 12월 코로나19가 발생했고, 도시가 봉쇄됐다가 해제된 후에도 사람들 안전을 위해서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다"며 "6개월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참새들이 변화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결과는 참새가 환경의 미묘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행동을 조정하는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코로나19 발생 전 FID와 현재의 FID를 직접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는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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